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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997] 왜 ‘슬럼프’라고 말할까

2023-05-25 05:13

지난해 프랑스오픈 14번째 우승 차지하던 나달. 2005년 이 대회에 데뷔한 이래 18년 동안 한 번도 빼놓지 않고 출전했지만 올해 대회에는 부상 등으로 인해 슬럼프를 맞으며 전격 불참을 선언했다. [AP=연합뉴스]
지난해 프랑스오픈 14번째 우승 차지하던 나달. 2005년 이 대회에 데뷔한 이래 18년 동안 한 번도 빼놓지 않고 출전했지만 올해 대회에는 부상 등으로 인해 슬럼프를 맞으며 전격 불참을 선언했다. [AP=연합뉴스]
오는 28일 개막하는 테니스 두 번째 메이저대회인 프랑스오픈에 ‘흙신’ 라파엘 나달이 불참하기로 했다. 최근 18년간 롤랑가로스(프랑스오픈의 별칭)를 지배했던 그가 불참하는 것은 엉덩이 부상 때문이다. (본 코너 908회 ‘‘롤랑가로스(Roland-Garros)‘는 어떻게 만들어진 말일까’ 참조) 2005년 이 대회에 데뷔한 이래 18년 동안 한 번도 빼놓지 않고 출전했던 나달은 역대 최다인 통산 14승(메이저 22회 우승)을 거뒀다. 나달이 곧 프랑스오픈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나달이 로저 페더러, 노박 조코비치와 세계테니스 ‘빅3’를 오랫동안 이뤘던 것은 클레이코트에서 유일하게 열리는 프랑스오픈에서 절대 강자였기 때문이다. 프랑스오픈 측은 “가슴 아픈 결정”이라며 나달의 불참을 안타까워했다. 나달은 지난 해 호주오픈과 프랑스오픈 우승 이후 부상 때문에 정상적인 경기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올해 호주오픈에서 톱시드로 참가했지만 2회전에서 세계랭킹 65위의 매켄지 맥도날드를 상대로 세트 스코어 0-3(4–6, 4–6, 5–7) 완패를 당하면서 일찌감치 짐을 쌌다. 전문가들은 나달이 부상과 함께 슬럼프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었다.

영어용어사전 등에 따르면 영어 ‘slump’는 어원이 떨어진다는 의미를 가진 노르웨이어 ‘slumpe’이며, 중세 영어 ‘slumpen’을 거쳐 17세기부터 현대적인 의미로 사용됐다. 중세 영어로 구부러지다 또는 무거워지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었다. 이는 현재의 의미와 어느 정도 관련성이 있다. 예를 들면 경제적인 슬럼프는 경제의 주축이 무거워지거나 구부러진 상태를 나타낸다.

또한, ‘slump’는 일부 기록에 따르면 14세기 중반에 등장한 미국 다이아몬드 지역에서의 채굴 작업 관련 용어로도 사용됐다고 한다. 채굴자들은 깊은 구덩이를 파고 난이도가 증가하는 작업에 직면하게 되었는데, 이를 ‘slump’라고 불렀다는 것이다. ‘slump’는 어려운 상황에 처하거나 어려움을 겪는 상황을 의미하는 용어로도 사용됐다고 한다.

스포츠용어로 슬럼프는 팀이나 선수가 부상, 입스 등에 의해 통상 성적보다 경기력이 저하된 상태가 계속되는 기간을 뜻한다. 미국야구전문가 폴 딕슨의 야구사전에 따르면 ‘slump’는 1893년 처음 사용했다고 설명한다. 당시 미국 필라델피아 소재 ‘노스 아메리카’지는 ‘보스턴, 뉴욕, 필라델피아 팀들이 비참한 모습으로 전락한 것은 충격이다, 이들이 일시적인 슬럼프에 빠진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고 전했다.

우리나라 언론은 일제강점기 때부터 슬럼프라는 단어를 표기했다. 조선일보 1934년 8월24일자 ‘연전농구합숙연습(延專籠球合宿練習)’ 기사는 ‘지난해동안의 화려(華麗)한활약(活躍)의역사(歷史)를이저바린듯이 금춘이래완전(今春以來完全)히『슬럼프』에빠진 연희전문학교농구부(延禧專門學校籠球部)에서는 닥처올씨—슨을압두고 권토중래(捲土重來)하야석일(昔日)의빗나는 왕좌(王座)를회복(回復)할의기(意氣)로지난이십일(二十日)부터 동교(同校)에서합숙연습(合宿練習)을개시(開始)하엿다한다’고 전했다.

슬럼프는 심리적, 신체적 또는 정서적으로 복합한 형태가 원인이라는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원인을 파악하기 어려운 일종의 혼란 상태가 슬럼프인 것이다. 이 때문에 스포츠 선수 등이 일시적으로 슬럼프 상태에 떨어져 본래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실력을 발휘하지 못할 때가 있다. 슬럼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일단 자신의 환경에서 벗어나 일정 시간을 두는 것이 좋다고 한다.

세계적인 톱스타부터 일반 동호인까지 테니스를 하는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겪게 마련인 슬럼프는 생리적인 원인 못지 않게 심리적인 원인도 큰 영향을 미친다. 부정적인 사고방식을 마음속에서 내쫓지 못하면 슬럼프에 빠질 수가 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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