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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모로코, 프랑스 상대로 '식민지 설움' 복수 할까..4강에서 격돌

2022-12-12 13:27

8강전에서 포르투갈을 꺾은 모로코 팀 [사진=연합뉴스]
8강전에서 포르투갈을 꺾은 모로코 팀 [사진=연합뉴스]


모로코가 카타르 월드컵에서 식민지 역사의 아픔을 씻어낼 수 있을까.

모로코는 11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앗수마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카타르 월드컵 8강전에서 유시프 누사이리(세비야)의 결승골에 힘입어 포르투갈에 1-0으로 이겼다.

16강에서 스페인을 꺾어 이베리아반도 국가를 모두 제압하고 4강에 오른 모로코는 8강에서 잉글랜드를 꺾은 프랑스와 결승 진출 티켓을 놓고 격돌한다.

공교롭게도 4강 상대 프랑스 역시 스페인처럼 수탈의 아픔을 줬던 옛 식민 통치국.

모로코는 일제에 국권을 뺏긴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스페인이 지브롤터 해협을 가운데 두고 이웃한 모로코에 전쟁을 선포, 1860년 불평등 조약을 맺어 최혜국 대우를 강요하고 점령지를 확보했다.

16강전에서 스페인을 이긴 모로코 팀 [사진=연합뉴스]
16강전에서 스페인을 이긴 모로코 팀 [사진=연합뉴스]

20세기부터는 프랑스마저 눈독을 들였고, 두 국가의 제국주의적 욕망에 모로코는 주권이 인정되지 않는 '보호령'으로 떨어졌다.

이 과정은 두 나라가 모로코의 영토를 나눠 먹는 식이었다.

1902년, 1904년, 1912년 등 수 차례 조약을 통해 각자 점령 지역 범위를 조정하면서 광산, 대농장 등을 통한 경제 수탈을 이어갔다.

토착 세력이 1921년부터 수년간의 '리프 전쟁'을 시작했지만, 스페인과 프랑스의 협공에 패퇴해 모로코는 식민지 신세로 전락했다.

이때 쌓은 군사 공적을 발판으로 독재자가 된 프란시스코 프랑코는 정권을 잡은 후 모로코의 독립운동을 강경하게 탄압했다.

그러나 해방을 염원하는 모로코인들의 강력한 저항에 프랑스는 1956년 프랑스령 모로코의 독립을 인정했고, 스페인도 곧 자국령 모로코에 대한 오랜 집착을 단념해야 했다.

모로코는 지난 7일 12년 만의 우승을 꿈꾸던 '무적함대' 스페인을 카타르 월드컵 16강에서 탈락시키면서 역사의 한을 조금이나마 풀었다.

아프리카 팀 최초로 월드컵 4강에 오른 모로코 국민들이 파리 시내에서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아프리카 팀 최초로 월드컵 4강에 오른 모로코 국민들이 파리 시내에서 기쁨을 나누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스페인과 맞대결에서 처음 거둔 승리였다. 이전까지 모로코는 스페인에 역대 1무 2패로 뒤졌다.

또 다른 이베리아반도의 이웃 포르투갈까지 8강에서 잡아낸 모로코의 다음 목표는 프랑스다.

모로코인들은 서유럽을 향한 역사적 복수극에 환호하고 있다.

4강이 확정되자 모로코 수도 라바트에 거주하는 루브나 탈렙(34)은 미국 뉴욕타임스에 "대표팀은 모든 예상을 뛰어넘었고, 축구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믿게 해줬다"며 기뻐했다.

그러면서 "모든 모코로인이 어떤 역경도 견딜 수 있을 것 같다. 식민지배의 상처에서 모로코를 치유해준 대표팀에 영원히 고마워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니르라는 모로코 축구팬은 AP통신에 "프랑스와 맞붙고 싶다. 식민 역사가 얽힌 월드컵 경기를 이어가고 싶다"고 4강 대진을 반겼다.

4강전에서 모로코와 격돌할 프랑스 공격수 킬리안 음바페 [사진=연합뉴스]
4강전에서 모로코와 격돌할 프랑스 공격수 킬리안 음바페 [사진=연합뉴스]


철통 수비를 자랑하는 모로코 풀백 아슈라프 하키미(파리 생제르맹)는 스페인 마드리드 태생이다. 부모가 모로코에서 태어나 스페인으로 이주했다.

레알 마드리드 유소년 시스템을 통해 성장한 하키미는 자신의 정체성을 좇아 모로코 대표팀에 합류했다.

왈리드 라크라키 감독도 프랑스 태생이다. 그는 현역 시절 프랑스 프로축구리그에서 풀백으로 오래 활약했다.

라크라키 감독은 '복수'를 넘어 우승을 바라보고 있다.

그는 포르투갈전 승리 후 "꿈을 꾸는 데는 돈도 들지 않는다. 우리도 우승을 꿈꿀 수 있다"고 말했다.

모로코와 프랑스의 4강전은 15일 오전 4시(한국시간) 알바이트 스타디움에서 펼쳐진다.

[전경우 마니아타임즈 기자/ckw862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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