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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세 김강민과 세가지 나이

2022-11-08 08:09

나이는 3가지가 있다. 세월의 나이, 육체와 관습의 나이 그리고 정신의 나이다.
최고령 대타 끝내기 홈런의 김강민(사진=연합)
최고령 대타 끝내기 홈런의 김강민(사진=연합)


처음 웃는 어린 아이를 가르키는 해제(孩堤·2세)나 한자를 파자(破字)하여 자획을 풀어 나눈 파과(破瓜·여자16세), 상수(桑壽·48세), 희수(喜壽·77세)와 뜻을 풀이 한 망팔(望八·80을 바라보는 71세), 망구(望九·90을 바라보는 81세로 할망구의 어원)는 세월이 가면 절로 먹는 나이.

‘인생 열 살은 유(幼)니 배우기를 시작하고 스무 살은 약(弱)이니 관례를 올리고 마흔 살은 강(强)이니 벼슬을 한다’는 것은 육체의 관습의 나이.

공자가 말한 ‘열 다섯에 학문에 뜻을 두고(志學), 서른에 이루고(立), 마흔에 생각이 헛갈리지 않고(不惑), 쉰에 천명을 알고(知天命), 예순에 순리를 깨달았다(耳順)는 정신의 나이.


‘10세에는 과자, 20세에는 연인, 30세에는 쾌락, 40세에는 야심, 50세에는 탐욕에 움직인다. 인간은 어느 때가 되어야 지혜를 좇게 될까’는 루소의 말도 정신세계를 강조한 나이론이다.

세월의 나이와 정신의 나이는 일치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건강나이라고 할 수 있는 육체의 나이도 보이는 나이나 생각하는 나이와는 또 다르다.

독서와 명상을 생활화하며 열정을 지니고 살아가는 사람에게 세월의 나이가 숫자에 불과하듯, 목표의식과 도전 정신속에 몸 관리를 잘한 사람에게도 그냥 지나가는 시간은 무의미하다.


그러나 운동선수의 나이가 40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운동선수의 그 나이는보통사람의 60~70대. 10여년전만해도 은퇴하지 않으면 주책이라거나 노욕(老慾)이라는 말을 들었다.

실제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지는 시기로 마음은 굴뚝같아도 몸이 따르지 않아 선수생활을 접을 수 밖에 없다.

프로야구 SSG 랜더스의 김강민은 1982년 9월 13일생이다. 7일 열린 키움과의 한국시리즈 5차전 9회말은 만40세 1개월 26일.

그래도 그가 대타로 들어서자 관중석에서 ‘김강민 홈런’이라는 외침이 터져나왔다. ‘영혼 없는 희망사항’이었으나 그 순간 김강민의 방망이가 돌았다.

2-4가 한순간에 5-4가 되었다. 최고령 끝내기 홈런이자 26년만의 포스트 시즌 대타 홈런(1996년 쌍방울 박철우 PO1차전)이었다.

랜더스 팬들과 구단주 정용진을 무한정 들뜨게 ‘꿈 같은 한방’이었다.

‘뭐가 되었든 난 내 할 일을 한다’는 김감민에게 나이는 그저 숫자에 불과했다. 그건 우리 모두에게도 똑 같은 진리다.

[이신재 마니아타임즈 기자/20manc@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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