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포켓볼과 3쿠션은 비슷하지만 다른 길. 프로 원년 엉겁결에 우승했지만 이후 2년여간 고난의 행군을 했다.
분명 정상급 실력자였지만 정상은 밟지 못했다. 뭔가가 조금씩 부족했다.
원년엔 노련한 임정숙에게 밀렸다. 이듬 해엔 젊은 피 이미래에게 잡혔다. 그리고 그 다음 엔 캄보디아 특급 스롱피아비에게 눌렸다.

도전의 세월. 포켓볼 샷이 빠지면서 그 자리에 3쿠션의 샷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그래도 단숨에 되지는 않았다. 거북이 걸음처럼 늦었지만 조바심을 내진 않았다. 그 끝을 알기 때문이었다.
2년여 진화의 시간. 샷 감이 확 올라왔다. 몸이 먼저 말을 했다. 마음도 분명 다르다는 걸 느꼈다.
올 1월 NH카드 챔피언십, 결과가 나타났다.
8강전에서 일본의 3쿠션강자 아야코, 4강전에서 차유람, 그리고 결승에서 강지은을 꺾고 정상에 올랐다. 2019년 12월 첫 정상 후 꼬박 2년 1개월여만이었다.
두번째 우승은 ‘어쩌다가’가 아니었다. 컨디션이 조금 나빠도 뚫고 나갈 수 있는 단단한 실력이 밑에 있었다.
2개월 후 SK 렌터카 월드 챔피언십. 상금 1억원의 왕중왕 전이었다. 올시즌 7천만원으로 줄었지만 최고 대회.
결승에서 스롱피아비를 만났다. 후배지만 3쿠션 경력은 더 긴 악바리 천재. 만날 때 마다 쉬운 공을 놓치면서 묘하게 계속 졌다.
반드시 극복해야 하는 상대였다. 5세트에서 9연타를 쏘아 올리며 4-1로 승리, 세번째 우승컵을 안았다.
포켓볼 여제에서 3쿠션 여제로 제대로 탈바꿈한 순간이었다. 그리고 10월을 보내면서 네번째 우승컵을 차지했다.
시즌이 다르고 성격도 다르지만 김가영은 올해 1월, 3월, 10월 등 10개월동안 3번이나 우승했다.
이젠 더 이상 ‘무관의 여제’가 아니다. 오는 12월초 대회에서 우승하면 5관왕이고 그러면 최다관왕이 된다.
김가영 보다 앞서 4관왕에 오른 건 이미래와 휴온스 대회 결승 상대였던 임정숙. 3관왕은 임정숙이 먼저였고 4관왕은 이미래가 먼저였다.
한번 싸움으로 끝날 다관왕 경쟁이 아니다. 한동안 그 경쟁은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경쟁도 셋만의 싸움은 아니다. 3관왕 스롱 피아비가 강력한 추격군이다.
김가영은 3년 걸렸지만 스롱은 1년여 사이에 3관왕이 되었다. 지난 해 6월 김가영을 누르고 첫 우승했는데도 그렇다.
최다관왕 싸움. 김가영, 이미래, 임정숙 그리고 강력한 후보군 스롱피아비가 매 대회 4파전을 벌일 것 같다.
[이신재 마니아타임즈 기자/20manc@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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