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소식을 전해들은 구천은 기선을 잡기 위해 오나라에 먼저 쳐들어갔으나 대패했다. 이에 구천은 잠자리 옆에 쓸개를 매달아 놓고 매일 핥았다. 쓸개의 쓴맛을 되씹으며 복수의 이를 갈았다.
이렇게 부차의 와신과 구천의 상담이 합쳐서 된 말이 와신상담이다.
한나라 대장군과 제나라 왕이 된 한신은 젊은 시절 제나라에서 밥이나 얻어먹는 백수임에도 항상 보검을 차고 다니다 동네 건달들에게 굴욕을 당한다.
한 건달이 한신에게 자기 가랑이 밑으로 기어가라고 한 것이다. 이에 한신은 그 건달을 한참 바라본 후 그의 다리 밑으로 기어간다. 일생의 흑역사인 과하지욕이었다.
이 일이 있은 후 사람들은 한신을 천하에 비겁한 자라며 대 놓고 무시한다.
그러나 한신은 그런 모욕을 견디며 마침내 제왕에 오른 뒤 자신에게 과하지욕을 안겨준 건달들을 찾는다.
모두들 건달들이 능지처참 당하리라 생각하지만, 한신은 그 건달 두목을 지금의 경찰서장에 임명하는 파격을 단행한다. 한신은 또 그에게 되레 고맙다고 인사한다. 자기에게 인내심을 가르쳐주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자 제나라 민심은 한신에게로 완전히 돌아선다.
손흥민(토트넘)이 최근 독일에서 겪었던 인종차별 사건에 대해 언급하면서 '복수'라는 단어를 썼다.
그는 "인종차별 때문에 많이 힘들었다"며 "언젠가 복수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독일 대표팀을 상대로 2-0 승리를 거둔 것을 두고 "인생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었다"고 했다.
또 독일 팀 선수들과 실망한 독일 팬들에 대해 동정심이 거의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람들이 울면 위로해주고 안아주고 싶다. 그러나 독일 팀을 이기고 나서는 그런 느낌이 없었다"고 말했다.
외국에서 생활하면서 인종자별을 당하지 않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인종자별은 한국에서도 일어난다.
그러나 그들은 부차와 구천처럼 와신과 상담을 하며 복수를 다짐하지는 않는다. 한신처럼 굴욕을 참으면서 '성공'으로 보복한다. 그리고 한신처럼 자신을 차별했던 사람들에게 "고맙다"라고 인사한다. 그런 굴욕이 있었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손흥민 역시 참을 수 없는 차별을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그런 차별을 참고 각고의 노력을 했기 때문에 월드클래스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
손흥민은 '성공'으로 보복한 셈이 됐다. 굳이 '복수'라는 단어를 쓸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독일인들의 인종차별 덕분에 성공할 수 있었다며 감사하다라는 말을 했으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손흥민을 차별했던 독일인들은 더 미안해할 것이고 그를 '대인배'로 더욱 존경할 것이다.
[장성훈 선임기자/seanmania2020@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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