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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수의 사람 ‘人’] 김홍 중고배구연맹 회장은 왜 배구계의 '페스탈로치'로 불리게 됐을까

2022-03-11 14:45

‘No Pain, No Gain’은 ‘고통 없이 결실이 없다’는 유명한 영어속담이다. 피땀 흘리는 노력으로 더 큰 가치의 보상을 약속하는 모토로 많이 사용되는 구호이다. 중고등학교 교과서에서 많이 볼 법한 이 영어속담을 만난 것은 엉뚱하게도 중고배구대회 팜플렛에서다. 몇 년 전부터 한국중고연맹은 대회 때마다 만드는 대회 프로그램 책자 첫 장, 첫 문장으로 이 말을 집어넣었다. 경기에서 승리하고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노력하는 운동선수들이 고통과 스트레스를 견뎌내는데 적합한 구호로 내세운 것이다.

이 구호와 함께 대회 프로그램 책자에는 한국중고배구연맹 운영지침이라고 제시한 3대 목표가 눈길을 끈다. ‘Fun-Fun한 배구문화 정착’,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중·고연맹’, ‘교육(敎育),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 초석(礎石)’이다. 그 뒤로 ‘1일 1회 한국중·고배구연맹 홈페이지 보기’라는 문구가 들어있다.

중고배구연맹 대회 프로그램 책자는 독특한 컨셉의 내러티브가 있다. 첫 째는 연맹의 비전과 목표를 제시한 것이다. 중고등학생 선수들을 상대로 스포츠단체인만큼 교육적인 지향점과 목표를 확실히 보여준다. 운영지침을 확실히 정해놓고 공지한 것은 이런 이유이다. 물론 운영지침만 갖고서는 연맹이 바로 서지 않는다. 회원들이 올바른 사고와 자세를 갖지 않으면 운영지침도 지킬 수 없다.

따라서 여기에 필요한 둘째 내러티브가 등장한다. 한국 중·고배구연맹인의 다짐이다. 프로그램 두 번째 장에 선언문이 실려 있다. ‘안된다는 생각을 갖지 않습니다.: 도전정신.’ , ‘큰 목표를 갖습니다. : Vision.’, ‘학업과 배구를 물고 늘어집니다.’ , ‘지나칠 정도로 정성을 다 합니다. : 감동’, ‘이유를 찾기 전에, 자신 속의 원인을 찾아 해결합니다.’, ‘겸손하고 친절하게 행동합니다. : 본분 지키기’, ‘항상 생각하고 연구해서 배구에 최고가 됩니다.’, ‘서로 협력하고 의지하는 것을 생활화합니다.’ , ‘서로 방관하지 말고 주인의식을 갖습니다.’, ‘서로 가족으로 매너를 지키고 상대방을 배려합니다,’라며 회원들간에 덕행과 수행에 필요한 말들이 적혀 있다.

이런 내러티브를 가능하게 한 이는 김호(63) 한국중고배구연맹 회장이다. 5년전 중고연맹 회장을 맡아 4년 임기를 채우고 지난 해 연임된 김 회장은 배구계에서 ‘페스탈로치 회장’으로 불린다. 페스탈로치는 18세기 스위스의 교육자이며 사회비평가이다. 그는 대중의 교육에 진력하며 교육의 목적을 '머리와 마음과 손'의 조화로운 발달에 두고 노동을 통한 교육에 힘써던 위인이다.

김 회장은 중고연맹 회장을 맡으면서 연맹 체제와 대회 운영 등에 새로운 교육 바람을 불러 일으켰다. 90여개 중고 배구팀을 회원으로 갖고 있는 연맹을 참된 교육단체로서 거듭 태어나게 한 것이다. 변화의 바람 속에는 두 가지의 내러티브가 포함돼 있다.

환경 관련 기업체를 운영하는 김 회장은 최고행복경영자(Chief Happiness Officer, CHO)라고 자칭하며 일상 속에서도 산 교육을 실천하고 있다. ‘Me First(나 먼저) 캠페인’도 이 중 하나이다. 이와 관련해 환경 캠페인에선 ‘내가 하는 자연보호 보기에, 느끼기에, 실행하기에 참~~좋구나’라는 구호를 내걸었다. 교통 캠페인에선 ‘내가 반듯이 변한 후에 지적질, 그래야만 올바르다’는 구호를 세웠다.

오산 산업단지에 위치한 김 회장 회사에는 중고연맹 사무실도 함께 갖추고 있다. 환경 사업체를 경영하며 중고연맹 회장으로 교육자적인 삶을 사는 김 회장을 10일 회사 사무실에서 만나 인터뷰를 가졌다.
열심히 재미있게 살자는 게 인생 모토인 김홍 중고배구연맹 회장은 뛰어난 문장력과 말실력으로 잘 다듬어진 대회 프로그램 축사나 격려사 등을 통해 많은 배구인들에게 '페스탈로치 회장님'으로 불린다. [정지원 기자]
열심히 재미있게 살자는 게 인생 모토인 김홍 중고배구연맹 회장은 뛰어난 문장력과 말실력으로 잘 다듬어진 대회 프로그램 축사나 격려사 등을 통해 많은 배구인들에게 '페스탈로치 회장님'으로 불린다. [정지원 기자]


회장님, 회장님, 우리 ‘페스탈로치’ 회장님

김 회장이 여러 사람들에게 건네는 명함은 보통 명함보다 배 이상 크다. 명함에는 이름과 함께 ‘일체유심(一切有心)=긍정(肯定)‘이라는 고사성어와 ’쓸모있는 사람이 되겠습니다‘라는 글귀가 보인다. 또 내 입장 진리’와 ‘상대 입장 진리’라는 문구가 포함돼 있다. ‘내 입장 진리’에는 ‘남 떡이 항상 커 보인다’, ‘첫 술에 배 부르랴’, ‘정승집 개가 죽으면 사방 삼십리가 문상객이고, 정승이 죽으면 삼십리에 개만 짖는다<있을 때 잘 한다, -끈 떨어진 연>’이라는 속담이 소개 돼 있다. ‘상대 입장 진리’에는 ‘개구리 올챙이적 생각 못한다’,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 ‘말로 떡을 하면 조선이 다 먹고, 말로 연애하면 자손이 귀하다’는 속담이 올라 있다.

-사업가로 활동하시면서 마치 ‘도덕군자(道德君子)’와 같은 선생님 역할을 하는 이유는.

“열심히 재미있게 살자는게 내 인생 모토이다. 그동안 내가 가꾸었던 덕행과 수행이 널리 퍼져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고 싶다. ‘임금은 임금답게, 신하는 신하답게, 아버지는 아버지 답게, 아들은 아들답게(君君臣臣父父子子)’라는 ‘논어(論語)의 어귀처럼 평소의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고자 노력하고 있다.”

-지난 5년간 중고연맹 회장으로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데.

“중고배구연맹은 학생 선수들이 주축이 된 단체이므로 교육기관이라고 할 수 있다. 중고 배구 선수들은 한국배구의 젖줄이다. 연맹은 어린 동량(棟梁)들을 잘 교육시켜 우리나라의 백년대계의 주역으로 만드는 중추적인 책임과 역할을 해야한다. 육체적으로 건강하고 정신적으로 다듬어진 선수를 육성해야 한국 배구도 발전하고 국가발전에도 이바지 할 수 있다. 연맹은 교육적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주인없는 단체가 아닌 모두가 하나인 ‘원팀’이 되야 한다. 운영지침과 배구인 다짐 등을 만든 것은 ‘원팀’이 되기 위한 방법이기도 하다. ”

-대회 프로그램 책자에 실리는 회장 대회사나 격려사도 직접 작성한다고 하는데.

“회장을 맡기 전에 보니까 프로그램 축사 등은 너무 형식적인 말들로만 돼 있었다. 진정성은 물론 성의도 없게 보였다. 매번 대회 때마다 내가 갖고 있는 생각을 담아 대회사와 축사, 격려사 등을 직접 쓰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의외로 주위 분들이 좋게 보는 것 같다. 고맙고 감사한 일이다. ”

신춘문예 등단을 꿈꿔던 문학청년에서 사업가로

김 회장은 대학에서 중문과를 다니며 한때 신춘문예 등단을 꿈꿨던 문학청년이었다. 그가 쓴 글은 상당한 미문(美文)에 철학적 가치를 많이 담고 있다. 중고배구대회 프로그램에 실린 그의 대회사나 격려사 등을 읽어보면 그의 문장력이 어느 정도인지를 잘 알 수 있다. 지난 1월 강원도 인제에서 열렸던 제54회 대통령배 전국남녀중고배구대회 팜플렛 대회사를 보면 그가 평소 갖는 교육철학과 삶의 가치를 엿볼 수 있다. ‘축하를 올립니다. 초등은 중학교로 중등은 고등학교로 성장하고 고교는 각자 뜻과 비전을 향해 대학과 실업과 프로로 커감에 대견함도 함께 했지요. 그러며 한 해를 시작하네요. 올 성장을 기대하며 맘껏 뛸 수 있는 축제의 멍석을 강원도하고도 인제군에 대통령배 제전을 펼칩니다’로 돼 있다. 학교 교육과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대회 장소인 인제군에서 축제를 즐기자는 내용이다.

지난 해 11월 제32회 CBS배 전국남녀중고배구대회 격려사에는 ‘각 학생들과 지도자, 학부모와 관계자 모두가 별난 덕분에 불평불만 대신에 그 별스러움을 팀에 통합해 시너지 효과를 얻고 배우는 거지요. 아울러 ’조언‘은 현재라는 색채, 과거라는 빛깔, 미래라는 밝은 색조의 물간이 든 상자를 선사하는 접근법을 시도해야 함을 말하고자 합니다. 충북은 아름답고 단양을 우뚝 서 있습니다. 여러 조건에서 월등한 지리적, 인적 자원 등을 칭송하며 한국중고배구연맹 최고와 기독교 방송 무궁과 단양군 만만세, 감사합니다’라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문학청년 때의 모습은 어떠했나.

“어릴 적 고향(평택)에서 자라며 서당 선생님으로부터 한자를 배웠다. ‘천자문’을 거쳐 ‘대학’까지 배우며 한자를 공부했다. 자연스럽게 책읽기를 좋아하며 글 쓰는 것도 좋아했다. 대학에 진학한 뒤 소설로 신춘문예에 등극하고 싶었지만 이를 실현하지 못하고 졸업이후 환경관련 회사에 취업하고 말았다. 아직도 문청의 꿈을 버리지 못해 경기일보에 정기 칼럼을 게재하기도 하며 글쓰는 것을 좋아한다.”

-가장 좋아하는 소설가는 누구인가.

“작고한 ‘나림’ 이병주(1921-1992) 소설가를 좋아한다. 그의 소설 전작을 다 읽었다. 장편 소설 ‘지리산’은 물론 ‘산하’, ‘그해 5월’, ‘관부 연락선’ 등 우리의 현대사를 소재로 한 역사 소설을 특히 즐겨 읽었다. 언론인 출신으로 지식도 풍부한 이병주 소설을 다시 읽고 싶어 최근 전작을 구입해 사무실 서가에 비치해 틈나는대로 다시 읽는다. ”

 한때 문학청년을 꿈꿨던 김홍 회장 사무실 서가 모습. 지적 수준이 높은 전문 도서들이 많이 보인다.
한때 문학청년을 꿈꿨던 김홍 회장 사무실 서가 모습. 지적 수준이 높은 전문 도서들이 많이 보인다.


그의 사무실 서가에는 이병주 소설 전집 말고도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의 ‘부의 미래’, 조선시대 선비들의 필독서 ‘통감절요’, 프랑스 경제학자 토미 피케티의 ‘자본과 이데올로기’, 중국 정치학자 류써화의 ‘중국정치사상사’ 등 문학 뿐 아니라 정치, 경제 등에 걸쳐 다양한 종류의 책이 백여권 꽂혀 있었다. 그의 문장력이 끊임없는 독서에서 나온 것임을 엿볼 수 있게 했다. 김 회장은 환경 관련 사업체인 초록그룹을 설립해 환경컨설팅 회사인 초록엔텍과 폐수처리 관리대행회사인 에코리프로덕션서비스 두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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