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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가영, 오구파울. “실수 할 수 있어. 그럴 수 있어”. 읊조리며 정상 직진

2022-01-05 07:50

3연속 공타였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13이닝 세 번째 공타는 안 친거나 마찬가지였다.

첫 우승 때보다 몸과 마음이 더욱 발전한 김가영(사진=PBA)
첫 우승 때보다 몸과 마음이 더욱 발전한 김가영(사진=PBA)

공을 맞췄는데도 심판은 파울을 외쳤으니까.

아차 싶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3세트, 강지은의 샷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앞 선 1, 2 세트와는 달랐다. 1이닝에서 처음 득점하며 3:0으로 앞서 나갔다.

김가영이 4이닝초, 뱅크 샷 2개로 4점을 따내자 마자 2연타로 맞서며 다시 경기를 뒤집었다.

6이닝 2연타, 7이닝 3연타에 이어 10이닝 1점으로 10점 고지에 올라섰다. 충분히 득점할 수 있었던 세트 포인트를 마저 따내지 못해 찜찜했지만 10:7이니 그다지 걱정 할 일은 아니었다.

그런데 그 마지막 한 방이 두 번이나 더 빗나갔다. 그 사이 강지은이 따라왔다. 10이닝 10:10이었다.

강지은도 두차례나 마무리를 하지 못했다.

13이닝 꽤 괜찮은 공이 왔다. 뒤돌려치기, 길이 잘 보였다. 설계를 끝내고 엎드렸다.

순간, 경기장은 ‘소리 없는 아우성’ 속에 빠졌다. 모두 다 아는데 선수 김가영만 모르고 있는 사실. 알지만 그 누구도 이야기 하면 안되는 사실.

“아, 아닌데..: 방송 캐스터와 해설자가 나지막이 말했다.

김가영이 엎드린 곳은 엉뚱한 곳이었다. 지금까지 쭉 쳐왔던 하얀색 내공 앞이 아니었다. 노란색 강지은의 공 앞이었다.

막판에 실수를 깨닫고 다시 일어설지도 모르는 일. 하지만 이미 모든 생각을 정리한 김가영이 큐를 길게 내뻗었다.

치는 순간 들어갈 것을 알았다. 하지만 그 순간 심판은 파울을 외쳤다. 도는 공을 보면서 그때서야 깨달았다. 내 공이 아님을.

김가영이 친 공은 그대로 목적구에 가 닿았으나 ‘오구 파울’이 선언 된 공이었다.

내 공도 쉬운 배치여서 더욱 안타까웠다.

강지은이 바로 들어섰다. 뒤돌리기가 만만한 공이었다. 타임 파울일 경우 재배치하지만 오구 파울은 그대로 경기를 진행한다. ‘그저 먹은 세트 포인트’였다.

숨막혔던 세트 포인트 싸움은 그렇게 엉뚱하게 흘러갔다.

순간의 실수로 세트를 내준 김가영. 2-1이지만 향방을 알 수 없었다. 행운의 플루크에 살고 아차 실수에 망가지는 것이 당구이므로.

“스스로 다독였죠. 실수 할 수 있어. 그럴 수 있어.”

말도 안되는 실수. 스스로를 다독이며 호흡조절한 김가영. 그래서 꿋꿋했다. 그만큼 성장한 것이었다.

4세트 4이닝에 4연타를 터뜨리며 7:1까지 치고 나갔고 더 이상 큰 실수는 하지 않았다.

“제 실수를 잘 용납하지 못하는 편입니다. 스스로 망가져 컨트롤을 잘 못하곤 합니다. 머리는 받아 들이는데 몸은 그렇지 않아요. 하지만 이젠 실수를 편안하게 받아드릴 때도 되었습니다. 아직도 완전하지는 않지만…”

지면서 깨달은 해법. 적어도 이날만은 그 실수가 화근이 아니었다. 정신을 다잡게 해준 고마운 회초리였다.

[이신재 마니아타임즈 기자/20manc@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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