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재 삼성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팀의 정체성 상실이다. 농구는 흐름의 스포츠지만, 삼성은 공격과 수비 어디에서도 확고한 팀 컬러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화끈한 공격 농구를 구사하는 것도, 질식할 듯한 수비로 상대를 압박하는 것도 아니다. 경기 초반 대등하게 맞서다가도 승부처인 4쿼터만 되면 모래성처럼 무너지는 패턴은 이미 삼성의 고질병이 됐다. 이는 단순한 체력 저하를 넘어 팀 전체에 패배주의가 깊게 뿌리내렸음을 의미한다. 지더라도 이상하지 않다는 무기력한 분위기가 코트를 지배하고 있다.
선수 구성의 비효율성도 심각한 수준이다. 삼성은 매 시즌 자유계약(FA) 시장에서 대어급 선수들을 영입하며 전력 보강에 열을 올렸고, 샐러리캡 소진율 또한 상위권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막대한 자금을 투입한 결과는 참담하다. 베테랑 선수들은 부상과 노쇠화로 제 몫을 다하지 못하고 있으며, 팀의 미래로 기대를 모았던 드래프트 상위 지명 유망주들은 성장이 정체된 상태다. 특히 가드진의 불안과 외국인 선수 선발 실패는 매년 되풀이되는 실책이다. 이는 프런트의 선수 평가 시스템과 육성 역량에 근본적인 의구심을 갖게 한다.
최근 불거진 감독의 경기 지각 사건은 구단의 관리 체계가 얼마나 허술한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프로 구단에서 결코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발생했다는 것은 팀의 기강과 시스템이 사실상 붕괴했음을 방증한다. 현장 스태프와 사무국 간의 소통 부재, 그리고 긴장감 없는 구단 운영이 명문의 몰락을 가속화하고 있다.
이제 삼성에 필요한 것은 당장 눈앞의 1승을 위한 미봉책이 아니다. 뼈를 깎는 인적, 물적 쇄신이 수반된 '리빌딩'이다. 우선 구단 운영의 전권을 쥐고 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전문성 있는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 단기 성적에 급급해 노장 선수들에게 의존하는 대신, 3~5년 뒤를 내다보고 팀의 중심축이 될 어린 선수들에게 확실한 기회를 부여해야 한다. 실패하더라도 삼성만의 고유한 농구 철학을 정립하고 이를 시스템화하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한다.
또한, 팬들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투명하고 과감한 변화를 보여줘야 한다. 과거의 영광에 안주하는 '명문'이라는 타이틀은 오히려 독이 되고 있다. 스스로를 리그에서 가장 낮은 곳에 있는 도전자라고 인정하는 순간부터 진정한 재건은 시작될 수 있다. 삼성이 지금의 위기를 방치한다면, 서울 삼성은 더 이상 팬들에게 자부심이 아닌 아픈 손가락으로 남게 될 것이다. 구단의 존립 기반을 다시 다지겠다는 각오로 모든 것을 바꿔야 할 시간이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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