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 팔을 치켜 들며 포효하던 전웅태는 뒤 이어 들어오는 정진화를 뜨겁게 끌어안았다.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를 올림픽에서 또 메달을 놓쳤지만 정진화는 후배 메달리스트 전태웅을힘껏 안으며 그의 등을 두드려 주었다.
눈물과 함께 한 축하의 포옹.
나란히 시상대에 서고 싶었다. 충분히 그럴 수 있었다. 마지막 코스에들어설 때 정진화는 2위, 전웅태는 4위였다. 세 번의 올림픽 중 최고 기록이었다.
32세의 그에게 마지막 관문인 레이저 런은 쉽지 않았다. 800m를 달린 후 레이저 총 5발을맞추고 그것을 4차례 해야 하는 경기라 체력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도쿄 올림픽이 예정대로 1년전에 열렸다면 그 만큼의 체력이 살아 있을 터였지만 4위보다 16초 먼저 출발하므로 어쨌든 메달은 딸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힘이 좀 딸렸다. 달릴수록 힘이 들었다. 네 번째 800m 후 페이스가 떨어졌다. 그래도 이 악물고 달렸다.
전웅태는 2위권으로 치고 올라갔으나 그는 4위권 그대로였다.,
앞서 달리던 후배 전웅태가 3위로 골인 했다. 그의 뒷모습을 보고 뛰었던 그는 4위였다. 함께 메달을 따자던 약속을 지키지는 못했으나 어쨌든 ‘우리’가 메달을 따서 다행이었다.
절반의 성공. 아쉬움, 미련, 후련함, 미안함등 여러가지 감정이 겹쳐 일어나면서 눈물이 흘렀다.
정진화는 대한민국 근대 5종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렸다.
세계선수권 최초의 우승자로 2017년 처음으로 세계 랭킹 1위에 올랐다. 2012년 런던 올림픽, 11위, 2016년 리우 올림픽 13위로 모두 대한민국 역대 최고 였다.
벌써 10여년, 선배들이 공들여 닦은 길을 더욱 열심히 닦아 세계적인 선수들과 경쟁 할 수 있는 수준까지 올려놓았다.
그의 뒤를 전태웅이 열심히 따라왔다. 잘하면 도쿄에서 함께 메달을 딸 수 있었다. 그럴 수 있는 실력이었고 바로 눈 앞 이었으나 한 등 차이로 둘중 한 명만 메달을 차지했다.
7일 ‘2020 도쿄 올림픽’ 근대5종 남자부 경기에서 4위를 한 정진화. 자신의 올림픽 기록을 뛰어 넘었지만 메달 획득엔 실패했다.
아쉬움이 진한 마지막 올림픽이지만 그가 열심히 다져 놓은 그 길을 뒤따라 온 전웅태가 메달을 땄기에 그나마 아쉬움을 달랠 수 있었다.
다음 올림픽의 대한민국 목표는 금메달. 정진화는 그 금메달에 어떻게 든 기여하고 싶다.
[이신재 마니아타임즈 기자/20manc@maniareport.com]
<저작권자 © 마니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