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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346] 골 세리모니(Goal Ceremony)인가, 골 셀러브레이션(Goal Celebration)인가

2021-04-09 06:42

8일 2020-2021 UEFA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 바이에른 뮌헨과의 원정 경기에서 2골을 넣은 PSG 킬리안 음바페가  골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8일 2020-2021 UEFA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 바이에른 뮌헨과의 원정 경기에서 2골을 넣은 PSG 킬리안 음바페가 골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골을 넣고 이를 축하하는 행위를 보통 영어 발음 그대로 골 세리모니(Goal Ceremony)라고 말한다. 세리모니는 의식, 예식이라는 뜻이다. 굳이 우리 말로 번역하면 득점 뒤풀이로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말은 우리 끼리만 통하는 ‘콩클리시’이다. 원어민들은 골 셀러브레이션(Celebration)이라고 말한다.

웹스터 등 영어사전에 따르면 셀리브레이션은 어떤 중요한 결과에 대해 특별한 행위를 하는 것이다. 세리모니는 사회적, 종교적인 맥락에서 치러지는 일련의 절차와 형식을 갖춘 행위이다. 따라서 골을 넣고 자축하는 행동은 골 셀러브레이션이 맞는 표현이다.

영어소설 ‘하얀 전쟁(White Badge)’’으로 유명한 소설가이자 번역가인 안정효 씨는 글 ‘한국어가 있다’에서 골 세리머니의 오용(誤用)을 지적했다. “골 세리머니는 골 앞에 차려 자세로 줄지어 서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그동안 경기장에서 순직한 모든 축구인에 대한 1분간의 묵념을 거쳐 체육헌장을 낭송하는 정도가 돼야 제격”이라며 골 세리머니 사용을 자제할 것을 주문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에서 한국대표팀 거스 히딩크 감독은 자신의 전매특허인 어퍼컷 세리머니에 대해 국내 기자가 질문하자 “세리모니가 무슨 뜻이냐”라고 되물었던 것은 유명한 일화로 남아 있다. 영어 실력이 매우 뛰어난 히딩크 감독이 세리모니라는 단어 자체를 몰랐던 것은 아니었다. 세리모니를 어퍼컷과 연결해 잘못 사용함으로써 뜻을 잘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국내에서 골 세리모니라고 쓰게 된 것은 일본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현재 일본에서 골 세리모니를 음차해 ‘ゴールセレモニー(고오루 세레모니이)’라고 말한다. 국내서도 잘못 사용된 말이라는 것을 알고 TV 중계나 언론 등에서 세리모니보다 셀리브레이션이라는 표현을 점차 사용하는 게 늘고 있지만 아직까지 세리모니를 더 많이 쓴다.

보통 골 세리모니는 골대에 공을 넣어 득점이 되는 축구, 럭비, 미식축구, 하키, 농구 등에서 쓰나 한국에서는 축구에서만 주로 이 말을 쓰는 편이다. 축구에서 골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이다.

축구에선 다양한 골 세리모니가 펼쳐진다. 선수들이 자신만의 트레이드 마크로 개발해 재미있는 세리모니를 연출한다. 2002 한·일 월드컵에서 안정환은 미국과의 예선전에서 ‘쇼트트랙 세리모니’를 펼쳐 깊은 인상을 남겼다. 0-1로 뒤지던 후반 이을용의 센터링을 안정환이 살짝 머리도 건드려 골을 넣은 뒤 이 세리모니를 즉석에서 생산해냈다. 동계올림픽에서 미국 쇼트트랙 선수인 안톤 오노의 ‘할리우드 액션’으로 김동성이 금메달을 놓친 것을 안타깝게 생각했던 국민 감정을 풀기 위한 행동이었다.

국가대표팀의 경우에서 단체 세리모니가 많이 나온다. 월드컵에서 아프리카팀들이 전통 춤 세리모니를 보인다든지, 아랍팀들이 단체로 절을 하는 모습 등은 다양한 문화적 차이에서 나온 행위들이다. 일부 선수들은 셔츠의 특별한 문구를 새겨 세리모니를 하기도 한다. 2012 런던올림픽에서 박종우는 한국과 일본의 동메달 결정전에서 승리한 후 '독도 세리머니'를 펼치다 동메달 수여가 취소되는 상황도 발생했다. 나중 동메달을 받기는 했지만 FIFA는 원칙적으로 정치, 사회적인 의미가 담긴 세리모니를 금지시키고 있다.

큰 점수차로 이기거나 경기 시간이 얼마남지 않을 때 상대팀을 자극하는 세리모니를 자제하는 경향도 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결승에서 독일이 브라질에 7-1로 대승을 거둘 때 독일 선수들은 과도한 세리모니를 하지않고 간단한 하이파이브 등으로 골을 넣은 기쁨을 표현했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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