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0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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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물쇠 효과'에 갇힌 영국 열혈 축구팬 "EPL 없이는 살 맛이 안난다"'

2020-04-10 15:22

한산한 맨체스터유나이티드의 홈구장 올드 트래포드 앞 거리.[연합뉴스]
한산한 맨체스터유나이티드의 홈구장 올드 트래포드 앞 거리.[연합뉴스]
"EPL 없는 세상은 살 맛이 나지 않는다"
코로나19로 영국 프리미어리그(EPL) 중단사태가 길어지면서 영국 열혈 축구팬들의 상실감이 커지고 있다.

영국에선 스포츠 행사들이 줄줄이 취소됐다. 지난달 13일 프리미어리그가 중단됐으며 ,지난 1일에는 133회 윔블던 테니스 대회가 취소되었다. 이어 지난 6일에는 세계 4대 남자골프대회 중 하나인 브리티시 오픈(디 오픈)이 개최 불가를 선언했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며 영국 스포츠를 상징한 윔블던과 브리티시 오픈이 취소된 것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있는 일이다.
두 대회가 취소된 것은 코로나19가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영국 보건부는 9일까지 영국에서 총 6만 5077명의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영국 정부는 지난 달 23일부터 코로나19 확산방지를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을 실시하고 있지만 하루 4천명이 넘게 코로나19 양성반응을 보이는 등 사태가 가라앉을 분위기가 아니다.
현재 영국의 대표적인 스포츠 행사중에는 F1 그랑프리만이 남았다. 하지만 F1이 이미 코로나19 때문에 9개 대회를 취소한 것을 미루어 볼 때 이마저도 취소될 것이 유력해보인다.

윔블던대회와 브리티시오픈의 취소 소식은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그 충격은 오래 가지 않았다. 두 메이저 이벤트는 분명 역사가 깊은 대회이지만 연례행사 격이라서 대중들에게 피부 속 깊이 와닿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반면 영국 스포츠팬은 일상으로 자리잡은 프리미어리그 중단에는 민감하게 반응했다. 영국인들의 삶은 축구에 큰 영향을 받는다. 월요일 저녁 6시반에 열리는 경기로 한 주의 시작을 실감하는 영국인들은 챔피언스리그 경기로 화요일과 수요일을 보낸다. 또한 토요일 오후 3시 킥오프와 함께 주말의 여유로움을 느끼고 일요일 저녁 경기가 끝날때 즈음 주말을 마무리하며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를 한다.
맨체스터에서 오랜동안 거주하며 축구칼럼을 쓰는 로리 스미스 뉴욕타임즈 기자는 "영국인들에게 축구는 일일드라마와 같아서 공백이 더 명확하게 느껴진다"고 며 "EPL이 40주간 계속되는 장기 레이스이기도 하지만 접근성이 높은 대도시 지역에서 열리기 때문에 사람들이 직접 관람을 많이 한다"며 EPL의 공백이 유독 크게 느껴지는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EPL 팬들은 일상 속에 깊숙히 자리잡은 EPL 대신 다른 대체재를 찾지 못하고 EPL의 재개만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이른바 EPL '락인(Lock-in)효과'이다. 일명 '자물쇠 효과'로 소비자가 일단 어떤 상품에 익숙해져 다른 유사한 상품을 좀처럼 선택하지 않는 현상을 의미한다. EPL 재개 시점에 대한 소식만 무성한 가운데 축구팬들은 텅빈 축구장만 바라보며 깊은 한숨만 내쉬고 있다.

[이태권 마니아리포트 기자/report@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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