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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PGA 창립 13人의 인생스토리]③줄리 잉크스터 이전의 엄마 골퍼들

2016-03-25 00:34

▲앨리스바우어는LPGA투어선수중최초로자녀를데리고투어를다녔다.
▲앨리스바우어는LPGA투어선수중최초로자녀를데리고투어를다녔다.
[피닉스=마니아리포트 김세영 기자]줄리 잉크스터는 많은 여자 프로골퍼들의 롤 모델이다. 쉰여섯의 나이에도 여전히 프로골퍼로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고, 두 자녀의 엄마로서도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어서다. 잉크스터는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했고, 명예의 전당에 오른 데다 메이저 7승을 포함해 통산 31승을 기록 중이다.

더욱 놀라운 점은 그녀가 메이저 7승 중 4승을 출산 이후 거뒀다는 점이다. 잉크스터는 결혼 후 가족과는 2주 이상 떨어지지 않는다는 원칙을 세웠고, 아이들의 취학 전에는 늘 투어를 같이 다녔다.

하지만 여성 프로골퍼가 육아와 투어를 병행한다는 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로레나 오초아도 결국은 가정에 충실하기 위해 미련 없이 필드를 떠났다. 프로 골퍼로서의 삶과 가정생활에서의 균형점을 찾기란 그만큼 어렵다.

LPGA 투어에서 최초로 자녀들을 데리고 다니며 투어를 뛴 선수는 앨리스 바우어(1927~2002)와 베티 다노프(1923~2011)다. 우선 앨리스 바우어는 프로 골퍼 데이브 바이브의 첫째 딸로 태어났다. 그녀의 여동생은 멀렌 바우어 해이그(1934~)로 역시 13명의 파운더스 중 한 명이다.

그녀들의 아버지는 어린 시절 두 딸에게 특정 스코어를 정해준 뒤 딸들이 목표를 달성하면 새 신발을 사주면서 동기 부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자매는 아버지의 희망대로 골프에 천부적인 재능을 보이며 성장했다.

언니 앨리스 바우어는 14세 때 사우스 다코다 아마추어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것을 비롯해 롱비치 인비테이셔널을 6년 연속(1944~1949년) 제패했다. 앨리스 바우어는 스윙 폼은 조금 이상했지만 퍼팅 실력은 뛰어난 것으로 평가받았다. 동생 역시 13세 때 US여자오픈에 나가 컷을 통과했고, 15세 때는 AP통신이 선정한 ‘올해의 10대 선수’에 올랐다.

앨리스 바우어는 1950년 동생과 함께 프로로 전향했고, 그해 LPGA 창립 멤버가 됐다. ‘더 바우어 시스터즈’로 불렸던 두 자매는 이미 아마추어 때부터 쌓았던 명성을 바탕으로 LPGA 투어에서 금세 이름을 알렸다.

앨리스 바우어는 그러나 투어에서 우승을 차지하지는 못했다. 1952년 결혼해 1955년 엄마가 된 후로 자녀와 가정 때문에 투어 생활에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녀는 일 년에 고작 몇 차례만 대회에 출전할 수 있었다.

▲멀렌바우어해이그는언니앨리스바우어와함께LPGA투어창립멤버였다.그녀는당시최연소인16세였다.
▲멀렌바우어해이그는언니앨리스바우어와함께LPGA투어창립멤버였다.그녀는당시최연소인16세였다.


동생인 멀렌 바우어 해이그는 LPGA 투어가 결성될 때 최연소 창립 멤버였다. 그의 나이 불과 16세였다. 언니가 투어에서 우승을 못한 것과 달리 동생은 1952년 사라소타 오픈을 시작으로 통산 26승을 거뒀다.

3세 때부터 골프채를 잡았던 그는 투어에 대한 열정이 뛰어나 66세이던 1996년까지 투어를 뛰었다. 그해 그가 뛴 대회는 4개였다. 2002년 LPGA와 월드 골프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다.

베티 다노프도 바우어처럼 대회에 자녀를 데리고 다니며 출전했다. 당시 다노프는 세 명의 딸을 두고 있었다. 다노프의 막내인 데비 벨은 “어머니와 함께 5개 대회를 연속 여행한 적이 있다. 당시 어머니는 우리를 보호해줄 친구나 동료를 구하지 못해 실망을 하곤 했다”고 회상한다.

▲세명의자녀를뒀던베티다노프.그의자녀에따르면다노프는투어를다니면서아이를맡아줄사람을찾지못해힘들어할때가종종있었다고한다.
▲세명의자녀를뒀던베티다노프.그의자녀에따르면다노프는투어를다니면서아이를맡아줄사람을찾지못해힘들어할때가종종있었다고한다.


다노프는 6세 때 부모가 9홀 코스와 드라이빙 레인지를 오픈하면서 자연스럽게 골프와 인연을 맺었다. 1947년 텍사스 여자오픈에서 ‘무적’ 베이브 자하리아스를 1홀 차를 꺾고 정상에 오르면서 유명세를 탔다. 당시 자하리아스는 17연승을 달리고 있었다. 1948년 US여자아마추어챔피언십 정상에 오른 후 이듬해 프로로 전향했다.

다노프는 그러나 1961년 남편이 갑자기 죽으면서 투어 생활에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그는 티칭 프로로 활동하면서 댈러스 집 근처에서 열리는 대회에만 참가했다.

오늘날 LPGA 투어는 ‘아동 보호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엄마 골퍼들이 걱정 없이 투어를 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전문 보호사가 아이를 맡아서 엄마의 빈자리를 꼼꼼히 메워준다. 바우어와 다노프 등 일찌감치 육아와 투어를 병행한 엄마 골퍼들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피닉스=김세영 기자 freegolf@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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