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중국 상금왕’ 정예나의 ‘아름다운 도전’

월드레디이스 첫날 2위..지난 2월 윈터투어 우승, 중국서 다시 한번 '성공신화'

2016-03-11 02:13

▲정예나가월드레이디스챔피언십첫날1번홀에서티샷을날린뒤타구방향을바라보고있다.둥관(중국)=박태성기자
▲정예나가월드레이디스챔피언십첫날1번홀에서티샷을날린뒤타구방향을바라보고있다.둥관(중국)=박태성기자
[마니아리포트 김세영 기자]정예나(28.SG골프)는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국내에서 활약하다 신통치 않자 2013년 중국으로 건너가 그곳에서 신인왕과 상금왕을 차지했다. 그리고 다시 국내 투어에 복귀했다.

정예나는 10일 중국 둥관 미션힐스 골프장 올라자발 코스(파72.6158야드)에서 열린 월드 레이디스 챔피언십 첫날 9개 홀에서 3언더파를 쳐 공동 2위에 올랐다. 이날 천둥 번개를 동반한 강풍이 몰아쳐 대부분의 선수들이 경기를 마치지 못했고, 스코어도 크게 줄이지 못했다. 정예나는 단독 선두로 나선 지한솔(20.호반건설)에 1타 뒤졌다.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중학교 2학년 때까지 바이올린을 익혔던 정예나는 중학교 3학년에서야 골프를 배웠다. 남들보다 늦어도 한참 늦었다. 으레 골프 선수들은 학업과 담을 쌓지만 그는 대학(한양대 생활체육학과)도 정상적으로 다녔다.

대학 졸업 후 2006년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에 입회한 정예나는 2009년이 되어서야 정규 투어에 입문했다. 같은 또래인 신지애(28.스리본드)가 이미 세계를 정복했던 시절이다. 현실의 벽은 높아 정예나는 정규 투어 카드를 잃고 다시 2부 투어로 밀렸다. 그곳에서 2011년 첫 우승을 달성하며 이듬해 정규 투어에 복귀했지만 또 시드를 잃었다.

정예나는 “엄마가 바람도 쐴 겸 중국으로 가자고 해서 2013년 중국으로 건너갔다”고 했다. 정예나는 그곳에서도 처음에는 힘들어 했다. “솔직히 처음에는 성적이 나오지 않아서 엄마에게 골프 그만둘 테니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자고 했죠. 그런데 5월쯤인가 청도에서 열린 대회에서 3등을 했어요. 그걸 계기로 자신감도 붙고 욕심도 생기더라고요.”

정예나는 그해 중국 투어에서 18차례 출전해 딱 절반인 9개 대회에서 ‘톱5’에 입상했다. 비록 우승은 없었지만 꾸준함을 바탕으로 신인왕과 상금왕을 동시에 차지할 수 있었다. 2014년 국내에 복귀했지만 참가할 수 있는 대회가 많지 않아 중국과 한국을 오갔다.

정예나는 지난해 자력으로 시드를 유지했고, 지난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윈터 투어 한국투자증권 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올랐다. 이 대회는 총상금 2억원의 비공식 대회지만 KLPGA 정규 투어 선수 42명이 참가했다.

정예나는 “당시 우승은 운이 좀 많이 따랐던 것 같다”면서도 “그 운이 올해 정규 투어에서도 꼭 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이어 “나도 이제는 구력으로 따지면 전성기가 올 시기가 된 것 같다. 좀 더 자신감 있게 칠 수 있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비가 오고 경기가 중단되는 등 대회가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진행되는 가운데서도 첫날 스타트를 잘 끊은 정예나는 “사실 우승한 다음 대회라서 조금은 떨렸다. 솔직히 요즘 샷 감각이 좋지 않아 이곳에 와서 볼은 치지 않고, 빈 스윙만 연습했는데 오늘은 퍼트와 100야드 이내의 어프로치 샷이 잘 됐다”고 했다.

해외 동계훈련 대신 국내에 머물며 샷을 가다듬은 정예나는 “겨울 동안 거리를 늘리기 위해 스윙을 고치려 했지만 완전히 망가졌다. 오히려 거리가 줄었다”며 “오늘 (김)민선이랑 쳤는데 엄청 힘들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정예나는 신장 174cm로 여자 선수치고는 큰 키에 속하지만 176cm인 김민선(21.CJ오쇼핑)에게는 조금 밀린다. 둘의 키 차이는 불과 2cm이지만 비거리 차이는 15야드 이상이다. 김민선은 지난해 비거리 부문 2위에 오른 대표적인 장타자다.

정예나는 중국에서 뛰었기에 중국 여자골프의 기대주인 시유팅(18)을 비롯해 몇몇 선수들과는 안면이 있다. “이번 대회장 그린과 코스는 좀 어렵다”는 정예나는 “그래도 중국 분위기에 익숙한 건 다른 선수에 비해 이점이다. 그런데 중국 선수들을 볼 때마다 너무 자라 있어서 어색하다”며 미소를 지었다.

늦은 나이지만 도전을 멈추지 않는 정예나가 다시 한 번 중국에서 ‘성공신화’를 쓸지 지켜보는 것도 이번 대회를 관전하는 포인트다.

김세영 기자 freegolf@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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