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렇다면 세계 최고 기량의 프로 골퍼들이 모인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선수들의 비거리는 그동안 어떻게 변했을까. 흔히 장비 제작 기술이 발달하고 선수들의 체격 조건이 좋아져 비거리가 매년 끊임없이 발전했을 것 같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1995~2005년만 대폭 증가=마니아리포트는 PGA 투어의 최근 30년간 비거리 자료를 분석했다. 그 결과 평균 1야드 증가하는 데 1년씩이나 걸렸다. 더구나 이는 연간 평균으로 따졌을 때의 말이다. 실제로 비거리가 눈에 띄게 증가한 건 고작 두어 차례에 불과했다(PGA 투어 최근 30년간 비거리 통계 표 참조).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1985년 PGA 투어 선수들의 드라이브 샷 평균 비거리는 260.3야드였다. 지난해 평균 비거리는 290.3야드. 지난 30년 동안 꼭 30야드 증가한 수치다. 연 평균 1야드씩 전진한 셈이다.
그렇다고 매년 1야드씩 꼬박꼬박 증가한 것도 아니다. 최근 10년간의 비거리를 살펴보면 당시나 지금이나 별반 차이가 없다. 2005년에는 평균 288.6야드였으니 10년 동안 고작 1.7야드 느는 데 그쳤다. 1985년(평균 260.3야드)부터 1995년(263.4야드)까지의 10년 사이에도 고작 3.1야드 증가했을 뿐이다.
눈여겨 볼 시기는 1995년과 2005년 사이다. 이때는 무려 25.2야드가 늘었다. 특히 1990년 후반부터 2000년 대 초반까지 비거리가 비약적으로 증가했다. 1998년 평균 270.5야드였던 비거리는 2003년에는 286.6야드로 증가한다. 5년 만에 16.1야드나 늘었다.
2002년까지 평균 드라이브샷 비거리가 300야드를 넘긴 선수는 존 댈리(미국)가 유일했을 정도였으나 2003년 8명으로 늘었고 2005년에는 26명까지 증가했다. 이 숫자 역시 지금에도 큰 변화가 없어 지난해 평균 300야드를 상회한 선수는 26명으로 그대로였다.
▲신소재와 기술 변혁 없어 정체=1990년대 후반과 2000년대 초반은 골프 클럽과 볼의 역사에 있어서 ‘대 변혁기’로 꼽힌다. 드라이버는 본격적인 티타늄 시대로 진입했고, 볼은 솔리드 코어로 탈바꿈했다.
드라이버에서는 캘러웨이의 ERC 드라이버가 티타늄 시대를 열어젖혔다. 이전까지 드라이버의 헤드 페이스 소재는 메탈이었지만 이때부터 티타늄이 사용되기 시작했다. ERC 드라이버는 반발계수 0.830을 초과해 골프계의 큰 이슈였다. 다른 업체들도 고반발 드라이버를 속속 선보였다. 그러자 영국왕립골프협회(R&A)와 미국골프협회(USGA)는 반발계수 제한 조치를 내리기에 이르렀다.
2000년대로 넘어오는 시기는 ‘빅 헤드’ 열풍과 맞물려 있다.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테일러메이드 300시리즈의 열풍을 타고 업체들은 앞 다퉈 빅 헤드 드라이버를 선보였다. 지금은 460cc의 드라이버가 그냥 흔한 클럽이었지만 당시만 해도 300cc는 빅 헤드에 속했다. 이 역시 나중에 드라이버 헤드 크기 제한 조치(최대 460cc)의 촉매제가 됐다.
고반발이나 빅 헤드 드라이버를 기술적으로 가능하게 한 건 티타늄이었다. 티타늄은 스테인리스나 일반 스틸에 비해 가벼우면서도 강성과 탄성이 뛰어난 특징이 있다. 덕분에 페이스를 보다 얇게 만들면서도, 헤드를 크게 만들 수 있었다. 티타늄은 골퍼들에게는 ‘꿈의 소재’였던 셈이다.
현재는 드라이버의 티타늄이나 볼의 솔리드 코어를 대체할 만한 신소재나 획기적인 기술적인 변화가 없는 시점이기에 PGA 투어 선수들의 비거리도 정체 현상을 빚고 있다.

김세영 기자 freegolf@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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