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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나이 팔십…열살 원기의 또 다른 이름은 '어린 왕자'

KBS 1TV '인간극장'…소아조로증 앓는 원기네 가족의 행복 찾기 여정

2015-11-20 16:48

(사진=KBS제공)
(사진=KBS제공)
"아이는 자라서 어른이 됩니다. 당연한 순리죠. 그런데 내 아들은 어른이 될 수 없습니다."

올해 열 살인 원기의 키는 1미터 남짓, 몸무게는 13㎏이다. 한 손에 번쩍 들어 안을 정도로 가볍고 작은 몸집이다. 그러나 원기의 신체 나이는 80세다. 원기의 시계는 남들보다 8배는 빨리 흐른다. 언제부턴가 성장이 멈추고 노화가 시작됐다. 원기는 더 이상 자라지 않는다.

원기는 돌 무렵 피부가 단단해지고 검푸르게 변하더니 베냇머리가 빠진 뒤로 머리카락이 나지 않았다.

아이는 태어나면서부터 잔병치레가 많았다. 병원에 달려가 봤지만 어느 곳 하나 원인을 명확하게 말해주지 않았다. "아직 어리니 기다려 보자"고 했다. 다섯 살이 되던 해, 원기는 엄청난 양의 혈액을 뽑아가며 유전자 정밀 검사를 받았다.

얼마 뒤 받아든 병명은 이름도 생소한 '소아 조로증'. 일찍 늙는 병이라 했다. 성장은 멈추고 노인이 되는 병이라고 했다. 다섯 살 나이에 원기의 몸은 벌써 노화가 시작됐다.

소아 조로증은 신체가 빠르게 나이 드는 만큼 평균 수명도 빠르게 줄어드는 병이다.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 앞에서 목사님이던 원기의 아빠는 기도조차 할 수 없었다. 어떻게 내게 이런 형벌을 주시냐고, 하늘을 원망하고 분노했던 시간들. 내 아이가 어른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을 세상 어느 부모가 받아들일 수 있을까.

(사진=KBS제공)
(사진=KBS제공)
진단을 받은 뒤 어느덧 5년이 흘렀다. 원기네 가족은 힘들었던 순간을 이제야 겨우 눈물 없이 꺼내놓을 수 있게 됐다.

덤덤했던 일상들 속에서 문득 원기의 운명을 깨닫게 될 때는 묻어둔 슬픔이 파도처럼 밀려오기도 한다. 원기가 같은 병을 가진 조로증 아이들의 소식지를 받아볼 때, 운동 잘하는 같은 반 친구를 부럽다고 말할 때가 그랬다.


그러나 원기는 세상 누구보다 밝다. 어디서나 원기가 있는 곳에는 웃음꽃이 핀다. 투정도 많지만 잘 웃는 아이다. 그 소리가 높고 맑아서 결국에는 따라 웃어버리고 만다.

"엄마가 슬퍼지면 나도 슬퍼진다"며 속 깊은 이야기로 엄마를 위로하는 원기다. 부모는 아들을 보면 주저앉고 싶던 마음이 미안해질 정도다. 원기의 마음은 그렇게 자라고 있었다.

늙는 것을 막을 수 없듯이 원기를 낫게 할 치료법은 없다. 미국까지 달려가 임상약도 받아 왔고 전기침 치료도 받아봤다. 독한 약을 먹는 동안 하루에도 몇 번씩 속을 게워내던 원기가 말했다. "더 오래오래 사는 것도 아닌데, 엄마 그만 하자."

그 순간 부부는 결심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남들보다 짧다면 남겨진 하루하루를 행복하게만 보내자'고. 자라지 않는대도 좋다.

펴지지 않던 손가락으로 공깃돌을 잡은 순간, 함께 연 날리며 웃음 짓는 순간…. 원기는 그 순간들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게 하는 아이인 까닭이다.

원기네 가족 이야기는 오는 23일부터 27일까지 오전 7시 50분에 KBS 1TV '인간극장'을 통해 펼쳐진다.CBS노컷뉴스 이진욱 기자 jinuk@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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