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21(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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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류현진처럼' 강민호-장원준, 쿠바를 잡아줘

2015-11-16 05:55

'민호야,이번에는나랑안고울자'16일쿠바와프리미어128강전에서선발등판하는좌완장원준(왼쪽)은2008년베이징올림픽쿠바와결승전을승리로이끌며금메달감격을누렸던포수강민호와배터리를이룰전망이다.(자료사진=윤성호기자)
'민호야,이번에는나랑안고울자'16일쿠바와프리미어128강전에서선발등판하는좌완장원준(왼쪽)은2008년베이징올림픽쿠바와결승전을승리로이끌며금메달감격을누렸던포수강민호와배터리를이룰전망이다.(자료사진=윤성호기자)
한국 야구 대표팀이 아마추어 최강 쿠바와 물러설 수 없는 한판승부를 펼친다. 이 절체절명의 일전은 '30살 동갑내기' 프로 입단 동기이자 절친에게 달렸다.

쿠바 사냥의 짜릿한 기억을 품고 있는 포수 강민호(롯데)와 올해 한국시리즈(KS) 우승 주역이자 또 한번 대어 사냥의 역사 창조에 나서는 좌완 장원준(두산)이다. 10여 년 한솥밥을 먹다 헤어진 뒤 2년 만에 대표팀에서 다시 호흡을 맞추는 이 배터리에 올해를 멋지게 마무리해야 할 한국 야구의 운명이 달렸다.

장원준은 16일 오후 7시30분(한국 시각) 대만 타이중 인터컨티넨탈 구장에서 열리는 '2015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쿠바와 8강전에 선발 투수로 나선다. 떨어지면 바로 한국행 비행기를 타야 하는 살 떨리는 토너먼트 승부다.

사실 한국은 15일 미국과 B조 5차전에서 억울한 패배를 당했다. 승부치기로 펼쳐진 연장 10회초 아웃이었던 상대 2루 도루를 세이프로 둔갑시킨 오심 때문에 2-3으로 졌다. 만약 이겼다면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한 A조 3위 네덜란드와 8강에서 만날 수 있었지만 석연찮게 패배하면서 쿠바와 맞닥뜨리게 됐다.

한국으로서는 쿠바가 버겁다. 아마 최강 쿠바는 WBSC 세계 랭킹도 3위다. 역대 올림픽에서 5번 모두 결승에 진출해 3번이나 금메달을 따낸 강호다. 그러나 8강으로는 만족할 수 없다. 더 높은 성과를 위해서는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강민호, 짜릿했던 2008년의 기억
쿠바 격파의 선봉에 장원준이 선다. 장원준이 최소한의 실점으로 쿠바 타선을 봉쇄해줘야 승산이 있다.

하지만 장원준을 이끌어줘야 할 사람이 어쩌면 더 중요하다. 이날 장원준의 공을 받을 포수 강민호다. 지난 14일 멕시코와 B조 4차전에서 허리를 삐끗해 교체된 강민호는 휴식 차원에서 미국전 선발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주전 포수인 만큼 쿠바와 8강전에서는 선발 마스크를 쓸 전망이다.

강민호는 국제 경험이 풍부한 데다 무엇보다 쿠바를 상대로는 좋은 추억이 있다. 바로 2008년 베이징올림픽 결승전에서 쿠바를 꺾고 사상 첫 금메달을 따낸 짜릿한 기억이다. 당시 강민호는 부상을 당한 당시 주전 진갑용(현 삼성 전력분석원)을 대신해 훌륭하게 한국의 안방을 책임졌다.

'이기억되살리자'강민호는2008년올림픽결승전에서류현진(가운데)과배터리를이뤄쿠바격침의선봉에섰다.사진은금메달이확정된뒤류현진을김경문당시대표팀감독이껴안은가운데선수들이얼싸안고기뻐하는모습.(자료사진)
'이기억되살리자'강민호는2008년올림픽결승전에서류현진(가운데)과배터리를이뤄쿠바격침의선봉에섰다.사진은금메달이확정된뒤류현진을김경문당시대표팀감독이껴안은가운데선수들이얼싸안고기뻐하는모습.(자료사진)
당시 결승에서 강민호는 선발 등판한 좌완 류현진(LA 다저스)과 짝을 이뤄 9회 1사까지 쿠바 타선을 2실점으로 막아내 3-2 리드를 이끌었다. 비록 석연찮은 볼 판정에 아쉬움을 드러내다 더 석연찮은 심판의 퇴장 명령에 마스크를 벗어야 했지만 강민호는 류현진과 함께 결승전의 주역이었다.

이후 마스크를 쓴 진갑용은 구원 투수 정대현(롯데)과 함께 율리에스키 구리엘을 유격수 병살타로 잡아내 금메달을 완성했다. 류현진의 호투와 강민호의 안정된 투수 리드가 없었다면 이루지 못했을 감격이었다.


▲장원준과 11년 찰떡 호흡, 어디 가나
7년여의 세월이 지나 이제 류현진은 대표팀에 없다. 그러나 그에 못지 않은 장원준이 있다. 특히 강민호는 장원준과 10년 이상 함께 호흡을 맞췄던 경험이 있다.

2004년 롯데 입단 동기인 둘은 지난해까지 함께 뛰었다. 2005년부터 둘은 당시 양상문 감독(현 LG)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팀의 주축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장원준이 먼저 선발 투수로 차근차근 입지를 다졌고, 강민호는 데뷔 2년차 때부터 주전 마스크를 꿰찼다.

특히 둘은 2008년부터 2011년까지 롯데의 4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을 이끌었다. 장원준은 2008년 12승을 시작으로 군 입대 전인 2011년까지 4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를 거뒀다. 2011년에는 개인 한 시즌 최다인 15승(6패)에 최저인 평균자책점(ERA) 3.14를 찍었다. 배터리를 이룬 강민호와 합작품이었다.

'나에게한국야구운명이달렸다'올해한국시리즈에서14년만에두산의우승을이끌었던장원준은대표팀에서도팀의명운을책임질중요한역할을맡았다.(자료사진=윤성호기자)
'나에게한국야구운명이달렸다'올해한국시리즈에서14년만에두산의우승을이끌었던장원준은대표팀에서도팀의명운을책임질중요한역할을맡았다.(자료사진=윤성호기자)
그런 만큼 둘의 궁합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비록 지난 시즌 뒤 장원준이 팀을 옮겼지만 하던 가락은 남아 있다. 대표팀에서도 둘의 찰떡 호흡은 여실히 드러났다.

지난 11일 도미나카공화국과 B조 2차전이었다. 장원준은 강민호와 배터리를 이뤄 7이닝 7탈삼진 4피안타 1사사구 1실점 쾌투로 10-1 승리를 이끌었다. 대승이었지만 6회까지 0-1로 뒤졌던 아슬아슬한 경기였다. 7회 이대호(소프트뱅크)의 역전 홈런이 터진 이후 타선이 폭발했기에 망정이지 장원준의 호투와 강민호의 리드가 없었다면 승부를 알 수 없었다.

여기에 이미 둘은 함께 쿠바 타선을 봉쇄한 바 있다. 지난 5일 평가전 격이었던 쿠바와 '2015 서울 슈퍼시리즈'에서 2⅔이닝 무실점을 합작해냈다. 선발 우규민(LG)의 부상으로 다소 갑작스러운 등판이었지만 장원준은 우려를 딛고 쿠바 타선을 잠잠하게 만들었다.

베이징올림픽 쿠바와 결승전에서 강민호는 퇴장 뒤 포수 미트를 집어던지며 울분을 토로했다. (한 외신은 '강민호는 그 어떤 투수의 공보다 빨랐다'고 판정을 비꼬기도 했다.) 당시 대신 마스크를 낀 진갑용처럼 올해 강민호의 뒤에도 양의지(두산)가 있다. 공교롭게도 양의지 역시 부상 후유증이 아직 남아 있다. 장원준과 올해 호흡을 맞춘 양의지인 만큼 강민호도 혹시 모를 허리 통증이나 '퇴장'(?)에 대한 부담이 덜하다.

과연 강민호가 베이징올림픽 때의 류현진처럼 장원준을 이끌고 '어게인(AGAIN) 2008'을 이룰 수 있을까. 이래저래 상황과 분위기는 비슷하다.CBS노컷뉴스 임종률 기자 airjr@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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