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VP, 감독이 꼽은 MVP, MVP가 뽑은 MVP

'뚝심의 곰 군단' 두산이 14년 만의 정상 탈환의 기회를 잡았다. 난적 NC에 짜릿한 역전 드라마를 쓰며 마침내 우승 도전 티켓을 거머쥐었다.

두산은 24일 창원 마산에서 열린 NC와 '2015 타이어뱅크 KBO 리그' 플레이오프(PO) 5차전에서 6-4 역전승을 거뒀다. 시리즈 전적 3승2패로 한국시리즈(KS)에 진출했다. 두산은 통합 5연패에 도전하는 삼성과 쟁패한다.

'미러클 두산'이라는 애칭이 올 가을에도 울려퍼졌다. 두산은 넥센과 준PO에서 기적의 역전극을 썼다. 4차전에서 두산은 2-9, 누가 봐도 패색이 짙던 경기를 뒤집는 저력을 보였다. 역대 포스트시즌(PS) 최다 점수 차 승리였다.

두산의 뒷심은 PO에서도 이어졌다. NC와 1차전을 잡았으나 내리 2연패, 벼랑에 몰렸다. 그러나 4차전에서 1차전 완봉승의 주역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의 투혼에 힘입어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두산은 5차전에서도 3회까지 0-2로 뒤졌지만 이후 승부를 뒤집는 뚝심으로 기어이 KS 진출 티켓을 손에 넣었다.

'팀 두산'이 이뤄낸 의미 있는 성과였다. 사실 두산은 두터운 선수층에도 지난해 가을야구에 실패하면서 강팀의 자존심에 금이 갔다. 2013년 KS 준우승을 이끈 김진욱 감독에 이어 송일수 감독까지 계약 기간 2년을 남기고 경질되면서 분위기도 어수선했다. 그러나 '곰 군단의 적통' 김태형 감독이 부임해 선수단을 빠르게 정비하면서 결국 2년 만의 KS 진출이라는 결실을 맺었다.

▲결국 팀 두산이 받아야 할 MVP
다시 뭉친 두산의 끈끈함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5차전에서 승부를 결정지은 뒤 기자회견에는 김 감독과 PO MVP 니퍼트, 5차전 MVP 양의지가 들어왔다. 하지만 이들만이 MVP는 아니었다. 이들의 말에 따르면 MVP는 더 있었다.

일단 이번 시리즈의 MVP는 니퍼트였다. 기선 제압의 묵직한 의미가 있던 1차전 완봉승, 1승2패로 몰린 4차전 승리 투수인 니퍼트의 수상은 당연했다. 하지만 니퍼트는 "나 혼자 잘한 게 아니라 점수를 내주고 수비를 해준 선수들과 같이 이룬 것"이라면서 공을 동료들에게 돌렸다.

김 감독이 생각한 MVP는 따로 있었다. 김 감독은 이번 시리즈의 수훈 선수를 꼽아달라는 말에 "한 선수를 꼽긴 어렵지만 그래도 양의지"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어 "올 시즌 끝이라고 봤는데 3차전도 주사를 맞고서라도 나가겠다더라"면서 "정말 잘 해줬고 그 부상 투혼이 고맙고 다른 선수에게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대견한 표정을 지었다.

양의지는 2차전 4회말 수비 도중 NC 나성범의 파울 타구에 오른 엄지 발가락을 맞았다. 통증을 참고 이닝을 마쳤지만 결국 5회말 수비 때 최재훈과 교체됐고 미세 골절 진단이 나왔다. 3차전을 결장한 가운데 팀이 지자 4, 5차전에는 진통제를 먹고 나와 승리를 이끌었다.

5차전에서 홈런 포함 2타점을 올린 양의지는 경기 MVP에 올랐다. 그러나 그가 생각하는 MVP는 또 따로 있었다. 양의지는 "사실 김현수가 뽑힐 줄 알았다"면서 "결정적일 때 쳐준 게 승리의 열쇠가 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현수는 2-2로 맞선 5회 2타점 2루타를 때려냈다. 이어 두산은 양의지의 희생타와 오재일의 땅볼 등으로 2점을 더 추가했다. 5회만 대거 5득점, 승부를 갈랐다. 김현수의 2루타는 결승타가 됐다.

실제 MVP와 감독이 뽑은 MVP, 또 MVP가 뽑은 MVP는 다 달랐다. 그러나 그 마음은 한 가지였다. NC도 강했지만 다시 뭉친 곰 군단이 살짝 앞섰다. 2년 만에 더 단단해진 두산은 이제 2년 전 아픔을 안겼던 사자 군단과 다시 자웅을 겨룬다.창원=CBS노컷뉴스 임종률 기자 airjr@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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