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체부 김대일 씨는 촬영 준비에 바쁜 스태프를 걱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본다. 80명이 일하는 부산 사하구 우체국에서 오직 김대일 씨만 할 수 있는 일. 부산 감천동 산마을 우편 배달이 시작됐다. 2천 여 가구가 꽉 들어찬 이 곳은 경사가 심하고, 길이 미로처럼 얽혀 있어 도심 속 골목 밀림으로 불린다.
감천동 산마을 거주민은 대부분 노인이다. 김대일 씨가 없다면 이곳 사람들은 세상으로부터 오는 소식을 받을 길이 없다. 김대일 씨는 감천동 산마을과 세상을 연결해주는 다리인 셈이다.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우체부는 사양 직종이 됐다. 요즘 우편물의 95%는 고지서나 홍보전단지다. 김대일 씨는, 우체부가 택배 아저씨처럼 된 현실이 썩 달갑지만은 않다. 하지만 자신이 전해준 우편물을 받고 때로는 기뻐하고 때로는 슬퍼하는 주민들이 여전히 그곳에 살기에 오늘도 열심히 감천동 골목길을 누빈다.
◈오지마을 우체부 권반장이 달린다
권홍영 씨는 180여 가구가 모여 사는 산간 오지마을 우체부다. 낯가림이 심해 도시의 방랑자로 살아가던 권홍영 씨는 3년 전, 아내의 고향인 오지마을의 우체부가 됐고 이후 그의 인생은 몰라보게 활기차게 바뀌었다.
권홍영 씨는 시각장애인 할아버지가 홀로 거주하는 집을 주기적으로 찾아간다. 도심 배기가스에 대한 환경 부담금 고지서를 전달해주기 위해서다. 얼마전 아들이 이곳으로 주소지를 옮겨서 할아버지가 대신 고지서를 받게 된 것이다. 단순히 고지서일 뿐이지만 할아버지에게 고지서를 읽어주는 그의 모습은 더 없이 진지하다.
우체부가 배달하는 우편물에서 손편지를 찾기 힘들다. 비록 손편지의 온기를 전달할 수는 없지만 우편물을 건네는 산동네,오지마을 우체부의 마음에는 졍겨움이 가득하다.
23일 오후 8시 45분 방송되는 EBS '다큐영화, 길 위의 인생-편지 왔습니다'에서 두 우체부의 활약상을 볼 수 있다. CBS노컷뉴스 문수경 기자 moon034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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