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400홈런 도전 이승엽, LG와의 '묘한 인연'

12년 전 아시아 단일시즌 홈런 신기록 때와 비슷한 상황 연출

2015-05-31 16:09

▲KBO리그통산400홈런에도전하는삼성이승엽.사진│삼성라이온즈
▲KBO리그통산400홈런에도전하는삼성이승엽.사진│삼성라이온즈
[마니아리포트 김현희 기자]지난 30일, 잠실야구장에서는 한국 프로야구의 역사를 바꿀 만한 기록이 경신됐다. 이미 KBO리그 최다 홈런 기록을 세운 이승엽(삼성)이 통산 399번째 홈런을 뽑아냈기 때문이었다. 이제 1개만 더하면, 한국 프로야구에서 누구도 세우지 못한 400번째 홈런의 주인공이 된다. 이승엽 개인 기록만 놓고 보면, 이미 일본 프로야구 시절에 한-일 통산 400홈런을 달성했고, 국내 컴백 이후 500홈런 고지도 돌파했지만 단일 리그 400홈런 기록은 아직 누구도 세우지 못한 기록이었다. 이제 야구팬들은 이승엽이 단일리그 최다 홈런 기록을 세웠던 2003년(56개)에 이어 12년 만에 또 다시 같은 선수에게 대기록 달성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사실 올해 서른아홉을 맞이한 이 노장 타자에게 단일리그 400홈런을 기대하기란 무리일 수 있었다. 그러나 이승엽은 그러한 주위의 우려를 씻어내고, 지난해 ‘최고령 3할, 30홈런, 100타점’을 동시에 기록하며 노익장을 과시했다. 이 정도 페이스라면, 올해 400홈런 기록을 세운다는 가정하에 개인 통산 600홈런도 기대해 볼 수 있는 셈이다. 메이저리그에서도 600홈런 기록은 베리 본즈를 포함하여 100여 년 동안 단 8명밖에 기록하지 못했고, 일본 프로야구에서는 오 사다하루(왕정치) 소프트뱅크 호크스 회장과 노무라 카츠야 라쿠덴 골든이글스 명예감독만이 600홈런 고지를 밟았다.

KBO리그 400홈런 도전 이승엽과 LG의 ‘묘한 인연’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이승엽의 399번째 홈런을 허용한 팀이 LG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시계는 이승엽이 ‘아시아 역대 단일 시즌 최다 홈런’을 기록했던 2003년으로 돌아간다.

2003년 8월 9일, 대구구장에서는 삼성 투수 라형진과 LG 타자 장재중이 몸쪽 높은 공을 두고 신경전을 벌인 것을 시작으로 벤치 클리어링까지 연출된 바 있다. 그런데 양측의 신경전이 상당했는지, 벤치 클리어링으로 시작된 양 팀 선수들의 충돌은 몸싸움으로까지 이어졌다. 이때 이승엽과 서승화가 서로 멱살을 잡고 싸운 장면이 주요 뉴스로 보도되면서 파장은 꽤 커졌다. 결국, 두 사람은 각각 2경기 출장정지 및 벌금 200만 원의 징계를 받으며 자숙에 들어서기도 했다. 그러나 이승엽은 다음 경기에서 또 다시 만난 서승화를 상대로 3점 홈런으로 응수하며, 신기록 행진에 대한 꿈을 이어갈 수 있었다.

그런데 두 이의 만남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번 장소는 잠실이었다. 9월 30일 열린 양 팀의 경기에서 LG 선발은 서승화였고, 이승엽 역시 어김없이 선발 라인업에 포진됐다. 당시 55개 홈런을 기록중이던 이승엽은 ‘아시아 역대 단일 시즌 최다 홈런’에 단 1개만을 남겨놓고 있었다. 그러한 상황에서 당시 서승화를 상대로 강한 모습을 보였던 이승엽은 그 어느 때보다 자신감을 가진 채 신기록에 도전할 만했다. 첫 타석에서 바깥쪽 빠른 볼 두 개가 연속으로 볼로 판정되자 서승화가 심판에게 홈 플레이트까지 내려와 항의하기도 했다. ‘제대로 승부할 테니, 공정하게 판정해 달라.’라는 의미였다.

그런데 두 번째 타석에서 다소 황당한 상황이 연출됐다. 처음 던진 3개의 공이 모두 볼로 선언되자 서승화가 예상치 못한 공을 던진 것. 4~5구를 모두 느린 볼을 던지며 ‘칠 테면 쳐 보라’고 무언의 항의를 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승엽은 그 공을 치지 않고, 오히려 6번째로 찔러 들어온 라이징 페스트볼에 삼진을 당했다. 당시 경기에서 홈런을 추가하지 못했던 이승엽에게 남은 기회는 단 두 경기. 그러나 투수가 던진 최고의 볼을 쳐 담장을 넘기고 싶다는 자존심은 유지하고 싶은 듯했다. 결국, 그의 56번째 홈런은 마지막 경기에서 터져 나오면서 신기록의 부담감에서 벗어난 바 있다.

이렇듯 이승엽은 12년 전이나 지금이나 ‘역사의 기록’의 한 걸음 앞에서 LG를 만났고, 어떠한 형태로든 신기록을 세웠다. 꽤 묘한 인연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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