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7일 종영한 MBC 수목드라마 '앵그리맘'(작가 김반디, 연출 최병길)은 우리사회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줘 시청자의 공감을 샀다. 일진 출신 엄마 '조강자'(김희선 분)가 학교폭력 피해자인 딸 '아란'(김유정 분)을 위해 여고생으로 위장하는 내용으로 시작한 드라마는 권력집단의 추악한 비리를 고발하는 것으로 막을 내린다.
극중 '조강자'로 열연한 김희선은 지난 22일 CBS노컷뉴스와 만난 자리에서 "처음에는 엄마가 딸의 학교에 전학생으로 위장해 들어간 후 벌어지는 해프닝 정도로만 생각했다. 현실에서는 아이가 학교폭력을 당해도 부모가 응징에 나서지 못하기 때문에 직접 복수하는 '조강자'를 연기하며 통쾌했다"며 "하지만 다루는 내용이 점점 심각해지면서 가벼웠던 마음이 무겁게 바뀌었다"고 했다.
'앵그리맘'은 특히 극 후반부에 세월호 참사를 연상시키는 학교건물 붕괴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다. 김희선은 "학교건물 붕괴 장면을 촬영할 즈음 네팔에서 대지진이 발생했다. 소품이긴 하지만 촬영장에서 피분장을 하고 스티로폼에 깔려있는 아이들을 보니 마음이 좋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그는 "드라마 찍으면서 사회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예전에는 대형사건이 터지면 무섭고 안타까워서 잘 못 봤는데, 이제는 더 알고 싶고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이 든다"고 했다.
한편으로는 아이 교육에 대한 고민이 더 깊어졌다. 김희선은 "소싯적 싸움 좀 했던 '조강자'가 그래도 의로운 일진이었다면 딸 '아란'을 괴롭히는 아이들은 죄의식 조차 느끼지 않는다"며 "학교폭력 방식이 점점 집요하고 악날해지는 것 같다"고 걱정스러워했다.
김희선은 실제 유치원 다니는 딸(연아)을 키우고 있다. 배우이기 전에 엄마로서 아이 교육에 대한 걱정이 많을 터. 그는 "아이에게 무작정 '이거 해' 강요하기 보다는 먼저 의사를 물은 후 스스로 결정하게끔 한다"면서도 "우리 동네만 봐도 엄마들의 교육열이 정말 높다. 그런 분위기를 그대로 따라가고 싶지는 않지만 다른 아이들이 하는 걸 우리 아이만 안 하면 불쌍하게 보는 시선이 있다"고 했다. "공부나 노는 거나 적당한 선을 지키고 싶지만" 유치원 때부터 경쟁에서 뒤처지면 낙오자로 낙인 찍는 우리나라 교육 현실에서는 이 조차 쉽지 않다는 얘기다.
김희선은 이번 드라마를 통해 "한국의 줄리아 로버츠"라는 찬사를 받았다. 자칫 억지스러운 설정이라는 비난을 받을 수도 있었지만 그의 자연스러운 연기 덕분에 '조강자'의 상황과 행동은 설득력을 얻었고, 드라마는 진성성을 확보했다.
연기에 대해 호평을 받은 김희선은 차기작에 대해 "연기자에게는 모든 작품이 전환점이 된다. 한 번 해봤던 역할보다는 안 해본 역할을 해보고 싶다"면서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는 여배우는 억척스러운 엄마 역이 어울린다'는 고정관념을 깨는 배역을 맡고 싶다. 헐리우드의 여배우 르네 루소(61)처럼"이라고 웃었다.CBS노컷뉴스 문수경 기자 moon034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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