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다저스로부터 공식적인 의견이 나오지 않는 이상, 그의 어깨 상태를 놓고 섣부른 예측을 하는 것만큼 위험한 것은 없다. 그러나 한때나마 그의 어깨 상태에 대해 '데드 암(Dead Arm)'일 수 있다는 현지의 보도는 조금 비중 있게 다뤄 볼 필요가 있다. 어깨 수술을 선택하건 안 하건 간에 투수들에게 언제든지 올 수 있는 증상이 바로 '데드 암(Dead Arm)'이기 때문이다.
류현진에게 다가올 수 있는 증상, '데드 암'의 허와 실은?
데드 암(Dead Arm)의 사전적 의미는 '팔 근육에 충격이 가해지면서 오는 일시적인 증상(temporary loss of sensation in the arm, caused by a blow to a muscle)'으로 풀이된다. 이 뜻만 놓고 보면, '데드 암'이라는 증상은 가볍게 지나칠 수 있는 문제로 여겨질 수 있다. 말 그대로 '일시적인 통증만 지나가면, 회복할 수 있다.'라고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 '데드 암'에 대한 해석은 사전적인 의미와는 또 다르게 설명되어야 한다. 의학적으로 설명되지 못하는 부분도 많고, 심리적인 부분도 상당 부문 작용하기 때문이다. 흔한 증상은 아니지만, 어깨 쪽 부상을 당한 이들에게 '데드 암'은 꼭 한 번씩 올 수 있다는 점도 꽤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그렇다면, '데드 암' 증세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여기에는 투수들만이 지니고 있는 명확한 이론을 파악해 둘 필요가 있다. 보통 '도구'를 지니고 하는 구기종목은 해당 도구에 힘을 실어 상대를 제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테니스나 배드민턴의 경우에는 라켓, 타자들의 경우에는 방망이가 바로 그러한 도구다. 그런데 투수들은 '어깨/팔'이 이러한 라켓/방망이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라켓이나 방망이는 부러질 경우 새것으로 교환하면 되지만, 팔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투수들이 받게 되는 각종 수술은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그래서 별다른 부상 없이 긴 이닝을 소화해 온 선수들에게 '데드 암'이 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자신의 팔을 야구방망이/라켓 쓰듯이 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데드 암' 증세가 영어단어를 직역한 것처럼 '죽은 팔'로 머무는 것은 아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데드 암'을 이겨내고 긴 이닝을 소화한 사례가 얼마든지 발견되기 때문이다. 가장 대표적인 이가 마이크 무시나(전 뉴욕 양키스)다. 무시나는 현역 시절, 본인 스스로 데드 암 임을 인정했으나, 은퇴할 때까지 단 한 번도 시즌 150이닝 이하로 소화해 본 경험이 없었다. 2008년 은퇴 시점에서 그는 무려 3,562와 2/3이닝을 소화했다. 1년 단위로 환산해 볼 경우 198이닝이라는 꽤 놀라는 숫자가 도출된다.
물론 수술을 하건 안 하건 간에 어깨 통증을 겪고 있는 류현진에게 필요한 것은 '재활과 휴식'임에 틀림없다. 고교 시절에도 비슷한 아픔을 겪었던 만큼, 이번에도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럴 경우, '데드 암'은 말 그대로 '남의 나라 이야기'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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