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지만 넥센은 4월 하순부터 반등을 시작해 3~4위, 중상위권으로 올라왔습니다. 11일 현재 19승15패, +4승의 여유를 가진 '2015 타이어뱅크 KBO 리그' 4위입니다. 지난주 3승3패 제자리걸음했지만 어쨌든 정상 궤도에 오른 모양새입니다.
이런 상황에 '영웅 군단'을 이끌고 있는 수장의 생각은 어떨까요? 염경엽 넥센 감독은 시즌 일정의 25% 정도를 소화한 가운데 만족감을 드러냈습니다. 아쉬움이 없을 수 없지만 초반 난조를 만회한 것에 의미를 둔다는 겁니다. 염 감독은 새 주간 일정에 앞서 "4월 중순까지만 해도 팀이 불안했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일단 고비를 넘겼다"고 초반을 평가했습니다.
특유의 긴 호흡으로 시즌을 보겠다는 겁니다. 염 감독은 "3년 동안 팀을 이끌면서 깨달은 것은 서두르지 말고 길게 봐야 한다는 것"이라면서 "물론 지금까지 아쉬운 경기들이 있었지만 지난 것이니 잊고 간다"고 말했습니다.
염 감독이 말한 아쉬움은 이길 경기를 놓쳤다는 겁니다. 대표적인 게 10일 KIA와 홈 경기. 박병호의 끝내기 홈런 등 연이틀 역전승을 거둔 넥센은 10일에도 승기를 잡았습니다. 그러나 6회까지 6-3으로 앞선 상황에서 7회 이범호에게 만루포를 내주며 6-11로 졌습니다. 시리즈를 싹쓸이하며 4승2패로 기분좋은 휴식일을 맞을 수 있었지만 주간 5할 승률에 만족해야 했습니다.

그의 시선은 한여름 이후를 향하고 있습니다. 염 감독은 "우리가 주목하는 숫자는 8·9·10"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여름인 8월 이후 가을야구까지 강공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건데요, 그는 "최근 3년 동안 넥센은 그래왔다"고 덧붙였습니다.
사실 넥센이 여유를 갖고 시즌을 치르기는 쉽지 않습니다. 주전 의존도가 높고 상대적으로 백업이 얇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넥센은 지난해 문성현, 오재영 등 요긴한 스윙맨들을 한 달 이상 1군에서 제외하는 등 돌아가는 길을 택했습니다. 이들은 이후 후반기 합류해 힘을 보탰고 가을야구 진출과 포스트시즌에서 한몫을 단단히 했습니다. 실패의 경험에서 나온 긴 호흡인 겁니다.
염 감독은 "이전 시즌을 보면서 체력이 고갈되면 안 된다는 것을 느꼈다"면서 "자동차도 기름이 바닥나기 전에 채워줘야 하는데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고 말했습니다. 차가 길에 서기 전에 주유소에 들러 기름을 채우고 난 뒤 다시 운행을 해야 한다는 어쩌면 당연한 이치였습니다.

올 시즌 넥센은 지난해보다 어려울 것으로 예상됩니다. 주포 강정호의 미국 진출과 필승조 한현희의 선발 변신 등의 변수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넥센은 유한준, 윤석민, 김하성 등이 맹활약하며 4번 박병호를 지원 사격하고, 마운드에서는 노장 송신영과 김동준 등이 분전하고 있습니다. 벤 헤켄을 비롯해 조상우, 손승락 등 기존 주축들의 활약도 여전합니다.
든든한 모기업 없이도 2년 연속 가을야구를 펼치며 한 단계씩 성장해온 넥센. 과연 '염갈량' 염 감독의 '주유론'과 긴 호흡이 올해도 결실을 맺을지 지켜볼 일입니다.

사실 염 감독은 신생팀 케이티와 첫 대결을 앞두고 비슷한 고민을 드러냈습니다. 지난달 3연전을 앞두고 케이티가 10연패 중이었던 겁니다. 염 감독은 "케이티가 1승이라도 하고 오면 부담이 덜할 텐데 절박하게 달려들 것이 불안하다"고 했습니다. 결국 케이티는 넥센에 창단 첫 승과 연승을 거뒀습니다. 넥센이 하위권으로 내려간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넥센은 이후 4월 하순 케이티와 원정 3연전을 스윕하면서 설욕했습니다. 넥센이 상승세를 탔던 배경이 됐습니다.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는 노랫말도 있지만 이번에 염 감독의 불안함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자못 궁금합니다. 이기든, 지든 이것 역시 긴 시즌 가운데 하나의 과정이 될 겁니다. 지면 또 만회하면 됩니다.CBS노컷뉴스 임종률 기자 airjr@cbs.co.kr
<저작권자 ⓒ CBS 노컷뉴스(www.nocutnew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마니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