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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률의 스포츠레터]염갈량의 '주유론'과 영웅들의 숫자 '8·9·10'

2015-05-12 10:39

'채울건채우고간다'넥센염경엽감독은지금까지그래왔듯이올시즌도길게보고일정을치르겠다는계획이다.주전의존도가높은만큼더돌아간다는방침이다.(자료사진=넥센)
'채울건채우고간다'넥센염경엽감독은지금까지그래왔듯이올시즌도길게보고일정을치르겠다는계획이다.주전의존도가높은만큼더돌아간다는방침이다.(자료사진=넥센)
지난 시즌 창단 첫 한국시리즈(KS) 진출을 이뤘던 넥센. 올해는 4월 한때 9위까지 떨어지는 등 초반 분위기는 좋지 않았습니다. 역시 주전 의존도가 높은 넥센이 강정호(28 · 피츠버그)의 공백을 이겨내기 쉽지 않다는 말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넥센은 4월 하순부터 반등을 시작해 3~4위, 중상위권으로 올라왔습니다. 11일 현재 19승15패, +4승의 여유를 가진 '2015 타이어뱅크 KBO 리그' 4위입니다. 지난주 3승3패 제자리걸음했지만 어쨌든 정상 궤도에 오른 모양새입니다.

이런 상황에 '영웅 군단'을 이끌고 있는 수장의 생각은 어떨까요? 염경엽 넥센 감독은 시즌 일정의 25% 정도를 소화한 가운데 만족감을 드러냈습니다. 아쉬움이 없을 수 없지만 초반 난조를 만회한 것에 의미를 둔다는 겁니다. 염 감독은 새 주간 일정에 앞서 "4월 중순까지만 해도 팀이 불안했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일단 고비를 넘겼다"고 초반을 평가했습니다.

특유의 긴 호흡으로 시즌을 보겠다는 겁니다. 염 감독은 "3년 동안 팀을 이끌면서 깨달은 것은 서두르지 말고 길게 봐야 한다는 것"이라면서 "물론 지금까지 아쉬운 경기들이 있었지만 지난 것이니 잊고 간다"고 말했습니다.

염 감독이 말한 아쉬움은 이길 경기를 놓쳤다는 겁니다. 대표적인 게 10일 KIA와 홈 경기. 박병호의 끝내기 홈런 등 연이틀 역전승을 거둔 넥센은 10일에도 승기를 잡았습니다. 그러나 6회까지 6-3으로 앞선 상황에서 7회 이범호에게 만루포를 내주며 6-11로 졌습니다. 시리즈를 싹쓸이하며 4승2패로 기분좋은 휴식일을 맞을 수 있었지만 주간 5할 승률에 만족해야 했습니다.

'내가쳤는데도...'넥센은10일KIA와홈경기에서유한준(사진)등의홈런이나왔지만이범호의만루홈런등에역전패를안았다.(자료사진=넥센)
'내가쳤는데도...'넥센은10일KIA와홈경기에서유한준(사진)등의홈런이나왔지만이범호의만루홈런등에역전패를안았다.(자료사진=넥센)
이에 염 감독은 "두산이나 케이티와 경기도 아쉬웠다"면서 "6~7경기가 그랬는데 특히 여기서 2경기만 이겼어도 상위권으로 가는 것이었는데…"라며 입맛을 다시더군요. 2승을 더하면 넥센은 21승13패, 삼성(22승12패)에 이어 2위입니다. 염 감독은 그러나 "삼성, 두산, SK 등 다른 팀들도 그런 경기가 있을 텐데 털고 가야 한다"고 의연하게 말했습니다.

그의 시선은 한여름 이후를 향하고 있습니다. 염 감독은 "우리가 주목하는 숫자는 8·9·10"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여름인 8월 이후 가을야구까지 강공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건데요, 그는 "최근 3년 동안 넥센은 그래왔다"고 덧붙였습니다.

사실 넥센이 여유를 갖고 시즌을 치르기는 쉽지 않습니다. 주전 의존도가 높고 상대적으로 백업이 얇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넥센은 지난해 문성현, 오재영 등 요긴한 스윙맨들을 한 달 이상 1군에서 제외하는 등 돌아가는 길을 택했습니다. 이들은 이후 후반기 합류해 힘을 보탰고 가을야구 진출과 포스트시즌에서 한몫을 단단히 했습니다. 실패의 경험에서 나온 긴 호흡인 겁니다.

염 감독은 "이전 시즌을 보면서 체력이 고갈되면 안 된다는 것을 느꼈다"면서 "자동차도 기름이 바닥나기 전에 채워줘야 하는데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고 말했습니다. 차가 길에 서기 전에 주유소에 들러 기름을 채우고 난 뒤 다시 운행을 해야 한다는 어쩌면 당연한 이치였습니다.


'정호야,너없어도되겠다'올해미국스프링캠프에서염경엽감독(왼쪽)이피츠버그로진출한강정호에게수비지도를하는모습.(자료사진=넥센)
'정호야,너없어도되겠다'올해미국스프링캠프에서염경엽감독(왼쪽)이피츠버그로진출한강정호에게수비지도를하는모습.(자료사진=넥센)
지난해 염 감독은 박병호와 강정호(피츠버그) 등 주축들에게 이따금씩 휴식을 주면서 재충전할 기회를 만들었습니다. 한현희, 조상우, 손승락 등 필승조도 투구수를 조절해 막판까지 구위가 유지됐습니다.

올 시즌 넥센은 지난해보다 어려울 것으로 예상됩니다. 주포 강정호의 미국 진출과 필승조 한현희의 선발 변신 등의 변수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넥센은 유한준, 윤석민, 김하성 등이 맹활약하며 4번 박병호를 지원 사격하고, 마운드에서는 노장 송신영과 김동준 등이 분전하고 있습니다. 벤 헤켄을 비롯해 조상우, 손승락 등 기존 주축들의 활약도 여전합니다.

든든한 모기업 없이도 2년 연속 가을야구를 펼치며 한 단계씩 성장해온 넥센. 과연 '염갈량' 염 감독의 '주유론'과 긴 호흡이 올해도 결실을 맺을지 지켜볼 일입니다.

'지난것은경험만빼고모두잊어라'넥센염경엽감독(왼쪽)과지난해한국시리즈에서아쉽게삼성에패권을내준뒤박병호(가운데)-강정호등선수들이그라운드를빠져나가는모습.(자료사진=넥센,노컷뉴스)
'지난것은경험만빼고모두잊어라'넥센염경엽감독(왼쪽)과지난해한국시리즈에서아쉽게삼성에패권을내준뒤박병호(가운데)-강정호등선수들이그라운드를빠져나가는모습.(자료사진=넥센,노컷뉴스)
p.s-오늘(12일)부터 롯데와 주중 3연전 사직 원정을 앞둔 염 감독은 은근히 불안함을 드러냈습니다. 바로 롯데가 6연패 중이기 때문이죠. 염 감독은 "6연패를 했다면 이제는 이길 때가 됐다는 건데 연패를 끊고 우리와 붙었으면 했다"면서 "위닝 시리즈만 했으면 좋겠다"고 농반진반처럼 말했습니다.

사실 염 감독은 신생팀 케이티와 첫 대결을 앞두고 비슷한 고민을 드러냈습니다. 지난달 3연전을 앞두고 케이티가 10연패 중이었던 겁니다. 염 감독은 "케이티가 1승이라도 하고 오면 부담이 덜할 텐데 절박하게 달려들 것이 불안하다"고 했습니다. 결국 케이티는 넥센에 창단 첫 승과 연승을 거뒀습니다. 넥센이 하위권으로 내려간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넥센은 이후 4월 하순 케이티와 원정 3연전을 스윕하면서 설욕했습니다. 넥센이 상승세를 탔던 배경이 됐습니다.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는 노랫말도 있지만 이번에 염 감독의 불안함이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자못 궁금합니다. 이기든, 지든 이것 역시 긴 시즌 가운데 하나의 과정이 될 겁니다. 지면 또 만회하면 됩니다.CBS노컷뉴스 임종률 기자 airjr@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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