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사실 경기는 염경엽 감독이 기대했던 것 이상으로 잘 풀렸다. 선발로 나선 김동준도 5이닝 2실점 무자책 투구로 승리 투수가 될 가능성이 컸고, 타선에서도 4회에만 6점을 뽑아내는 집중력을 보였기 때문이었다. 송성문과 김재현 등이 모두 안타를 기록하며 팀 타선을 이끌었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했다.
‘10일 경기 선발 출장’ 넥센 영건 트리오, ‘이름이 뭐예요?’
다만, 경기 중반까지 리드를 지켜가던 넥센이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는 점은 꽤 안타까운 부분이기도 했다. 특히, 7회 초 반격에 나선 KIA가 이범호의 역전 만루 홈런을 바탕으로 경기를 뒤집은 장면은 이 날 경기의 하이라이트였다. 두 팀 모두 승리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특정 팀에 대한 연패 기록을 더 이상 이어가지 않겠다는 KIA의 절박함이 더 컸던 셈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KIA는 10일 경기 전까지 대 넥센전 11연패를 당했던 터였다.
그렇다고 해서 이 날 경기에서 선발 출장했던 넥센 영건 3인방의 모습까지 잊어서는 곤란하다. 향후 얼마든지 넥센의 미래로 성장 가능할 수 있다는 점에서 넥센 팬들은 안방에서 미래의 프랜차이즈 스타 플레이어를 본 셈이다.
먼저, 선발로 나선 김동준(23)은 부경고 졸업 이후 2012년 신인 지명 회의에서 넥센에 9라운드 전체 81번 지명을 받았을 만큼, 입단 당시에는 철저한 무명이었다. 그러나 그도 사실 고교 시절에는 1학년 때부터 에이스로 활약하는 등 일찌감치 프로 스카우트 팀의 주목을 받았던 인재였다. 부상으로 1년 유급을 선택한 끝에 프로 입성에 성공하는 등 적지 않은 우여곡절을 겪었던 주인공이기도 하다. 빠른 볼을 바탕으로 슬라이더, 포크 등을 던질 줄 안다는 점에서 향후 발전 가능성이 크다. 당시 그와 함께 부경고 마운드를 책임졌던 이가 바로 홍성무(KT)였다.
선발 포수로 출장했던 김재현은 사실 개막전부터 적지 않은 주목을 받았던 유망주였다. 1군 경험이 거의 없는 그에게 올 시즌 안방을 맡겼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큰 이야깃거리가 됐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의 역할은 주전 포수 박동원의 백업이었지만, 간혹 선발로도 출장하면서 점차 경험을 쌓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10일 경기에서는 올 시즌 첫 마수걸이 홈런포를 쏘아 올리며, 자신의 이름 석 자를 제대로 알렸다. 대전고 시절에는 투수를 겸업했을 만큼 강한 어깨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마지막으로 선발 2루수로 출장한 송성문은 올 시즌 처음으로 프로의 맛을 보는 신인이다. 장충고 졸업 이후 지난해 열린 2015 2차 신인지명 회의에서 넥센 히어로즈에 5라운드 전체 49번째 지명을 받으면서 프로에 입문했다. 그러나 사실 그는 지난해 0.468의 고타율을 기록하면서 이영민 타격상 수상자로 선정된 바 있다. 그만큼 타격에 있어서는 다른 영건들에게 뒤지지 않을 만한 실력을 갖춘 셈이었다. 그리고 10일 경기에서는 3타수 2안타를 기록하면서 넥센의 또 다른 히트 상품으로 등극할 준비를 마쳤다. 발 빠르고, 수비 범위도 넓다는 점에서 송성문에게도 큰 기대를 걸 만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넥센 전력이 무서운 것은 선수 한, 두 명이 빠졌다 해도 이를 대체할 만한 인재들을 언제든지 배출할 수 있다는 데에 있다. 마운드에서도 그러한 선순환구조가 지속된다면, 올 시즌 내내 상위권 경쟁 체제에서 넥센을 찾아볼 수 있기란 그다지 어렵지 않을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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