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중 대구 경기는 양 팀에서 자랑하는 외국인 투수 간의 맞대결로도 관심을 모았다. 메이저리그 1선발 출신(LG 루카스)이 더 강한지, 아니면 국내에서 지속적으로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선수(삼성 클로이드)가 좋은 성적을 낼 것인가의 여부도 본 경기의 관전 포인트 중 하나였다. 그런데 의외로 이 경기는 삼성의 일방적인 ‘판정승’으로 끝났다. 루카스가 또 다시 5회를 넘기지 못하고 무너진 데 비해 클로이드는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며 시즌 3승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내심 투수전을 기대했던 LG로서는 경기 초반에 승부가 갈리면서 다소 맥이 빠질 수밖에 없었다.
임지섭과 루카스, ‘다르면서도 닮은 두 선발의 고민’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삼성과의 두 차례 맞대결에서 선보인 LG의 경기 양상이 상당히 유사하다는 점이다. 결과는 다르게 나타났지만, 선취점을 빼앗기면서 경기 초반을 어렵게 가져가면서 불펜에 의지한 경기 운영을 펼쳤다는 사실이 그러하다. 그 과정 속에서 3연전 첫 번째 경기는 승리했고, 두 번째 경기는 패배했다. 그리고 앞선 두 경기의 공통분모에는 선발 투수가 있었다. 제1경기에서는 임지섭이 선발로 나선 바 있다.
LG 선발 마운드의 한 축을 꿰고 있는 임지섭과 루카스는 상당히 비슷한 점이 많은 이들이다. 빠른 속구 구속을 바탕으로 상대 타자들을 윽박지를 수 있다는 장점은 그 자체로 무기가 된다. 구위가 빼어난 만큼, 자신감을 갖고 공을 던지면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칠 수도 있다. 다만, 두 선수 모두 아직 벗어던지지 못한 ‘치명적인 단점’ 하나가 지속적인 성장 가능성을 가로막고 있는 셈이다.
임지섭의 가장 큰 아킬레스건은 ‘볼넷’이다. 유리한 볼 카운트에서도 자신의 장기를 살리지 못한 채 제구력이 무너지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다. 물론 올해 입단 2년차를 맞이하는 이 루키에게 중요한 것은 눈앞의 성적이 아니라, 15년 동안 써먹을 수 있는 에이스다운 면모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는 올 시즌 28이닝을 소화하는 동안 볼넷 역시 28개나 허용했다. 이닝 당 볼넷 하나를 허용하고 있는 만큼, 일단 주자를 1루에 놓고 경기를 하는 것과 같은 상황이 펼쳐지는 셈이다. 시즌 첫 승을 기록했던 지난 4일 경기에서도 임지섭은 7이닝 노히트 경기를 펼치면서도 5개의 볼넷을 허용한 바 있다. 류택현 코치가 지난 1년간 거의 붙어 지내면서 임지섭을 전담했다고는 하나, 아직 ‘영점’이 잡히지 않은 모양세다. 그가 무사사구를 기록하는 날이 LG가 새로운 좌완 에이스를 얻은 날이 될 것이다.
루카스는 사실 구위나 제구력 자체만 놓고 보면 역대 외국인 투수 가운데 1류에 속할 수 있다. 그만큼 메이저리그 1선발도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이렇게 완벽해 보이는 이 외국인 투수에게 절실한 것은 바로 ‘평정심’이다. 그만큼 자신이 기분 좋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의 표정 변화가 극명하게 엇갈린다. 그리고 이는 곧바로 성적으로 나타난다. 자신의 뜻대로 경기가 풀리는 날에는 볼넷 숫자도 적고 나름대로 마운드에서 노련함을 보여주고 있지만, 그렇지 못하는 날에는 제구가 흔들리며 스스로 무너지는 경향이 있다. 안타깝게도 루카스가 등판했던 지난 6번의 경기 중 후자의 경우가 더 많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투수 조련사’ 양상문 감독의 처방이 어떻게 내려질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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