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중 LG는 시즌 전부터 양상문 감독이 그토록 강조했던 ‘플랜 B’에 대한 성공 유무가 큰 관심거리로 다가오고 있다. 일단, 현재 시점으로만 놓고 본다면 ‘플랜 B’는 대성공이다. 우규민과 류제국, 그리고 외국인 선수 한나한이 돌아올 것으로 예상되는 4월 말~5월 초까지 5할 승률을 유지하는 것이 지상과제였기 때문이었다. 27일 현재, 23경기에서 12승 11패를 기록중인 LG의 성적을 감안한다면, 이 정도 페이스를 유지할 경우 충분히 5할 승률 언저리에서 5월 일정을 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결단을 내려야 할 때’, 이동현 마무리로 돌리나?
LG의 선전은 한나한을 대신하여 신예 양석환과 박지규가 공-수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 선발 마운드의 공백을 젊은 투수들(임지섭, 임정우 등)이 잘 메워주고 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다만, 시즌 전 ‘아무 문제 없이 가동될 줄 알았던’ 불펜의 모습이 양상문 감독의 구상과 100%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은 유일한 ‘옥에 티’다. 물론 LG 불펜은 리드를 잡고 있을 때 쉽게 역전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지난해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뒷문’ 문제가 갑작스럽게 대두했다는 점은 그다지 반가운 소식이 아니다.
양상문 감독이 공언한 LG 마무리는 단연 봉중근이다. 최근 3년간 25세이브 이상을 기록한 ‘터줏대감’을 쓰지 않는 것이 이상할 정도다. 더구나 그는 27일 현재를 기준으로 3세이브만 추가하면, KBO 리그 100세이브를 기록할 수 있게 된다. 초반 부진 역시 양상문 감독이 봉중근을 계속 기용하는 것으로 갈무리하며 변함없는 믿음을 보이기도 했다. 특히, 지난 25일 경기에서는 세이브 상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를 투입시켜 자신감 있는 투구를 펼치게 했다. 그리고 봉중근은 1이닝 무실점으로 NC 타선을 틀어막으며, 양상문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는 듯했다.
이에 양상문 감독은 26일 경기에서도 세이브 상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그를 마지막 이닝에 투입했다. 7-2로 스코어가 벌어져 있었기에 전날처럼 ‘아무런 부담 없이’ 투구를 하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봉중근은 전날같이 무실점으로 NC 타선을 막지 못했다. 나성범을 삼진으로 잡아냈지만, 테임즈에게 볼넷을 내어준 것이 화근이었다. 이어 이호준의 적시 2루타로 실점하면서 그대로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다.
그런데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것이 양상문 감독의 움직임이었다. 봉중근의 뒤를 이어 이동현을 마운드에 올렸기 때문이었다. 전날에도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기 위해 이동현을 불펜에 준비했던 것을 감안한다면, 이제는 슬슬 불펜에서도 ‘플랜 B’를 준비해야 할 때가 온 것으로 봐야 할 듯싶다. 이동현 역시 2002~3년에는 마무리 투수로 잠시나마 활약한 바 있다. 불의의 부상으로 중도 하차하지 않았다면, LG 불펜 운영은 그때부터 달라졌을지 모를 일이었다. 양상문 감독 역시 이를 모를 리 없다.
물론 봉중근의 뒤를 이어 등판한 이동현도 실점을 하며 경기를 어렵게 풀어갔고, 10여 년 만에 다시 마무리를 맡는다는 점도 스스로 부담일 수 있다. 무엇보다도 양상문 감독이 그를 마무리로 기용하지 않는다면 이러한 가정도 ‘없던 일’이 될 뿐이다. 다만, 긴 시즌을 소화해야 하는 현실적인 문제를 감안해 보았을 때 최근 2경기 동안 보여줬던 양상문 감독의 투수 기용 방식이 ‘플랜 B’로 가동될지 지켜볼 필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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