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나 이러한 프로야구의 화려한 세계와는 달리,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외곽 지역에서 묵묵히 ‘재도전’을 준비하는 이들도 있다. 바로 국내 유일의 독립야구단인 ‘연천 미라클’이 그 주인공이다. 고양 원더스 해체 이후 한동안 아무 소식이 들려오지 않던 야구계에 이제는 사관학교 형식으로 독립구단이 생긴 것이다. 지난 3월 창단 이후 프로에 재도전하고자 하는 이들이 모인 독립 야구단 미라클은 대학, 고교, 프로 2~3군과의 연습 게임을 통하여 그 기량을 서서히 끌어올리는 데에 목적이 있다. 그리고 창단 후 첫 번째 연습 경기가 지난 24일 고양 국가대표 야구 훈련장에서 열렸다. 상대는 고양 야구장을 홈으로 쓰는 NC 다이노스의 2~3군, ‘고양 다이노스’였다. 원더스의 처음과 끝이 이루어진 바로 그 장소에서 대한민국 유일의 독립야구단이 첫 발을 내딛는 순간이기도 했다. 그 장면을 ‘마니아리포트’가 단독으로 취재했다.
김인식 감독, “맞아도 좋다. 피하지 말라!”
24일 오후 1시. 방망이 돌아가는 소리만 들린 고양 야구장은 그야말로 한적했다. 다만, 그라운드 안에서는 ‘첫 실전 경기’를 반드시 이기기 위해 열심히 연습하는 연천 미라클 선수들만 있을 뿐이었다. 고교/대학 무대를 경험한 이후 프로행에 실패했거나, 프로에서 방출당한 이들이 한데 모인 이 외인 구단은 이렇게, 아무도 주목하지 않은 상황에서 조용히 시작됐다. 그리고 그들의 첫 경기 선발 투수는 몇 년 전까지 LG 트윈스 2군에서 뛰었던 이청하(23)였다. 바로 이병훈 전 KBSN 야구 해설위원의 장남이자 현재 넥센에서 뛰고 있는 포수 이용하의 친형이었다.
출발은 좋지 않았다. 주자 있는 상황에서 병살타로 이닝을 마무리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야수의 송구 동작이 느려 선취점을 내줬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프로 재수’를 선택한 이들은 호락호락하게 물러나지 않았다. 이어진 3회 초 반격서 4번 이강혁이 동점 투런포를 쏘아 올렸기 때문이었다. 이 날 경기에서 터진 유일한 홈런포는 팀 창단 후 만들어진 1호 홈런이기도 했다. 이후 양 팀 모두 일진일퇴를 거듭하는 과정 속에서 경기는 8회까지 6-4로 고양 다이노스가 리드를 이어갔다. 이대로 경기가 끝난다 해도 첫 안타와 첫 득점, 첫 홈런이 같은 일자에 나왔다는 것에 만족을 느낄 법했다.
하지만, 선수 모집 이후 혹독하게 훈련했던 결과는 8회 초에 만들어졌다. 상대 투수 변강득을 상대로 포수 조용성이 내야 안타에 이은 상대 수비 실책으로 출루한 데 이어 공민호-신지혁-임광섭이 안타와 희생플라이 등으로 3타점을 합작하며 역전에 성공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남은 두 이닝을 투수 김상걸(27, 전 삼성)이 무피안타 무실점으로 막으며 팀의 첫 번째 승리 투수로 이름을 남겼다. 비록 연습경기였다고는 하나, 팀이 모인 이후 가진 첫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었다는 것만으로도 이들은 가능성을 선보인 셈이었다. 이 날 미라클 구단 타선은 NC 투수로 나선 이승호, 이찬우, 배준빈, 변강득 등을 상대로 장단 14안타, 3볼넷을 묶어 7득점 하는 데 성공했다.
물론 경기 과정까지 살펴보면, 아직 ‘프로가 갖추어야 할 세부적인 플레이’에 아쉬움을 보였던 것도 사실이다. 병살타로 이어질 수 있는 기회를 두 번이나 놓쳤다는 점(수비적인 측면), 유리한 볼 카운트를 만들어 놓고도 스스로 구위에 자신감을 갖지 못하고 위기를 만들었다는 점(마운드 운영 측면) 등이 그러하다. 이러한 점을 실전 경험을 통해 극복한다면, 향후에는 프로 스카우트 팀도 미라클 경기를 관전하기 위해 야구장을 찾을 것이 분명하다. 김인식 감독도 “지금 당장 프로 2군에 투입할 수 있는 선수가 있다.”라며 이러한 주장에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서전을 승리로 장식하며 좋은 출발을 보인 ‘연천 미라클’ 독립 야구단. 그러나 이것은 출발일 뿐, 그들의 레이스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이들 중 누가 ‘미라클 구단 출신 1호 프로선수’가 될지 지켜보는 것도 자못 흥미로울 것이다. 말 그대로 그들의 ‘미라클’한 시즌은 이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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