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실 역대 신생팀은 인고의 시간을 견뎌낸 이후에야 좋은 성적으로 달콤한 열매를 맺기 마련이었다. 빙그레 이글스(한화 이글스 전신)가 그러했고, 쌍방울 레이더스가 또 그러했다. NC 다이노스 역시 1년간의 '절대시간 투자'를 통하여 젊은 선수들이 1군 무대에서 뛰는 것에 대한 자신감을 얻었고, 마침내 지난해에는 창단 최소 년도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쾌거를 이룰 수 있었다. KT 위즈 역시 이러한 '형님'들의 모습을 벤치마킹하는 것이 승패보다 더 중요할지 모른다.
삼미 슈퍼스타즈의 투지를 기억해야 하는 막내 KT 위즈
앞선 '신생 구단'의 사례를 참고하는 것도 좋지만, 지금의 KT 위즈가 기억해야 할 사례는 또 있다. 프로 원년 구단이었던 삼미 슈퍼스타즈가 그러하다. 당시 6개 구단 가운데 최약체였던 삼미는 팀 이름과 달리 선수들 중에는 '국가대표'가 없었다. 그나마 에이스 인호봉이 고교 시절, 봉황대기에서 40이닝 무실점 기록을 세운 것을 바탕으로 한일 친선전 대표로 선발된 바 있으며, 박현식 당시 감독이 현역 시절에 국가대표로 선발된 것이 전부였다. 영화 '슈퍼스타 감사용'으로도 잘 알려졌지만, 예상대로 삼미는 프로 원년에 15승 65패, 승률 0.188를 거두는 데 그쳤다.
하지만, 당시 삼미의 주역들은 말 그대로 '기를 쓰고' 싸웠다. 인호봉, 금광옥 등 당시 주전 멤버들은 "다른 것은 몰라도 투지 하나만은 우리 구단이 최고였다."라며 당시 상황을 담담히 이야기한 바 있다. 물론 투지만으로 좋은 성적이 보장되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패배를 하면서 더 많은 것을 배운 삼미 원년 멤버들은 오히려 은퇴 이후 더 많은 빛을 보기 시작했다. 김호인 KBO 규칙위원과 허운 경기운영위원은 심판위원을 역임했고, 당시 백업 포수로 등장했던 김진철은 청보, 태평양, 현대, LG에서 스카우트팀장으로 좋은 성과를 낸 바 있다. 주전 포수였던 금광옥은 현대-SK 코치를 거쳐 현재 모교에서 동산고 감독으로 재직중이며, NC 다이노스의 양승관 코치와 KIA 타이거즈의 김무관 코치는 여전히 프로에서 제 몫을 다 하고 있다. 현역 시절에 투지를 바탕으로 제 몫을 다 했던 선수들이 뒤늦게나마 '빛'을 찾은 결과이기도 했다.
KT 역시 이러한 사실을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17일 현재 최하위를 달리고 있지만, 아직 KT에는 무려 129경기가 남아 있으며, 그만큼 반등할 수 있는 기회도 많다. 시행착오는 경험의 또 다른 표현이라는 점을 감안해 보았을 떄, '수원 KT 위즈 파크'에서 포스트시즌이 열리게 될 날도 예상 외로 빨리 볼 수 있을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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