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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 옥탑방의 파랑새, 조재현이 배우로 사는 법

"이기는 연기는 잘못된 연기…연극은 내 숙명"

2015-02-20 06:00

배우조재현.(사진=SBS제공)
배우조재현.(사진=SBS제공)
극장 위 작은 옥탑방에 그는 도시의 모든 소음을 잊은 듯 앉아 있었다. 아늑한 공간에는 타닥타닥 벽난로 불빛만 타올랐다. 이젤에 놓인 그림 속 여자의 뒷모습은 화가 에곤 쉴레의 화풍과 닮았다. 그가 직접 그린 것이라고 했다.

서울 한복판 그 비현실적인 공간에 배우 조재현의 모든 것이 담겨 있었다. 성공을 욕망하기 보다는 자신이 사랑하는 것들을 위해 살아가는 배우. 할머니가 불러주신 구전 민요 파랑새를 완벽하지 않은 경상도 사투리로 흥얼거리는 배우. 벽난로에서 막 꺼낸 속 노란 군고구마처럼, 그 속은 따뜻한 온기로 가득했다.

다음은 취재진과 조재현과의 1문 1답이다.

-이 공간은 어떤 용도인가요?

"그림을 그리기도 하고, 제 사무실이기도 하고 , 연극 대본을 리딩하기도 하는 그런 곳이죠. 그냥 개인 사무실이에요".

-드라마 '펀치', 마친 소감을 듣고 싶어요.

"생방송처럼 촬영한 지는 얼마 안됐고 대본이 잘 나왔어요. '어떻게 촬영하지?'라고 생각했는데 이게 작가의 능력인 것 같아요. 머리로 맞추고 쓴 대사가 아니라 가슴으로 쓴 대사라서 외우는데 스트레스가 없었어요. 나오자마자 반은 외워지더라고요. 중간에 한번 보고, 촬영 당일에 분장하면서 보면서 최종적으로 외우면 싹 외워졌어요. 이태준이 하는 말이 제가 하는 말처럼요. 작가의 필력이 중요한데, 인물의 가슴에 들어가서 글을 쓰는 것 같았어요".

-이번에 맡은 역할인 이태준은 악역이었는데 어땠나요?

"(스스로) 나쁘다는 것을 알고 있는 인물이라 표현하기 힘들었어요. 하는 행동이 굉장히 나쁜데 어려서 너무 못살았고, 형이 아버지처럼 사법고시 뒷바라지를 한 배경을 깔아놨잖아요. 오로지 성공해야겠다는 일념하에 살아온 거죠. 악행으로 성공하면서 '나는 지옥에 갈 것이다'라고 악행을 인정하는 게 굉장히 매력적인 캐릭터에요".

-애드리브도 많이 했을 것 같아요.

"우연치 않게 애드리브가 많았어요. 조심스럽게 현장에서 PD님한테 제안했을 때 흔쾌히 받아들이더라고요. 아예 대본에 씬을 만들었고, 현장에서 만든 것도 좀 있었어요. 네티즌이 귀신같이 알던데요".

드라마'펀치'현장속배우들과조재현.(사진=SBS제공)
드라마'펀치'현장속배우들과조재현.(사진=SBS제공)
-촬영 중 힘들거나 어려웠던 장면이 있었나요?

"특별히 힘들었던 것은 없었는데 한 씬 안에서 반전이 많다보니 배우들도 지칠 때가 있었죠. 박정환(김래원 분)의 3개월 인생을 그린다고 하면서 한 회에 두 번씩 반전이 일어나는 스타일이에요. 그걸 만들어내려고 하니 작가도 힘들고, 연기하기 힘들 때도 몇번 있었죠".

-배우 김래원, 박혁권 씨 등 함께 연기한 후배들과는 어땠는지 궁금해요.

"김래원하고는 10년 만에 만났고, 박혁권과는 처음 같이 연기를 했어요. 함께 연기하면 신이 나요. 아마 그 배우들도 똑같은 생각일 겁니다. 드라마가 잘되려면 연기는 같이 가야 돼요. 무슨 기싸움 대결이라고 이야기하는 걸 보면 제일 꼴보기가 싫어요. 이기는 연기는 잘못된 연기에요. 씬을 위해 싸우고 상대 배우를 짓이겨 놓으면 그 씬은 망가진 겁니다. 기싸움이 아니라 둘이 만들어 가는 거죠".

-배우 최명길 씨와도 긴장감 넘치는 관계 보여줬는데, 실제로는 어땠나요?

"최명길 씨와는 처음 해봤는데 가장 의외의 인물이었어요. 굉장히 도시적이고 이성적이면서 차가운 느낌이잖아요? 같이 연기해보니까 정말 푸근한거예요. 정말 부부같더라고요. (웃음) 메시지하면서 '우리 정드는 거 아니냐' 이런 이야기 나누고…. 저랑 촬영현장에서 만나면 '레디'할 때 딱 눈빛이 바뀌어서 정말 웃겨요".

-전작인 드라마 '정도전'도 그랬고, '펀치'도 사회에 메시지를 던지는 드라마였어요.

"'정도전'은 메시지가 강렬했죠. 고려말 난세를 보여주면서 정도전이라는 인물 자체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으로 리더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가열시켰어요. '펀치'는 실제 이야기를 굉장히 오버해서 만든 지점이 있어요. 있을 수 없는 이야기도 많죠. 이렇게 과장된 이야기는 검찰을 폭로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나은 세상을 이야기하는 거예요".

드라마'펀치'에서이유있는악역이태준부장검사역을맡은조재현.(사진=SBS공식홈페이지캡처)
드라마'펀치'에서이유있는악역이태준부장검사역을맡은조재현.(사진=SBS공식홈페이지캡처)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주제나 분위기가 호평받은 이유는 어디에 있다고 생각하나요?

"검찰의 무거운 주제와 이야기를 그대로 옮겼으면 굉장히 칙칙했을 거예요. 그것을 약간 강약 조절을 했어요. '강'은 아까 말한대로 오버스러운 지점이죠. 검찰청을 '저 자리에 가려고 저렇게 용을 썼구나'라는 것을 보여주는 식으로 만들어놨어요. 이야기를 경쾌하게 만들어 준 겁니다. 변화무쌍한 것이 많은데 드라마 속 인물로 보여졌기 때문에 자유롭고, 다양하게 봐줬던 거죠. PD와 작가의 조합도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해요".

-로맨스로 복귀하고 싶은 생각은 없나요?

"있으면 하는데 '펀치'에도 없지는 않았어요. '정도전' 때도 정몽준 역의 임호와 묘한 기류가 있었죠. 여기에서도 태준이 정환의 침대에 누워서 서로 바라보는 장면이 있었는데 합이 잘 맞았어요. 애처롭게 사랑하는 게 아니라 서로를 이해하는 느낌인 거죠. 그래서인지 여배우랑 붙여주면 잘 할텐데 자꾸 안 붙여주더라고요". (웃음)

-다작하지 않지만 호평받는 드라마들을 주로 고르는 것 같아요.

"최근했던 작품들이 모두 동시간대 1위를 했어요. 운이 좋은 거죠. 저는 이 드라마에 설득력이 있겠다고 생각하면 선택해요. 제가 설득당하면 시청자들도 설득당할 가능성이 높네요".

-영화나 드라마보다, 연극을 우선하는 이유가 있나요?

"연극은 1년에 한번씩 해야 된다는 생각이 있어요. 연극은 스케줄을 제가 잡죠. 연극과 스케줄이 겹치면 (드라마나 영화를) 못하는 거고, 아니면 병행해서 가는 거고…. '연극을 하면 드라마를 못하면 어떡하지?' 걱정하는 배우들도 있어요. 저는 그렇게 하지 않은 지가 10년이 넘어서 병행이 가능하면 가능한대로 하고 있죠. 이제 앞으로 병행 안하려고요. (웃음) 그냥 연극만 할까봐요".

배우조재현.(사진=SBS'아빠를부탁해'공식홈페이지캡처)
배우조재현.(사진=SBS'아빠를부탁해'공식홈페이지캡처)
-연극이 굉장히 매력적인가봐요?

"매력적이라기 보다는, 약간 숙명적으로 저와 같이 가는 게 돼버렸어요. 연극에 매력을 느끼거나 사명감을 느끼지는 않아요. 공연장을 지은 것도, 어려서부터 짓고 싶었지만 무대를 지키겠다는 그런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 계속 연극이 제게 다가오는 거죠. 어느 순간 공연장을 짓고 있고, 제작사도 세우고…. 제작사는 계획이 별로 없었어요. 꿈을 이뤄보겠다 했는데 굉장히 제게는 작업이 됐네요".

-그럼 '펀치' 배우들 중에 연극을 추천해주고 싶은 사람은요?

"그 순간에 연극을 필요로 하고, 도움이 되는 사람들에게만 추천해요. 연극은 백번 자기에게 뭔가 필요할 때 하는 게 맞거든요. 시간이나 돈, 모든 것들을 따지면 답이 안 나오는 이야깁니다. 섣불리 마음에 든다고 제안하지 않아요. 배우마다 다 다르죠. 연기가 매너리즘에 빠지는 배우도 있고, 확 한번 코미디 장르를 해보면 좋을 것 같은 배우도 있고. 무리하게 드라마를 많이 하다보면 벗어나지를 못하니까 연극을 한다든지…. 그런 계기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김)래원이는 복귀해서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하니 연극을 제안하기 어렵고, (공)효진이에게는 사고로 몸도 좋지 않고, 가라앉아 있는 상황이라 극장에서 에너지를 느껴보라고 제안할 수 있었던 거예요".

-딸과 함께 예능프로그램 '아빠를 부탁해'에 출연하는데, 사생활 공개 결심이 쉽진 않았을 것 같아요.

"굉장히 부담스러운 포맷이죠. 지난해 여름부터 섭외가 왔는데 하지 않겠다고 해서 엎어지고 그랬어요. 결정적인 이유가 딸이 싫어했거든요. 본인이 배우라는 꿈만 없었으면 정말 하고 싶다고 하더라고요. 배우인 아빠를 둬서 유년기에 못해본 게 많았고, 함께 있는 시간을 가지고 싶다는 거였어요. 인간 대 인간으로 봤을 때, 하는 게 도움이 되겠다 싶었어요. 예능의 시작과 끝이 중요한 게 아니라 우리 두 사람의 관계가 달라진 모습이 있다면 그걸 기대하고 있어요. 함께 시간 보내기에는 용기도 없고 의지도 없어서 이런 걸 기회삼아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죠".

-어떤 아버지였는데 그런 생각을 하게 됐나요?

"너무 어릴 때 결혼해서 많이 부족했어요. 24살에 결혼해서 큰 아이를 낳고, 우리 딸이 둘째인데 전 친구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고, 아버지들이 해주는 걸 못했죠. 자식에게는 미안함이 숙제처럼 남아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배우가 아니었다면, 지금쯤 어떤 인생이 펼쳐져 있을까요?

"원래 서울예술고등학교 미술과를 시험봤는데 떨어졌어요. 그렇지 않았으면 미술하고 그림을 그렸겠죠. (그림을 가리키며) 저 그림이 저와 중학교 때 미술반이었던 갤러리 관장 친구가 선물한 건데 그 친구가 그러더라고요. 제일 충격적인 게 제가 그림을 그렸던 거라고. 제가 어느 순간 텔레비전에 나오는 걸 보고 충격 받았대요. 전 화가가 될 줄 알았다는 거예요".CBS노컷뉴스 유원정 기자 ywj2014@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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