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역사라는 소용돌이에 휘말린 한 가족의 비밀 '이다'

혼란에 빠진 안나는 자신을 낳아준 부모의 죽음에 대해 알고 싶은 마음이 생기고, 이모 완다와 함께 가족사에 얽힌 비밀을 찾아 나선다.
영화 '이다'는 1960년대 초 폴란드의 모습을 섬세하게 담아냈다. 1968년 폴란드에서는 학생들의 시위가 한창이었고 폴란드 공산당이 반유대주의적인 숙청을 진행하고 있었다.
이 영화는 당시 정치 상황을 깊이 다루고자 시대적 배경을 1962년대로 옮겼고 아무 것도 모르는 순수한 모습의 소녀를 주인공으로 설정했다.
폴란드 공산당에 입당해 스탈린 공포정치 시대의 검사가 된 완다와 수녀의 길을 택하는 안나의 모습은 수동적인 제물이 아니라 스스로의 삶을 선택하는 이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이 영화는 레스토랑에서 팝 재즈 뮤지션들이 외국 음악을 연주하는 장면 등을 통해 다른 나라의 문화를 복제하는 식민지 후 폴란드의 모습을 미묘하지만 정교하게 담아냈다. 이는 식민지 지배자들의 범죄를 덜 해악적인 방식으로 반복하며 나타내는 장치다.
◇ 묵묵히 자기 길 걷는 이들 향한 응원가 '꿈보다 해몽'

무작정 향한 공원에서 홀로 외로운 마음을 달래던 여배우 앞에 문득 한 형사(유준상)가 나타난다. 형사는 근처에서 일어난 자살사건을 정리한 뒤 심란한 마음에 공원으로 나선 참이다. 어느덧 소주를 나눠 마시며 답답한 마음을 나누던 둘은 우연히 어젯밤 꿈에 대해 이야기하게 된다.
영화 '꿈보다 해몽'은 열심히 사는데도 꿈에서 멀어지고 있는 것만 같아 조바심을 내는 무명 여배우가 미스터리한 형사와 함께 꿈과 현실을 넘나드는 여정을 쫓는다.
이 영화는 장편 데뷔작 '로맨스 조'로 주목 받은 이광국 감독의 신작으로, 꿈을 쫓아가는 데 지쳐본 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이야기라는 평을 얻고 있다.
극중 친밀하면서도 독특한 캐릭터는 "묵묵히 자기의 길을 걷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 대한 응원을 담은 인물"이라는 것이 감독의 설명이다.
◇ 반짝이는 청춘의 초상에 음악을 입히다 '갓 헬프 더 걸'

'갓 헬프 더 걸'은 올해 처음으로 선보이는 음악영화로 우연히 만난 친구들과의 우정과 사랑을 통해 성장하는 한 소녀의 이야기를 그렸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웨스 앤더슨 제작진이 만든 이 영화는 스코틀랜드 출신의 유명 7인조 모던 포크 밴드 '벨 앤 세바스찬'의 스튜어트 머독이 연출을 맡았다.
경쾌하고 서정적인 음악 위에 빈티지하고 다채로운 비주얼을 덧입힌 것이 특징이다.
반짝이는 청춘의 초상을 빚어낸 배우들의 열연도 볼거리다. '폼페이: 최후의 날'의 에밀리 브라우닝, '위크엔드 인 파리'의 올리 알렉산더, 인기 영국 드라마 '스킨스'의 한나 머레이는 OST도 직접 불렀다.
◇ 선택의 기로에 선 그대에게 부치는 편지 '생각보다 맑은'

사랑을 표현하고픈 여자 은솔과 사랑을 감추고픈 남자 김부장은 제법 큰 무역회사의 사내 비밀 커플이다. 결혼을 앞두고도 사랑한다는 말은커녕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김부장 탓에 늘 불안한 은솔은 어떻게 해서라도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를 듣고 싶어 한다.
열혈 메탈소녀 예미와 함께 락밴드를 이끌어 온 소심한 남학생 강보는 고3 진학을 앞두고 갈등에 빠진다. 용돈벌이로 고깃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끝까지 꿈을 쫓으려는 예미와 달리 강보는 음악을 반대하는 부모님과 예미 사이에서 괴로워한다.
늘 바깥 세상이 궁금한 호기심 많은 푸들 마로는 어느 날 열린 문 틈 사이로 아파트를 빠져나간다. 주인의 학교가는 길을 따라 나선 마로는 이내 길을 잃고 낯선 숲에 발을 들인다. 마로는 무리에서 이탈한 까마귀와 함께 반나절 동안 동행하면서 처음 본 놀라운 세상을 만나게 된다.
애니메이션 '생각보다 맑은'은 네 편의 이야기를 하나로 엮은 옴니버스 영화다. 주목받는 신예 한지원 감독의 작품으로 꿈과 현실, 사랑과 미래까지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 선 우리 모두의 이야기로 공감을 얻고 있다.
◇ "하고 싶은 일 하며 살자"는 솔깃한 제안 '망원동 인공위성'

하지만 그의 예상과 달리 티셔츠는 도통 팔리지 않고, 발사 일정은 거듭 연기된다. 까다로운 기술적 문제까지 돌파해야 하는 인공위성 DIY 작업 속에서 세계가 주목하는 개인 인공위성 프로젝트는 점차 벅찬 도전으로 다가온다.
다큐멘터리 영화 '망원동 인공위성'은 송호준 씨가 서울 망원동 지하 작업실에서 혼자 힘으로 인공위성을 만들어 우주로 띄우기까지의 과정을 기록하고 있다.
극중 그는 자신의 복잡한 욕망과 그것을 부추기는 무언가에 떠밀리며 보낸 시간들을 뒤로 한 채 마침내 자신의 인공위성을 우주로 띄워 보낸다.
거듭되는 시행착오 속에서도 자신의 일에 몰두하는 송 씨의 모습은 비슷한 삶을 사는 우리에게 '꿈은 이루어진다'는 식상한 말보다 깊은 위로로 다가온다.
◇ 불통의 벽 앞에서도 꼭 지켜야 하는 인간의 조건 '오마르'

그러던 어느 날 오마르는 친구들과 함께 이스라엘 군부대를 습격하는 일에 가담하기로 한다. 하지만 그는 결국 이스라엘 비밀경찰에게 붙잡히게 되고, 협박과 강요에 못 이겨 이중첩자가 되는 조건으로 풀려난다.
영화 '오마르'는 비밀경찰과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벌이는 절박한 상황에서도 우정과 사랑, 평범한 삶을 지켜내기 위해 애쓰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팔레스타인계 이스라엘인 감독인 하니 아부 아사드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팔레스타인 주민들 사이에 세워진 장벽이 몸은 물론 마음까지 억압해 사람들 사이의 신뢰관계를 무너뜨리고 있는 현실을 선명하게 담아냈다.
특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사이 분쟁의 한 가운데 선 평범한 남자의 시선을 통해 인간의 조건에 대해 성찰하는 여정은 몹시 감동적이다.
2013년 열린 제66회 칸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 심사위원상을 비롯해 세계 유수 영화제에 초청된 작품.CBS노컷뉴스 이진욱 기자 jinuk@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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