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12(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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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영과 코스설계가, 그리고 18번홀

2015-02-10 14:00

▲김세영.사진
▲김세영.사진
[마니아리포트 김세영 기자]코스설계가들은 작곡가와 같다. 코스를 설계할 때 플레이어들이 일종의 리듬감을 느끼며 라운드를 할 수 있도록 한다. 대개 첫 홀은 가볍게 몸을 풀 수 있도록 배려하고, 후반으로 갈수록 서서히 박진감을 올려 게임의 묘미가 배가될 수 있도록 한다.

설계가들은 이를 위해 18개 홀을 그리면서 파3, 파4, 파5 홀을 적절히 배치한다. 파3와 파5 홀은 4개씩 만들고, 나머지 10개 홀을 파4로 만든다. 파72 코스의 전형이다.

설계가들은 여기에 난이도를 고려해 홀을 배치한다. 보통의 경우 막판 16~18번홀에 극적인 장면이 연출될 수 있도록 전략적인 홀을 배치하는 경향이 짙다. 특히 18번홀은 가능하면 파5로 만들어 쫓는 자에게 2온으로 마지막 역전 기회를 주려고 한다.

그렇다고 만만하게 만들지는 않는다. 공격적인 샷이 성공하면 이득을 받게 하고, 실패하면 쓰라린 패배가 기다리게 한다. 이를 통해 일반 골퍼들의 라운드뿐 아니라 프로 골프 대회에서는 박진감을 넘치게 한다. ‘골프는 장갑을 벗어야 한다’는 격언이 탄생하게 된 배경에는 설계가들의 이런 숨은 의도가 있다.

‘역전의 여왕’ 김세영(22․미래에셋)은 설계가의 의도대로 마지막 3개 홀에서 승부를 걸줄 아는 선수다. 그가 국내에서 거둔 5승과 미국에서 거둔 1승이 모두 역전 우승인 건 우연이 아니라고 본다.

실제로 첫 우승을 거뒀던 2013년 롯데마트 여자오픈 당시 김세영은 마지막 18번홀에서 극적인 이글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이 홀도 파5 홀이다. 같은 해 열린 한화금융클래식 최종 라운드 17번홀(파3)에서도 김세영은 홀인원을 기록하며 역전 우승을 거뒀다. 한화금융클래식이 열린 골든베이 골프장의 18번홀도 파5다.


김세영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첫 우승도 마지막 18번홀에서의 과감한 공략으로 엮어냈다. 퓨어실크 바하마 LPGA 클래식이 열린 파라다이스 아일랜드 골프장의 18번홀도 파5다. 김세영은 이 홀에서 열린 연장전에서 두 번째 샷을 그린 가장자리에 올린 뒤 버디로 승부를 갈랐다. 앞서 최종 4라운드 18번홀에서도 버디를 잡아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들어갔다.

대개 파5인 마지막 18번홀에서 승부를 걸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장타 능력이 필수 조건이다. 김세영은 이번 바하마 대회에서 280야드를 넘나드는 장타쇼를 펼쳤다. 여기에 아이언샷과 우드의 정확성도 갖췄다. 무엇보다 승부를 걸어야 할 때 망설임 없이 과감하게 공략하는 두둑한 배짱도 있다. 코스 설계가들은 막판 극적인 반전이 있는 승부를 원하고, 김세영은 그렇게 우승 스토리를 엮어내고 있다.

[k012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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