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러던 어느 날 주피터는 머나먼 별에서 그녀를 찾아온 전문 추적자 케인(채닝 테이텀)을 만나면서 새로운 운명과 마주한다. 주피터는 케인을 통해 자신이 사실은 지구의 주인이며 인간은 우주를 통치하는 아브라삭스 가문이 키우는 농작물 같은 존재라는 것을 알게 된다.
이제 주피터는 의심과 한계를 뛰어넘으면서 얻게 된 용기를 바탕으로 엄청난 위험을 무릅쓰고 자신의 마땅한 권리를 주장하기 시작한다.
워쇼스키 남매 감독의 신작 '주피터 어센딩'은 화려한 볼거리를 자랑하는 할리우드 SF 블록버스터 장르를 빌려와 놓고는, 정작 할리우드 주류 문법에 반기를 든다. 이로써 주피터 어센딩은 '신분상승' '영웅주의' '가족주의'로 대표되는 아메리칸 드림을 열렬히 홍보하는 영화이기를 스스로 거부한다.
남매 감독은 주피터 어센딩에서 인류를 가축, 농작물에 비유한다. 전작 '매트릭스' 시리즈에서 인간을 기계집단의 '건전지'에 빗댄 것과 같은 맥락이다. 영화 밖 현실에서 오로지 자기 증식에만 관심을 쏟는, 이를 위해 모든 것(사람조차)을 수단과 발판으로 삼는 자본처럼, 극중 아브라삭스 가문은 인간들을 '수확'하는 데 여념이 없다.
주인공 주피터는 소위 '히어로'가 아니다. '신데렐라'도 아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다소 유약해 보이는 평범한 사람이다. 끊임없이 '내가 남들보다 더 가치 있고 더 많은 것을 해낼 수 있는 존재일까'라고 스스로를 의심하는 그녀는, 엄혹한 시대를 살아내며 '나'와 '시대'를 발견해 가는 우리네 깨인 청년들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극에 등장하는 천체 망원경은 영화의 메시지를 관통한다. 라나 워쇼스키 감독은 "주피터 어센딩은 인간이 자신의 삶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관한 영화"라고 강조하고 있다.
보다 구체적인 감독의 말을 전한다. "주인공 주피터는 어둡고 절망적이며 고향도 아버지도 없이 태어났다. 어려운 삶만 경험하면서 자신의 인생을 혐오한다. 그러나 아버지의 시각으로 세계를 보고 싶어하고 별이 왜 특별한지 이해하고 싶어한다. 주피터는 망원경으로 더 넓은 그림을 보고 싶어한다. 전체 그림을 볼 때 세계는 더 명확해 보이고, 우주라는 세계에서는 또 다른 가능성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끝으로 그녀는 이렇게 덧붙인다. "영화 후반부에 등장하는 망원경 역시 같은 의미다. 인간의 시각을 넘어, 우리의 인생을 넘어 환상의 세계를 볼 수 있는 아버지의 능력은 주피터 역시 가슴 속에 품고 있던 가치다."
5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127분 상영.CBS노컷뉴스 이진욱 기자 jinuk@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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