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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갖고 싶은데 세상은…" '순수의 시대' 욕망의 민낯

600여 년 전…외압에 맞서 '나' 실현하려던 세 남자의 각기 다른 사투기

2015-01-30 06:00

왼쪽부터영화'순수의시대'에출연한배우신하균장혁강하늘.(사진=㈜화인웍스제공)
왼쪽부터영화'순수의시대'에출연한배우신하균장혁강하늘.(사진=㈜화인웍스제공)
조선 개국 7년째이던 1398년,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600여 년 전인 그 시대를 산 사람들은 현대인보다는 조금이라도 자기 안의 욕망에 솔직했을까.

3월 개봉하는 사극 '순수의 시대'(감독 안상훈, 제작 ㈜화인웍스·키메이커)에 담긴 세 인물의 사람됨을 짚어보면서 이 물음의 답을 찾아보자.

조선왕조실록은 1398년을 기록한 지면에 '제1차 왕자의 난'을 적고 있다. 태조 이성계의 다섯째 아들 이방원이, 개국공신 정도전을 비롯한 반대파와 이복형제들을 숙청하고 아버지까지 왕위에서 끌어내린 그 쿠데타 말이다.

사극 순수의 시대는 차기 왕좌를 둘러싸고 벌어진 이 사건에다 영화적 상상력을 보태 흥미로운 이면을 비춘다. 그 중심에는 신하균이 연기한 장군 김민재, 장혁이 분한 왕자 이방원, 강하늘이 분한 왕의 사위 진이 있다.

◇ 장군 김민재 "내가 없던 삶…처음으로 지키고 싶은 게 생겼다"

영화'순수의시대'의한장면.(사진=㈜화인웍스제공)
영화'순수의시대'의한장면.(사진=㈜화인웍스제공)
극중 조선 제일의 무장인 김민재는 여진족·왜구 등으로 인해 위태로운 조선의 국경을 지켜낸 공로로, 지금으로 치면 전군 총사령관 격인 판의흥 삼군부사 자리에 오르는 인물이다.

김민재는 상상력으로 빚어진 허구의 인물이다. 그의 장인은 조선을 설계한 개국공신 정도전이다. 아들이 공주의 남편이니 태조 이성계와는 사돈지간이기도 하다.

그는 겉으로는 모든 것을 가진 것 같은 인물이지만, 여진족 기녀의 소생이라는 태생적 콤플렉스를 지니고 있다. 이로 인해 그는 정도전에게 발탁돼 정상에 오르기까지, 모든 욕망을 철저히 억누른 채 살아 온, 정작 자기 것은 아무 것도 없는 복합적인 캐릭터다.

단 한 번도 스스로 무언가를 원한 적이 없고, 목숨 걸고 임무만을 수행해 온 냉철한 장수인 그의 삶은 어릴 적 잃은 어미를 닮은 기녀 가희를 만나면서 송두리째 흔들린다.

그렇게 처음으로 지키고 싶은 무언가를 발견한 그는 왕을 섬기고 백성을 지키던 데만 쓰던 칼로 자신의 사랑을 지키고자 한다.

김민재 역의 신하균은 끊임없이 적을 베어야 하는 장수의 피로함, 리더의 위엄과 카리스마, 사랑 앞에 흔들리는 감정의 동요와 이를 지키고자 하는 순수한 의지까지 섬세한 연기를 펼친다.

첫 사극에 도전한 신하균은 "소용돌이 치는 격변의 시기에 개인의 욕망이나 사랑 등을 담는 것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는데, 사극이지만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의 이야기로 바꿔보더라도 충분히 공감이 간다고 생각했다"며 "처음으로 본인의 의지로 욕망을 선택하고 순수함을 쫓아가는 김민재라는 캐릭터의 매력도 컸다"고 전했다.

◇ 왕자 이방원 "내 것이라 여겼는데…주지 않겠다면 빼앗으리라"


영화'순수의시대'의한장면.(사진=㈜화인웍스제공)
영화'순수의시대'의한장면.(사진=㈜화인웍스제공)
실존인물인 이방원은 고려 충신 정몽주를 척살하는 등, 아버지 이성계를 도와 직접 손에 피를 묻혀 가면서 조선을 세우는 데 큰 몫을 담당했다.

하지만 당연하다 여겨 온 세자 자리에서 밀려난 데다, 개국공신 책봉에서까지 제외되면서 왕좌를 향한 지독한 야망을 불태운다. 결국 그는 좌절의 아픔에 굴하지 않고 꾸준히 사병을 육성하고 후일을 도모한 끝에 조선 3대 왕 태종이 된다.

순수의 시대에서 이방원은 정도전의 견제 등으로 동생에게 왕위를 물려줘야 했던 비운의 인물로 그려진다.

배우 장혁은 신궁으로 불린 활 솜씨와 직접 피를 묻히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담대함, 자기에게 주어지지 않은 왕관을 차지하기 위한 주도 면밀함까지 이방원의 입체적인 매력을 선보인다.

장혁은 “우리가 잘 아는 이방원 캐릭터에 대해 이성적이기 보다 감성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춰 표현해 보고 싶었다"며 "정도전과 함께 개국공신으로 들어가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데 대한 심정이 분명 있었을 것이고, 아버지에게 외면 받은 것도 그렇고, 여러 상황에 따른 감정을 분출하는데 중점을 두고 연기했다"고 말했다.

◇ 왕의 사위 진 "누리지 못하게 막는다면…한없이 비뚤어질 수밖에"

영화'순수의시대'의한장면.(사진=㈜화인웍스제공)
영화'순수의시대'의한장면.(사진=㈜화인웍스제공)
영화 속 태조 이성계의 사위 진은 정도전의 외손자이자 김민재의 아들이다. 날아가던 새도 떨어뜨릴 것 같은 지위로 여겨지지만 왕의 사위인 부마는 제약이 많은 자리였다.

당시에는 왕족과 그 친인척의 정치 개입을 우려해 부마의 공적 활동이 금지 돼 애초부터 관직을 넘볼 수 없었다. 평생 첩을 취하거나 기생집도 마음대로 드나들지 못했다.

가문의 뜻에 따라 원치도 않는 부마 자리에 앉게 된 진은 아무런 뜻도 펼치지 못한 채 비뚤어진 방식으로 자신만의 욕망을 표출한다. 그렇게 그는 출구 없는 일상을 잊고자 육체의 쾌락만을 좇아 타락해 간다.

진으로 분한 강하늘은 그 동안의 반듯한 이미지를 벗고 비열하고 타락한 복합적인 악인의 전형을 연기한다.

강하늘은 "진이라는 캐릭터 안에는 악인이 될 수밖에 없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그 안의 콤플렉스나 열등감을 표현하고 싶었다"며 "지금까지와는 다르게 제 자신의 어두운 면을 투영할 수 있는 캐릭터여서 좋았고, 욕심이 생기는 캐릭터였다"고 설명했다.CBS노컷뉴스 이진욱 기자 jinuk@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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