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안에서 강대국의 원재료 공급처, 소비 시장으로 전락했던 식민지 국가들의 참혹한 역사는 지워지기 마련이다. 19, 20세기에 걸쳐 빠른 산업화를 거친 영국 독일 프랑스 미국 일본 등 소위 강대국 들은 식민지 확장 다툼을 벌이면서 전 세계를 전쟁의 소용돌이로 몰아넣었다.
그 와중에 조선은 일본의 식민지가 됐고, 제2차 세계대전의 와중에 셀 수 없이 많은 젊은 남녀가 전쟁통으로 끌려가 돌아오지 못했다. 한반도는 해방 이후에도 한국전쟁이라는 비극을 겪으며 남북으로 나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28일 개봉하는 영화 '워터 디바이너'(수입 ㈜더블앤조이픽쳐스)는 지난 세기 우리와 같은 식민지 사람들의 입장에서 참혹한 전쟁을 들여다봄으로써 남다른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이 영화의 감독과 주연을 맡은 러셀 크로우는 19일 오전 서울 논현동에 있는 리츠칼튼호텔에서 열린 내한 기자회견을 통해 "이 영화는 호주 뉴질랜드 터키의 문화가 섞여 아버지와 자식의 유대관계를 고민하도록 만든다"며 "호주는 영국 식민지로서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 한국도 2차 세계대전에서 많은 상실을 겪은 것으로 아는데, 이 영화를 보면 한국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워터 디바이너는 3, 4년씩 비가 오지 않는 호주의 척박한 환경에서 물을 찾아내는 강인한 생명력과 통찰력을 지닌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이를 제목으로 쓴 영화 역시 제1차 세계대전 당시 8만 명의 전사자를 낸 터키 갈리폴리 전투에서 세 아들을 잃은 코너(러셀 크로우)의 여정을 그리고 있다. 코너는 아들들의 시신을 찾아 호주에서 1만 4000㎞ 떨어진 터키로 향한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뚜렷한 한국말로 인사를 건넨 러셀 크로우는 "작품을 볼 때 이야기를 중시하기 때문에 닭살이 돋을 만큼 감동을 받은 영화를 선택한다"며 "내가 감독을 하겠다고 나선 것보다 워터 디바이너가 나를 선택한 것 같다. 그래서 더욱 책임감이 컸고 열심히 임했다"고 첫 연출 소감을 전했다.

러셀 크로우는 "호주는 내 가족이 있는 곳으로 자녀들은 삶의 동력이 된다"며 "호주는 제1차 세계대전에 강제로 참전해 많은 전사자를 냈고, 청년들이 시신이 돼 고국으로 보내졌을 때 호주인들은 큰 타격을 입었다. 이는 호주인인 나에게도 큰 사건"이라고 했다.
그는 훌륭한 감독들과 함께 작업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고 전했다. 특히 거장 리들리 스콧 감독과는 5편의 작품을 함께 했을 만큼 돈독한 사이로 알려졌다.
"나와 리들리 스콧은 서로를 지적으로, 창의적으로 존중하기에 잘 맞는다. 사람들은 우리 관계를 보며 싸운다고 하는데, 사실 토론하고 의논할 뿐이다. 함께 작업한 모든 감독들로부터 배운 덕에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알게 됐다."
러셀 크로우는 자신만의 연기 영역을 구축한 명배우이기도 하다. 그는 "연기는 디테일과 협력, 집요함이라는 세 가지 요소가 버무려졌을 때 빛을 발하는 것 같다"고 강조했다.
"젊은 시절 호주에서 수천 편의 연극을 하고, 수천 회의 록 공연(그는 가수로서 밴드활동을 병행하고 있다)을 해 왔다. 새벽 5시에 일어나 공원에 가서 땅에 내가 원하는 것을 썼다가 지우고는 했는데, '호주 전체에서 새벽 5시에 일어나는 배우는 나밖에 없다'는 생각으로 자부심을 가졌었다. 이러한 절제와 노력이 성장의 바탕이었다."
러셀 크로우는 앞으로도 배우로서, 감독으로서 활발한 활동을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그는 "리들리 스콧 감독과는 수시로 이야기를 나누는데, 앞으로 두세 개 작품을 더 할 것으로 보이는데, 다른 감독들과도 많은 영화를 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며 "다음 연출작은 베트남전 당시 피란민이 어선을 타고 호주까지 떠내려 오는 이야기로 아시아에서 촬영을 진행한다. 앞으로 한국에서도 작품을 찍을 기회가 온다면 관심을 갖겠다"고 전했다.CBS노컷뉴스 이진욱 기자 jinuk@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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