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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태 "건방지려 애썼는데 더 오만하게 굴라니…"

[노컷인터뷰] 영화 '더 테너'로 4년 만에 배우 복귀…오페라 가수 연기

2014-12-23 16:10

배우유지태(사진=모인그룹제공)
배우유지태(사진=모인그룹제공)
유지태(38)가 4년 만에 배우로 스크린에 복귀했다. 연출작 '마이 라띠마'(2012) 등으로 감독 이력을 충실하게 쌓아가던 그였기에, 오랜만의 배우 복귀작으로 무엇을 선택할지에 관심이 모아지던 차였다.

유지태의 선택은 의외로 오페라를 소재로 한 음악영화였다. 그는 31일 개봉하는 '더 테너 리리코 스핀토'(감독 김상만·제작 ㈜모인그룹 외, 이하 더 테너)에서 오페라 가수 배재철로 분했다.

"좋아하는 음악영화들이 있어요. '가면 속의 아리아' '파리넬리' '레미제라블'…. 극중 오페라 가수 역을 맡는다는 게 처음에는 부담도 됐지만, 좋은 본보기로 남을 거라 봤죠."

사실 한국산 음악영화는 파격적인 소재가 난무하는 국내 영화시장에서 관객의 시선을 끌기 어려운 장르다. 22일 서울 삼청동에 있는 한 카페에서 만난 유지태는 "그래서 해볼 만하지 않냐"고 반문했다.

"이미 검증된 장르가 아니라, 힘든 분야에서 인정받을 때 진가가 나오는 거잖아요. 대박 나면 한국영화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셈이죠. (웃음) 개인적으로도 남들이 힘들다고 피해가는 길을 가는 게 좋거든요."

더 테너는 2010년 영화화 작업을 시작했으니 거의 5년 만에 관객과 만나게 됐다. 제작기간이 길어진 만큼 유지태의 마음 고생도 컸을 것이다.

"사실 개봉이 늦어지리라고는 예상 못했죠. 촬영을 마쳤는데 영화가 개봉을 못하면 공백이 길어질 수밖에 없으니 배우에게 리스크가 크잖아요. '포기해야 하나'라는 갈등도 겪었던 게 사실입니다."

그는 감독과 스태프, 배우들에 대한 믿음이 갈등을 이겨내는 데 큰 힘이 됐다고 전했다. 전작 '심야의 FM'(2010)에 이어 김상만 감독과 다시 한 번 호흡을 맞춘 더 테너에는 한국 외에도 일본 유럽의 배우들이 대거 참여했다.

"다른 나라 배우들과 처음 만나 촬영을 진행하는데, 그들의 성향을 보니 충분히 화합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이 생기더군요. 촬영 과정이 무척 좋았거든요. 감독, 스태프, 배우들이 똘똘 뭉쳐 있으니 영화도 잘 될 거라 믿었죠."

◈ 1년간 전문 테너에게 훈련 받아…"예술가 자존심 표현에 주력"

'더테너리리코스핀토'의한장면(사진=모인그룹)
'더테너리리코스핀토'의한장면(사진=모인그룹)
유지태가 연기한 배재철은 유럽 오페라계의 스타로 실존인물이다. 제목으로도 쓰인 '리리코 스핀토'는 서정적이면서도 힘 있는 성량을 모두 만족시키는 성악의 음역대를 가리키는 말로, 배재철의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로 쓰인다.

탄탄대로를 달리던 배재철은 갑상선 암으로 노래는커녕 말하는 것조차 힘들게 된다. 그는 아내와 친구의 도움으로 성대 복원 수술을 받은 뒤, 피나는 연습을 통해 더욱 진정성 있는 목소리를 얻었고 지금도 무대에 서고 있다.

고난을 이겨낸 실존인물을 연기하는 데 부담은 없었을까. 유지태는 "캐릭터를 잡을 때 감독님이 강조했던 게 '유지태가 만드는 배재철이었으면 한다'는 점이었다"고 말했다.

"배 선생님을 처음 뵀을 때 특별한 존재감이 느껴졌어요. 아우라라고 해야 할까요. 그러니 유럽 무대에서도 당당하게 설 수 있었겠다는 느낌이 들었죠. 예술가로서의 그러한 자존심을 잘 표현해야 한다는 마음이 컸죠. 감독님도 똑같이 연기하는 건 싫다 하셨으니, 시나리오를 반복해 보면서 내면을 다듬어갔죠. 결국 연습만이 살길이잖아요. (웃음)"

유지태는 극 초반 배재철을 다소 건방지고 오만하게 표현하고 있다. "실제 배 선생님도 그런 경향이 있었다더라"고 유지태는 전했다.


"단순히 건방지거나 오만한 것이 아니라, 출중한 재능을 지닌 한 예술가의 자존심이었다고 하더군요. 이를 표현하기 위해 개인적으로 웃을 때도 거만하게 웃고는 했는데, 감독님이 '훨씬 오만하게 연기하라'고 요구하셨어요. 그래서 제가 설정했던 것보다 더 오만하고 더 건방지게 보이려고 애썼죠."

오페라 가수로 분한 만큼 영화에 등장하는 오페라 곡을 외우는 것도 오롯이 유지태의 몫이었다. 그는 1년 동안 전문 테너에게 훈련을 받으며 7곡의 오페라 곡을 이태리어로 외웠다. 여기에는 배재철이 전성기에 남긴 노래에 싱크를 맞추고 발성과 호흡, 자세, 표정 등을 연구하는 과정도 포함됐다.

"감독님이 '유지태가 하면 분명히 기대 이상을 해 줄 것'이라고 하셨는데, 막대한 책임감을 갖게 하는 말이죠. 특별히 주문하지 않아도 알아서 다 할 걸 아셨던 거죠. (웃음) 이를 충족시키려면 연습 밖에는 없잖아요. 립싱크를 뛰어넘고 싶었어요. 싱크만 맞추면 연기에 매력이 없으니, 진짜 부르는 것처럼 관객이 빠져들 만큼 연습하고 또 연습했죠."

"연출을 경험한 덕에 연기에 있어서도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눈이 생겼다"고 유지태는 말했다. 그의 다음 행보는 감독이다. 현재 시나리오를 써서 제작자와 논의 중으로, 후년쯤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단다.

"연출을 하면서 성숙해진 점이 있다면 감독님이 무엇을 원하는지에 대한 접근이 수월해졌다는 거죠. 개개인이 아닌 전체를 바라볼 수 있게 된 셈이죠."

◈ 영어권 영화계 진출 교두보…"평범한 일 비범하게 할 때 마음 편해"

배우유지태(사진=모인그룹)
배우유지태(사진=모인그룹)
앞서 언급했듯이 더 테너는 다국적 영화의 색깔을 띠고 있다. 유지태 역시 극중 대사 대부분을 영어로 소화했다. 그는 "우리 영화는 단순히 내수용에 머물지 않는다"고 했다.

"현재 대만과 일본에서의 개봉이 확정됐고, 미국도 조율 중에 있습니다. 일본영화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등으로 한국 관객에게도 친숙한 이세야 유스케가 출연한 만큼 일본에서는 관심도가 높죠. 이세야 유스케가 저와 비슷한 면이 많아요. 지금도 가끔 연락하고 있습니다."

더 테너는 유지태라는 배우 개인에게도 영어권 영화계 진출을 위한 교두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 '올드보이'(2003) 이후 영어권에서 꾸준히 제안을 받고 있습니다. 올드보이의 영향인지 대부분 악역이었고 한국을 비하하는 역할도 있었어요. (웃음) 안 하기를 잘했죠. 오디션도 보고 있고, 유명 감독으로부터 직접 연락도 받고 있어요. 영어권 영화계에서는 한국, 아시아 배우들에 주목하는 분위기더군요. 제가 배우로서 좋은 기운을 품고 있으면 운명과도 같은 작품이나 배역이 찾아오리라 믿습니다."

인터뷰 말미 그는 휴대폰에 담긴 6개월 된 아들의 사진을 보여 주며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면서 "둘은 낳고 싶은데, 둘째는 딸이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아빠가 된 뒤 변한 것이 있냐'는 물음에는 "기분 좋은 책임감이 생겼다. 세상은 하나라는 박애주의자가 됐다"며 웃었다.

영화 더 테너는 생명과도 같은 목소리를 잃어 버리게 된 오페라 가수의 삶을 그렸다는 점에서, 초심을 찾아가는 한 인간의 여정으로 읽을 수도 있다. 아빠가 된 유지태는 초심을 지키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하고 있을까.

"제 꿈은 좋은 배우, 좋은 감독이 되는 겁니다. 학교를 짓는 등 사회 공헌 활동에 참여하는 것도 지키고 싶은 소중한 꿈 가운데 하나죠. 잠시 한눈을 팔았다가 이러한 꿈이 무너지는 게 몹시 두려워요. 그래서 사실 개인적으로 나태해지거나 오만해질 시간이 별로 없는 듯해요. 제 삶의 모토가 '평범한 일을 비범하게 하자'는 겁니요. 사소한 일이더라도 정성스럽게 할 때 마음이 편해지니까요."CBS노컷뉴스 이진욱 기자 jinuk@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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