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근본적인 물음 뒤에 하나의 현실적인 질문이 따라붙을 수도 있겠다.
"어린 학생들에게 실험용 쥐를 질식사시켜 냉동 판매하도록 한 어른들이 사는 세상, '돈이 생명보다 중요하지 않냐'고 윽박지르는 한국 사회의 부끄러운 자화상 앞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 것인가?"
앞의 물음에서 뒤의 것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다고 본다면, 평균 생존기간이 21일인 호스피스 병동 사람들의 삶을 담은 다큐멘터리 '목숨'(감독 이창재, 제작 비트윈픽쳐스)은 그 길잡이가 된다.
호스피스는 죽음을 앞둔 환자와 그 가족을 돌보며 마지막까지 인간으로서 존엄을 지킬 수 있도록 돕는 의료시설을 일컫는다.
다음달 4일 개봉하는 영화 목숨은 호스피스에서 생활하는 네 환자와 그들의 가족, 그리고 그 곁을 지키는 한 신학생의 일상을 따라간다.
내 집 마련을 위해 힘겹게 살아온 두 아들의 엄마 김정자 씨는 "아이들 대학도 다 보냈고 집도 장만했고 나는 지금 떠나도 참 행복하다"고 전한다. 50대 후반에 들어서야 꿈을 이룬 김 씨는 새 집에서 지낸 지 한 달 만에 암 선고를 받게 된다. 갑자기 찾아온 죽음의 그림자 앞에서 절망하던 그는 호스피스를 찾은 뒤 남은 시간을 가족과 함께 하며 잊고 있던 지난 인생을 추억하는 시간으로 가꾸어 간다.
쪽방촌에 살던 외톨이 할아버지 신창열 씨는 후두암 수술 뒤 자살을 시도해 사회복지사의 요청으로 호스피스에 위탁됐다. 약도 듣지 않는다며 짜증과 침묵으로 일관하던 그에게 호스피스 스태프들의 관심과 애정은 무엇보다도 효과적인 처방이었다. 이전에는 느낄 수 없던 가족애를 품게 된 그는 "만일 제게 무슨 일이 생기면 시신기증을 부탁한다"고 말한다.
막걸리만 있으면 행복한 할아버지 박진우 씨는 따뜻한 짜장면을 먹기 위해 눈 오는 길을 헤치며 중국집을 찾아가고, 의사에게 어렵사리 허락을 받아 막걸리 파티를 연다. 죽음 앞에서도 인생의 즐거움을 놓치지 않는 박진우 할아버지가 항상 옆을 지키는 부인에게 말한다. "당신의 아픔을 함께 하지 못해 미안해요. 고맙고 사랑해요."
평범한 가장 박수명 씨는 세상을 떠나고 난 뒤 남겨질 아내와 두 중학생 아이가 큰 걱정이다. 아들과 같은 열일곱 살에 어머니를 잃은 그는 누구보다 아이들이 받을 상처와 슬픔을 잘 안다. 그럼에도 그는 "가장 행복했던 추억을 꼽으라면 진정으로 사랑하며 살아가는 이 시간일 것 같다"고 한다.
신학생 정민영 스테파노. 그는 신의 존재와 믿음에 대해 확신하지 못해 혼란스러워하던 차에 삶에 대한 해답을 찾고자 호스피스에 들어왔다. 그런 그는 이들 네 환자의 곁에 머물면서 죽음에서 삶을 찾아냈다.
전작 '사이에서' '길 위에서'를 통해 한국 다큐멘터리의 지평을 넓혀 온 이창재 감독은 이번에도 꾸밈없는 연출과 진정성 있는 이야기로 깊은 울림을 전한다.
죽음을 앞둔 이들에게 늘상 카메라를 들이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환자들이 외적으로 가장 자신 없는 시기에 솔직한 모습을 보여준 것은 이 감독이 오랜 시간 환자들과 마음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기에 가능했다고 한다.
이 감독은 "임종의 순간을 찍을 때 마음이 힘들었다"며 "어떤 이들은 카메라 앞에 서는 걸 어려워했지만, 연출 이유를 듣고 '남은 사람들에게 선물을 주고 싶다'는 마음에 어려운 결정을 해 주셨다"고 전했다.CBS노컷뉴스 이진욱 기자 jinuk@cbs.co.kr
<저작권자 ⓒ CBS 노컷뉴스(www.nocutnew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저작권자 © 마니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