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0월 18일 제주에서 열린 전국체전 남자 마라톤 경기에서 1위 기록은 2시간 24분 55초였다. 상위권 입상자 기록은 2시간 20~30분대를 보였다. 지난해 춘천마라톤에서는 엘리트 남자부 1위와 마스터즈 남자부 1위의 기록 차이가 불과 1분 37초에 그쳤다. 올해 역시 마스터즈 부문에 출전한 김지호 선수가 2시간 24분 00초를 기록하며 엘리트 남자부 우승자와 불과 3분 3초 차이로 결승선을 통과했다. 특히 마스터즈 선수들이 남자 종합 순위 3위와 4위, 5위에 오르며 엘리트 선수들과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기량을 보여주었다.
| 연도 | 대회명 | 기록 | 구분 | 선수 |
| 2026 | 전국체육대회 | 2:24:55 | 엘리트 1위 | 한승현 |
| 2026 | 춘천마라톤 | 2:20:57 | 엘리트 1위 | 이정국 |
| 2026 | 춘천마라톤 | 2:24:00 | 마스터즈 1위‧종합 3위 | 김지호 |
| 2026 | 춘천마라톤 | 2:26:59 | 마스터즈‧종합 4위 | 박현준 |
| 2025 | 춘천마라톤 | 2:22:39 | 엘리트 1위 | 전수환 |
| 2025 | 춘천마라톤 | 2:24:16 | 마스터즈 1위 | 박현준 |
대한민국 엘리트 마라톤은 과연 무엇을 하고 있는가?
이제는 한국 엘리트 마라톤의 실패를 근본적으로 들여다봐야 한다. 선수 육성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우수한 유망주를 발굴하고 장기적으로 성장시키는 시스템은 있는가. 중·고교와 대학, 실업팀으로 이어지는 선수 육성 과정은 세계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가. 선수들이 국제무대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지원과 경험을 제공하고 있는가. 지도자들의 훈련 방식과 육상 행정 역시 변화하는 환경에 적절하게 대응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마라톤은 단순히 많이 달린다고 기록이 좋아지는 종목이 아니다. 생리학적 데이터, 훈련 강도 조절, 회복과 영양, 경기 전략이 결합돼야 한다. 세계적인 선수들은 과학적인 분석과 전문적인 지원을 받으며 성장한다. 국내에서는 여전히 과거의 경험과 관행에 의존하는 훈련이 반복되고 있지는 않은지 냉정하게 돌아봐야 한다.
대한육상연맹을 비롯한 관련 기관의 역할도 중요하다. 한국 마라톤의 경쟁력 회복을 위해 어떠한 중장기 계획을 수립하고 추진하고 있는지, 선수 육성과 경기력 향상에 투입되는 예산이 실제 성과로 연결되고 있는지 검토해야 한다. 국제대회 출전과 국내대회 입상에 그치지 않고 세계 수준의 기록을 달성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목표와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선수 개인의 노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대해서는 육상계를 책임지는 기관들이 답해야 한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위기의식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러닝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주요 마라톤 대회는 참가 신청부터 경쟁이 치열하고, 개인 기록을 단축하기 위해 전문 코칭을 받는 마스터즈도 늘고 있다. 이들은 스스로 훈련하고 데이터를 분석하며 자신의 한계에 도전한다. 그러나 정작 한국 마라톤을 이끌어야 할 엘리트 시스템은 국민들의 달리기 열풍만큼 역동적인 변화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마스터즈의 성장은 엘리트에게 위협이 아니라 자극이어야 한다. 하지만 엘리트가 경쟁력을 잃고 마스터즈가 빠르게 성장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기록 격차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 마라톤의 선수 육성 구조와 경쟁 환경 전반을 다시 점검해야 한다는 경고 신호다.
한국 마라톤의 위기는 더 이상 먼 미래의 문제가 아니다. 세계무대에서 경쟁할 수 있는 선수를 어떻게 발굴하고 육성할 것인지, 현재의 훈련과 지원 방식으로 충분한 성과를 거둘 수 있는지 이제는 구체적인 답을 내놓아야 한다.
기록이 무너진 것이 아니라 시스템이 무너진 것은 아닌지, 이제는 한국 마라톤을 책임지는 사람들이 답할 차례다.
[김원식 마라톤 해설가·전남 장성중 교사]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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