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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철의 스포츠 브레인] 내일 잠실의 그 첫 공은 어쩌면 마지막 공이다... 교병필패(驕兵必敗)

2026-10-19 08:58

KIA 선수단이 18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6-3으로 승리한 뒤 관중석 앞에서 서로 손을 맞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KIA 선수단이 18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6-3으로 승리한 뒤 관중석 앞에서 서로 손을 맞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기철 마니아타임즈 기자] KIA 타이거즈가 18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6 신한 SOL KBO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LG 트윈스를 6-3으로 꺾었다. 하루 전 1차전 5-1 승리에 이은 2연승이다. 5전 3선승제에서 필요한 3승 중 2승을 먼저 채웠다. 오늘은 이동일이라 공을 던지는 경기가 없다.

3차전은 내일인 20일 오후 6시30분 잠실야구장에서 열린다. 그 경기에는 조건 하나가 더 붙어 있다. 잠실야구장은 이번 시즌을 끝으로 철거된다. LG가 내일 패하면 그 경기가 잠실에서 치러지는 마지막 프로야구 경기로 남는다.

두 경기는 성격이 달랐다. 1차전을 끌고 간 것은 김도영의 방망이였다. 홈런 두 개와 4타점을 기록했다. 정규시즌 마지막 날 결승 투런포로 3위와 홈런왕을 동시에 가져간 타자가 포스트시즌 첫 경기에서 그 장면을 재생했다. 5-1이라는 점수보다 선명하게 남은 것은 타구가 담장을 넘어가던 두 번의 순간이었다.

2차전은 아예 1회에 갈렸다. KIA 타선은 첫 공격에서만 6안타를 몰아쳐 5점을 뽑았다. 한 이닝 최다 안타, 최다 연속 타자 안타, 최다 연속 타자 출루까지 준플레이오프 기록 몇 개가 한꺼번에 묶여 나온 이닝이었다. 정규시즌 공동 다승왕 임찬규는 1회를 끝내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갔다.

선발 애덤 올러는 6이닝 2실점 8탈삼진으로 리드를 관리했고, 전상현은 1⅓이닝을 무피안타 3탈삼진으로 막아 두 경기 연속 세이브와 함께 데일리 MVP에 뽑혔다. LG는 8회 문정빈의 적시타로 한 점을 따라붙었지만 거기까지였다.

문제는 이 장면들이 우리 머릿속에 저장되는 방식이다. 사람의 뇌는 어떤 일이 일어날 확률을 계산할 때 실제 통계를 꺼내지 않는다. 그 일이 얼마나 쉽게 떠오르는지로 대신한다. 심리학에서 가용성 휴리스틱이라 부르는 지름길이다. 비행기 사고 뉴스를 본 날 탑승 전 불안이 커지는 것과 같은 작동이다. 사고 확률이 바뀐 적은 없다. 머릿속에서 꺼내 쓰기 쉬운 장면이 하나 추가됐을 뿐이다.

1회에 나온 연속 안타와 담장을 넘어가는 타구는 그 지름길이 가장 좋아하는 재료다. 짧고 강렬하고 하이라이트로 반복 재생된다. 반면 올러가 2회부터 6회까지 조용히 아웃카운트를 쌓아 올린 이닝은 떠올리기 어렵다. 그래서 뇌는 시리즈를 ‘1회에 터지는 팀 대 1회에 무너지는 팀'이라는 짧은 문장으로 압축한다. 실제 경기는 그 문장보다 훨씬 길고 복잡했는데도 그렇다.
전상현 KIA 투수가 18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 9회에 공을 던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상현 KIA 투수가 18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LG 트윈스와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 9회에 공을 던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두 번째 지름길은 표본의 크기를 무시하는 습관이다. 두 번의 결과로 결론을 내리면 안 된다는 것쯤은 누구나 안다. 뇌는 두 번이면 충분하다고 판단한다. 점 두 개가 주어지면 직선 하나를 긋고 그 직선에 '흐름'이라는 이름표를 붙인다. 심리학자들은 이를 소수의 법칙이라 부른다. 적은 표본에도 전체의 성질이 그대로 드러난다고 믿는 착각이다.

숫자를 꺼내 보면 더 분명해진다. 역대 KBO 5전 3선승제 준플레이오프에서 1·2차전을 모두 가져간 팀은 아홉 번 중 일곱 번 다음 라운드에 올랐다. 77.8%다. 뇌는 이 수치를 '사실상 확정'으로 번역한다.

그러나 분모는 아홉이다. 같은 문장은 아홉 번 중 두 번은 그러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 두 번은 2010년 롯데, 2013년 넥센이 두산에 시리즈를 뒤집힌 경우였다. 다른 팀이 해낸 적은 없다. 희박하다는 말과 없다는 말은 전혀 다른 말이다.


그래서 이동일은 쉬는 날이 아니다. 경기가 있는 날에는 다음 투구가 곧바로 머릿속 가설을 검증해 준다. 삼진이든 안타든 현실이 즉시 답을 돌려준다. 그러나 공을 던지는 경기가 없는 하루에는 그 검증 절차가 통째로 사라진다.

빈자리를 채우는 것은 어제 장면의 반복 재생이고, 상상은 결과를 점점 좋은 쪽으로 다듬는다. 확신이 가장 크게 부푸는 시간은 경기장이 아니라 바로 이 하루다.

KIA의 기억 창고에는 다른 자료도 함께 들어 있다. 이 구단이 준플레이오프 무대에 선 것은 2011년 이후 15년 만이고, 그 이전 네 차례 준플레이오프에서는 한 번도 다음 라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한국시리즈에 오른 열두 번은 모두 우승으로 끝낸 팀이 유독 이 관문 앞에서만 멈춰 섰다.

2승 0패라는 현재와 탈락 네 번이라는 과거가 같은 뇌 안에 나란히 저장돼 있다. 어느 쪽 파일을 먼저 열어 보느냐가 내일 잠실의 체온을 결정한다.

기원전 68년 한나라 조정에서는 흉노 정벌을 둘러싼 논쟁이 벌어졌다. 서역에 고립된 아군을 구하자는 주장에 맞서 승상 위상은 황제에게 글을 올렸다. 그는 군대를 성격에 따라 여러 종류로 나눈 뒤 이렇게 적었다.

나라가 큰 것을 믿고 백성이 많은 것을 자랑하며 적에게 위엄을 과시하려 드는 군대를 교만한 군대라 하고, 교만한 군대는 멸망한다. 교병필패(驕兵必敗)는 여기서 나왔다. 싸움에 져서 무너진다는 경고가 아니다. 이긴 뒤에 무너진다는 경고다.

내일 저녁 잠실에서 던질 첫 공은 44년을 버틴 구장의 마지막 공일 수도 있고, 아직 한참 남은 이야기의 시작일 수도 있다. 어느 쪽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두 경기의 장면만으로 세 번째 경기의 결론을 이미 적어 둔 쪽이 있다면 그건 그라운드가 아니라 관중석과 TV 앞이다. 당신이 머릿속에 적어 둔 그 문장은 언제 쓴 것인가.

[김기철 마니아타임즈 기자 / maniarepor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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