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심의 세기는 기억의 밀도에서 온다. 뇌의 보상 회로, 특히 도파민 예측 시스템은 과거에 강렬한 보상을 경험한 자극에 더 강하게 반응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의 광화문, 2010년 남아공에서 박지성이 우루과이를 향해 달려들던 장면, 그리고 지난 6월 북미 월드컵 16강 진출의 새벽, 그 장면들이 뇌 안에 깊이 새겨진 기억 회로가 강할수록 비슷한 이름만 들어도 편도체가 먼저 깨어난다. 반면 아시안게임은 그 회로가 상대적으로 얕다. 4년에 한 번, 개최국은 대회마다 바뀌고, 중계는 새벽 시간대이거나 낯선 채널에 숨어 있었다. 결정적인 장면을 함께 공유할 기회 자체가 월드컵보다 적었다. 우리 뇌가 아시안게임에 덜 반응하는 것은 무관심의 증거가 아니다. 충분한 자극의 반복이 쌓이지 않아서다. 뇌는 기억하지 못하는 것에 먼저 반응하지 않는다. 이것은 결함이 아니라 에너지를 아끼는 뇌의 설계 방식이다.
거기에 이번 대회는 일본 나고야다. 지리적으로는 가깝지만 심리적으로는 묘한 거리가 있다. 뇌는 자신이 주인공이 아닌 무대에 쉽게 몰입하지 못한다. 신경심리학에서 말하는 홈 어드밴티지는 선수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응원하는 팀이 원정을 떠날 때 팬의 생리적 각성 수준은 홈 경기보다 낮게 측정된다. 내 안방이 아닌 곳에서 싸우는 경기를 볼 때 우리 뇌는 미세하게 다른 거리감을 만들어낸다. 경기장이 멀수록 몰입의 문턱도 높아진다. 여기에 포스트시즌을 앞둔 KBO의 열기까지 겹치면 뇌의 주의 자원은 자연스럽게 분산된다. 주의는 한정된 자원이다. 이미 다른 곳에 배분된 뇌는 새 채널을 찾을 여유를 느끼지 못한다. 무관심은 나쁜 사람의 증거가 아니라 바쁜 뇌의 정직한 반응이다.
그렇다면 이 무관심은 어쩔 수 없는 것인가. 뇌과학은 여기서 반전 카드를 꺼낸다. 뇌는 새로운 자극에 처음 노출될 때 보상 회로가 예측을 벗어나게 크게 반응한다. 신경과학자들은 이를 탐색적 도파민 반응이라고 부른다. 익숙하지 않아서 오히려 처음 본 순간의 임팩트가 크다는 것이다. 이미 채널을 고정하고 있는 열성 팬이 아니어도 된다. 지나가다 우연히 멈춰 선 10초가 보상 회로를 건드리기에 충분하다. 안세영이 코트 위에서 상대를 허물어뜨리는 장면, 야구 대표팀이 일본 홈 관중 앞에서 선제점을 뽑아내는 장면, 농구 대표팀이 8강에서 강호와 접전을 벌이는 4쿼터, 그 한 컷이 보상 회로의 스위치를 켠다. 한번 켜진 회로는 스스로 다음 장면을 찾기 시작하고 그렇게 10월 4일까지 이어질 새 루틴이 만들어진다. 결국 뇌에게 필요한 것은 거창한 결심이 아니라 딱 한 번의 우연한 노출이다.

아시안게임이 월드컵보다 덜 느껴지는 것은 뇌의 기억 회로 문제이지 그 무대가 덜 치열해서가 아니다. 46개국 1만 5천 명이 경쟁하는 아시아 최대의 스포츠 축제가 이미 시작됐다. 역대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이 쌓아온 금메달만 787개다. 그 서사가 나고야에서 이어지고 있다. 이번 주 어느 채널에서, 밥을 먹다 잠깐 켜둔 화면에서, 우연히 마주친 그 한 장면이 당신의 저녁을 바꿔놓을 수도 있다. 뇌는 생각보다 단순하다. 일단 보여주면 알아서 빠져든다. 그 첫 장면을 아직 만나지 못한 당신에게 오늘 저녁 채널 하나만 더 돌려볼 것을 조심스레 권한다.
[김기철 마니아타임즈 기자 / maniarepor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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