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11(금)

야구

'이럴 때 치라고 307억 줬다'…노시환, 동점 홈런 필요한 순간 타석 뒤로 물러선 뒤 허무한 3구 삼진

2026-09-11 06:09

노시환
노시환
"Hit one out, Murph."

1980년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중계를 들었던 야구팬들에게 이 말은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하지만 이것은 데일 머피가 타석에 들어설 때마다 반복되는 고정 멘트가 아니었다. 팀이 정말 한 방을 필요로 하는 순간, 팬들의 마음을 대신하는 외침에 가까웠다.

이 말을 했던 인물이 바로 스킵 케리였다. 그는 메이저리그 중계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캐스터다. 그는 시카고 컵스의 전설적인 중계자 해리 케리의 아들로, 아버지의 뒤를 이어 야구 중계의 길을 걸었다. 해리가 특유의 열정과 쇼맨십으로 팬들을 사로잡았다면, 스킵은 특유의 유머와 솔직한 표현으로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그리고 그가 중계하던 브레이브스의 중심에는 머피가 있었다. 머피는 단순히 홈런을 많이 치는 타자가 아니었다. 중요한 순간 팬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선수였다. 경기 막판 한 점이 필요할 때, 흐름을 바꿀 한 방이 필요할 때, 팬들은 머피의 타석에서 무언가를 기대했다.

중심 타자라고 해서 매번 해결할 수는 없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성공률이 아니라 기대감이었다. '이번에는 혹시 해줄 수 있다'는 믿음. 그것이 팀의 간판 타자가 갖는 가장 큰 가치였다.

한화 이글스가 노시환에게 307억 원을 안긴 이유도 바로 그런 부분이다. 한화가 노시환에게 바란 것은 매 경기 홈런을 치라는 의미가 아니다. 매 타석 안타를 만들어내라는 것도 아니다. 307억이라는 금액은 팀이 가장 절실한 순간, 가장 중요한 타석에서 해결사의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선수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나온 것이다. 평범한 상황의 성적이 아니라, 승부처에서 상대 투수가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타자가 되라는 기대였다.


그리고 어제 SSG 랜더스전 6회는 바로 그런 순간이었다. 한화는 1-2로 뒤지고 있었다. 홈런 한 방이면 경기는 동점이 되는 상황이었다. 시즌 막판 가을야구 경쟁에서 한 경기의 무게가 어느 때보다 큰 시점. 연승 흐름을 이어가며 마지막 승부를 준비하고 있는 팀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중심 타자의 한 방이었다.

타석에는 307억 원의 주인공 노시환이 들어섰다. 하지만 결과는 너무나 허무했다. 노시환은 3구 삼진으로 물러났다. 더욱 아쉬웠던 것은 마지막 승부 과정이었다. 3구째를 앞두고 노시환은 타격 자세에서 뒤로 물러나는 모습을 보였다. 만약 타임을 요청하려는 의도가 있었다면, 주심에게 명확하게 전달했어야 한다. 타자가 경기를 멈추고 다시 준비하려면 심판에게 분명한 신호가 필요하다.

그런데 주심은 그대로 진행했다. 노시환 역시 타임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상황에 대해 별다른 항의 없이 타석을 마쳤다. 그런 장면을 보면 실제 타임 요청이었다기보다는 타석 과정에서 나온 움직임으로 볼 수밖에 없다.

물론 한 타석으로 노시환 전체를 평가할 수는 없다. 그는 한화가 자랑하는 중심 타자이고, 팀에서 가장 중요한 선수 중 한 명이다. 하지만 307억 원의 의미는 바로 이런 순간에 있다. 매일 영웅이 되라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영웅이 필요한 순간, 그 역할을 맡아달라고 주는 돈이다.

하지만 이날 6회의 타석은 그 기대와는 거리가 있었다. 연승으로 마지막 피치를 올리고 있는 팀에서, 307억 중심 타자가 보여준 모습으로는 너무나 아쉬운 장면이었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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