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돌아보면 중국 삼국 시대의 위대한 참모 제갈량에게는 세상의 이목을 등지고 냉철함을 유지하게 만든 결정적인 분신이 있었다. 바로 그의 아내 황부인이 건넨 하얀 학의 깃털로 만든 부채, '학우선'이다. 당시 황부인은 남편에게 지혜로운 자일수록 희로애락을 얼굴에 담아두지 말아야 한다며, 속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이 부채로 얼굴을 가려 적에게 빈틈을 보이지 말라는 당부를 남겼다. 제갈량은 평생 그 가르침을 품에 안고 전란의 폭풍 속에서도 태산 같은 평정심을 유지했다.
지금 LG의 사령탑에게 가장 시급한 처방 역시 바로 이 고전 속의 부채 한 자루인지 모른다. 지휘봉을 쥔 이가 벤치에서 초조한 기색을 숨기지 못하고 쫓기는 듯한 행동을 반복하는 것은 상대 벤치와 선수단 모두에게 불안감을 전염시키는 치명적인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염갈량'이라는 찬사 섞인 별명이 무색하게, 선수들의 플레이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하며 타들어 가는 속내를 가감 없이 드러내는 현재의 모습은 뼈아픈 반조를 요구한다.
성적이 고꾸라지고 비난의 화살이 사방에서 날아들수록, 진정한 지략가는 오히려 숨을 고르고 깊은 그늘 뒤로 물러서는 법이다. 지금 염경엽 감독에게 필요한 것은 새로운 전술 노트나 무리한 주전 고집이 아니라, 부채 뒤로 얼굴을 가리던 제갈량의 묵직한 침묵과 냉정함이다. 쫓기는 추격자의 발걸음을 멈추고 다시 덕산의 덕화만발을 꿈꾸기 위해서라도, 사령탑의 손에 쥐여져야 할 것은 흔들리는 마음을 숨길 수 있는 한 자루의 깃털부채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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