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범호 감독과 강정호가 가장 간과하고 있는 지점은 김도영의 신체적 내구성이다. 김도영은 지난 2025 시즌에만 세 차례나 햄스트링 근육 손상을 입으며 정규 시즌을 조기에 마감했다. "유격수는 부드러운 움직임이 많아 햄스트링에 더 유리하다"는 이 감독의 주장은 현장의 상식과는 동떨어져 있다. 유격수는 내야에서 가장 활동량이 많고 체력 소모가 극심한 보직이다. 반복된 부상 이력을 가진 선수에게 수비 범위가 넓은 유격수를 맡기는 것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을 안고 뛰라는 것과 다름없다.
냉정한 수비 지표도 전환 반대론에 힘을 실어준다. 김도영은 MVP를 차지했던 2024년에도 리그 최다인 30개의 실책을 범했다. 3루라는 핫코너에서도 포구와 송구의 안정감을 완전히 확보하지 못한 상태에서, 풋워크와 중계 플레이가 훨씬 복잡한 유격수로 이동하는 것은 팀 방어력에 치명적인 구멍을 내는 자학적 선택이 될 수 있다. 메이저리그 진출을 꿈꾼다 해도, 수비 수치(OAA 등)에서 마이너스를 찍는 유격수는 시장에서 결코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없다.
우리는 이미 매니 마차도라는 완벽한 선례를 알고 있다. 마차도는 유격수 유망주로 시작했으나 3루수로 전향한 뒤 압도적인 타격 생산성과 안정적인 수비를 결합해 3억 달러의 가치를 증명했다. 김도영 역시 3루수로 고정되어 체력을 안배하고 타격에서 '40-40' 이상의 성적을 꾸준히 내는 것이 선수 본인의 수명을 늘리고 팀의 왕조를 구축하는 유일한 길이다.
특히 KIA에는 아시아쿼터로 영입된 제리드 데일과 수비 잠재력이 뛰어난 윤도현이라는 확실한 유격수 자원들이 존재한다. 이들을 두고 굳이 팀의 보물인 김도영을 혹사시킬 이유가 없다. 강정호의 가치 환상과 이범호의 무리한 실험은 여기서 멈춰야 한다. 지금 김도영에게 필요한 것은 화려한 포지션 이동이 아니라, 3루라는 확실한 제 옷을 입고 건강하게 한 시즌을 완주하는 것이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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