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카고 화이트삭스는 11일(한국시간) 페디와 1년 150만 달러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KBO 리그 MVP를 차지하고 화려하게 금의환향했던 그의 이름값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이른바 '굴욕적인' 계약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불과 2년 전, 페디는 NC 다이노스 소속으로 20승 200탈삼진이라는 대기록을 세우며 KBO를 평정했다. 그 기세를 몰아 시카고 화이트삭스와 2년 총액 1,500만 달러라는 대형 계약을 맺으며 빅리그로 복귀했다. 당시 그의 행보는 한국 야구의 수준을 증명하는 사례로 꼽히며 찬사를 받았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 그의 몸값은 10분의 1 수준으로 폭락한 셈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KBO 출신의 한계'라거나 '반짝 활약에 그쳤다'는 냉혹한 평가를 내놓고 있다.
그러나 계약서 이면의 사정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번 150만 달러 계약은 단순한 몸값 하락이라기보다 철저히 계산된 '생존 전략'에 가깝다는 분석이 나온다. 페디가 헐값이라 평가받는 금액에도 도장을 찍은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먼저 짚어야 할 지점은 페디의 현재 입지다. 2025년 시즌, 페디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밀워키 브루어스를 거치며 극심한 부진에 빠졌다. 5점대 후반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선발 로테이션에서 밀려났고, 시장에서의 가치는 바닥까지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거액의 다년 계약을 제안할 구단은 전무했다. 페디에게는 당장의 돈보다 '빅리그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환경'이 더 절실했던 것이다.
결국 페디는 자신을 가장 잘 알고, 자신이 가장 좋은 성적을 냈던 '친정팀' 화이트삭스로 고개를 돌렸다. 화이트삭스는 페디가 2024년 전반기 당시 3점대 방어율을 유지하며 에이스급 활약을 펼쳤던 곳이다. 현재 리빌딩 중인 화이트삭스는 투수진 보강이 절실하며, 페디에게 선발 등판 기회를 줄 수 있는 최적의 팀이다. 150만 달러는 메이저리그 선발 투수치고는 매우 낮은 금액이지만, 반대로 구단 입장에서는 리스크 없이 영입할 수 있는 '복권' 같은 금액이기도 하다.
결과적으로 이번 계약은 페디의 '재수' 선언이다. 1년 동안 익숙한 환경에서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하며 자신의 구위가 여전함을 증명해낸다면, 내년 FA 시장에서 다시 한번 대규모의 계약을 노려볼 수 있다. 자존심을 잠시 내려놓고 실리를 챙긴 셈이다.
페디의 이번 선택은 빅리그 생존을 위한 '배수의 진'이다. 150만 달러라는 숫자에 숨겨진 페디의 진심은 다시 한번 마운드 위에서 증명될 준비를 마쳤다. 과연 그가 2026년 시즌, '헐값 계약'을 '최고의 가성비 계약'으로 바꿔놓으며 다시 한번 반전의 드라마를 쓸 수 있을지 주목된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저작권자 © 마니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