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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667] 왜 ‘아이콘’이라 말할까

2026-01-17 06:26

 스포츠계의 아이콘이 된 미국 메이저리그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 [연합뉴스 자료사진]
스포츠계의 아이콘이 된 미국 메이저리그 슈퍼스타 오타니 쇼헤이 [연합뉴스 자료사진]
외래어 ‘아이콘’은 영어 ‘icon’를 음차한 단어이다. 원래는 그리스 정교에서 받드는 예수·성모·성인·순교자 등의 초상을 가리키는 말이라는게 사전적 정의이다. 요즘은 스포츠 기사에서 특정 선수나 장면을 두고 아이콘이라 말한다. “농구의 아이콘 조던”, “한국 피겨의 아이콘 김연아”, “손흥민은 아시아 축구의 아이콘”이라는 표현으로 쓴다. 스포츠에서 아이콘이란 한 종목과 한 시대, 더 나아가 한 사회의 기억과 가치를 응축한 상징적 존재를 뜻한다.

icon 어원은 닮은 형상을 의미하는 그리스어 ‘에이콘(eikōn)’이다. 이 말이 로마로 전해지며 라틴어 icon이 됐다. 의미는 그대로 ‘그림, 상(像)’으로 쓰였다. 그리스 정교에선 아이콘은 단순한 그림이 아니라 성인이나 그리스도를 상징하는 성화(聖畫), 신성한 실재를 ‘보이게 하는 창’으로 이해했다. 어원인 닮은 형상의 의미가 스포츠에서는 대표성·정체성·기억의 응축으로 확장됐다.

우리나라 언론이 아이콘을 영어 외래어로 차용해 쓰는 용례가 눈에 띄기 시작한 것은 적어도 2000년대 이후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는 영어권에서 “cultural icon”처럼 쓰이는 영향이 국내에서도 확대되면서, 스포츠·연예 기사나 칼럼에서 직접적으로 ‘~의 아이콘’이라고 언급하는 일이 흔해진 시기와 맞물리기 때문이다.

언론이 아이콘이라는 외래어를 굳이 그대로 쓰는 데에는 국내어인 ‘상징’ 또는 ‘대표 인물’보다 더 세련되고 압축적인 의미를 전달할 수 있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아이콘은 단순히 유명인을 뜻하는 ‘스타’보다 상징성·대표성·문화적 의미를 강조할 때 선호한다.

특히 스포츠와 연예 보도에서 세대를 대표하는 스타를 지칭할 때 이 단어가 많이 쓰인다. 디지털 시대에는 UI·브랜드·기기 등 여러 맥락에서 이미 아이콘이 널리 쓰이는 기술·문화 용어로 정착해 있어, 언론에서도 차용이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스포츠 아이콘의 또 다른 특징은 플레이 스타일의 상징화다. 오타니 쇼헤이의 ‘이도류’, 조던의 ‘페이드어웨이’, 나달의 ‘클레이코트’처럼 특정 동작이나 장면을 선수 이름과 분리될 수 없게 만든다. 이는 기술이 곧 이미지가 되고, 이미지가 다시 기억으로 굳어지는 과정이다. 아이콘은 기록표보다 오래 살아남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아이콘은 또한 시대의 기억 장치다. 2002년 월드컵을 말할 때 사람들은 점수보다 박지성의 얼굴과 포르투갈전 결승골을 떠올린다. 1988년 서울올림픽 역시 메달 집계보다 특정 선수와 장면이 먼저 호명된다. 아이콘은 결과가 아니라, 그 시절 사람들이 공유했던 열광과 감정을 대신 기억해주는 존재다.

이 지점에서 스포츠 아이콘은 사회적 의미를 획득한다. 무하마드 알리는 단순한 복서가 아니라 반전과 인권의 상징이었고, 빌리 진 킹은 테니스 코트를 넘어 성평등 담론의 아이콘이 되었다. 한국 스포츠에서도 손흥민은 득점 기록을 넘어 ‘글로벌 무대에 선 한국 선수’라는 집단적 자부심을 상징한다. 아이콘은 스포츠를 통해 사회가 스스로를 어떻게 바라보는지를 드러낸다. 무엇보다 대체 불가능성이 갖춰질 때 비로소 아이콘은 탄생한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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