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혜성의 행보는 우직하다 못해 영리하기까지 하다. 그는 지난 시즌 다저스에서 마이너리그 강등의 쓴맛을 보며 빅리그의 높은 벽을 실감했다. 올해 역시 경쟁자들의 추가 영입으로 로스터 생존조차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하지만 김혜성은 주저 없이 대표팀 사이판 캠프에 합류했다. 병역 특례 수혜자로서 입은 혜택을 실력으로 갚겠다는 부채 의식도 있겠지만, 그 이면에는 철저한 자기 관리의 계산이 깔려 있다. 남들보다 한 달 일찍 몸을 만들고 세계 최정상급 투수들을 상대하며 실전 감각을 예열해, 완벽한 컨디션으로 다저스 캠프에 합류하겠다는 공격적인 승부수다. 팬들은 그의 입지가 불안할수록 오히려 정면 돌파를 택한 그 진심에 박수를 보내고 있다.
반면 송성문의 선택은 지나치게 방어적이고 계산적이다. 샌디에이고와 4년 1,500만 달러라는 준수한 계약을 맺었지만, 실상은 마이너리그 거부권조차 없는 불안한 백업 신분이다. 그는 화려한 내야진 틈바구니에서 살아남기 위해 스프링캠프 개근을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개인의 커리어 측면에서는 이해할 수 있는 결정이다. 그러나 문제는 그 과정에서 보여준 화법이다. 그는 불참의 이유를 자신의 생존 본능이라고 솔직하게 고백하는 대신,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나가는 것이 대표팀에 실례라는 논리를 폈다. 특히 샌디에이고의 프렐러 단장이 "구단은 선수의 WBC 참가를 적극 지원한다"며 대놓고 판을 깔아주었다. 구단조차 괜찮다는데 선수가 사양하는 모양새다.
송성문은 상무에서 군 복무를 마친 군필자다. 국가에 진 빚이 없다는 안도감이 그를 더 자유롭게 만들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팬들은 그가 프리미어 12에서 주장 완장을 차고 외쳤던 리더십의 유통기한이 자신의 MLB 계약서가 작성되기 전까지만이었다는 사실에 분노한다. 주전이 보장된 스타도 아닌 백업 경쟁자가 캠프 적응을 이유로 국가대표를 패싱하는 그림은, 결국 그가 강조했던 책임감이 상황에 따라 변하는 가변적인 것이었음을 스스로 증명한 꼴이 됐다. 캠프에 남는다고 해서 마이너 강등을 피할 보장도 없는데, 명예와 실리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다 실속 없는 길을 택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송성문은 미국으로 떠날 가능성이 크다. WBC 대회 기간 도쿄에서 사투를 벌일 동료들과 달리, 그는 애리조나 캠프에서 자신의 선택이 옳았음을 성적으로 증명해야만 한다. 만약 국가대표를 고사하고 선택한 캠프에서조차 인상적인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마이너리그로 밀려난다면, 대중의 비판은 걷잡을 수 없는 조롱으로 변할 것이다. 팬들은 이제 그의 입이 아닌, 그의 스프링캠프 성적표를 향해 돋보기를 들이대고 있다. 구차한 변명은 끝났다. 무서운 팬들은 이미 그의 2월을 지켜보기 시작했다.
[강해영 마니아타임즈 기자/hae2023@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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