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2.10(수)

골프

[김기철의 골프이야기] 겨울은 샷을 채우는 시간이 아니라, 나쁜 습관을 도려내는 시간이다 - 절차탁마(切磋琢磨)의 재해석

2025-12-08 09:55

타이거 우즈. 사진=연합뉴스
타이거 우즈. 사진=연합뉴스
△ 연습벌레의 함정, 뇌는 '나쁜 스윙'도 성실히 기억한다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된 12월, 필드의 잔디는 휴면에 들어가지만 실내 연습장의 열기는 오히려 뜨겁다. 많은 주말 골퍼들이 "내년 봄에는 기필코 한 자리 수 핸디캡을 기록하리라"는 비장한 각오로 인도어 연습장과 실내 연습장으로 숨어드는 시기다. 우리는 흔히 연습량이 배신하지 않는다고 믿는다. 그래서 겨울 내내 손바닥에 굳은살이 박이도록 공을 때린다. 하지만 봄이 되면 결과는 잔인하게도 두 갈래로 나뉜다. 겨울 훈련을 통해 실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하여 '환골탈태'한 사람, 아니면 오히려 이상한 꼬임과 버릇이 생겨 스윙이 전보다 더 망가진 사람이 나타난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질까? 뇌과학의 관점에서 보면 '무조건적인 반복'은 때로 약이 아니라 치명적인 독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 뇌의 신경 가소성 원리는 매우 냉정하고 기계적이다. 뇌는 그것이 '좋은 폼'인지 '나쁜 폼'인지 기술적 판단을 하지 않는다. 그저 주인이 반복하는 동작을 성실하게 강화할 뿐이다. 이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마이엘린(Myelin)'이다. 마이엘린은 신경섬유를 감싸는 절연체로 특정 동작을 반복할 때마다 이 층이 두꺼워져 신경 신호의 전달 속도를 높인다. 문제는 나쁜 자세로 1,000개의 공을 치면 뇌는 그 나쁜 자세의 회로에 마이엘린을 겹겹이 감아 '슈퍼 고속도로'를 뚫어버린다는 점이다.

즉, 잘못된 폼으로 땀 흘려 연습하는 것은 '훈련'이 아니라 나쁜 습관을 뇌에 '문신'처럼 새기는 자해 행위와 같다. 그렇다면 겨울 골프의 지향점은 무엇이어야 할까?

여기서 우리는 절차탁마(切磋琢磨)의 의미를 다시 새겨야 한다. 흔히 이를 '뼈를 깎는 노력'이나 '갈고닦음'으로 해석하지만, 뇌과학적 관점에서 진짜 절차탁마는 무언가를 더하는 것이 아니라 '빼는 것'이다.

△ 절(切) - 뇌 속의 잡초, 잘못된 회로를 끊어내라

절차탁마의 첫 글자 '절(切)'은 '자른다'는 뜻이다. 겨울 훈련의 첫 단계는 무작정 공을 때리는 것이 아니라, 뇌 속에 잡초처럼 자라난 '잘못된 신경회로'를 과감히 잘라내는 것이다. 뇌과학에는 '시냅스 가지치기'라는 흥미로운 개념이 있다. 뇌는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는 신경 연결을 스스로 제거한다. 반대로 계속 사용하는 회로는 남겨둔다. 슬라이스를 유발하는 '엎어 치는 궤도', 급하게 채를 들어 올리는 '빠른 템포' 같은 고질병을 고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 행동을 유발하는 신경 회로를 철저히 '굶겨야' 한다.

공이 똑바로 가는지, 멀리 가는지를 확인하려는 욕망이 나쁜 습관을 부추기기 때문이다. 겨울에는 공의 결과를 무시하고 내가 고치고 싶은 그 동작을 '하지 않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뇌가 습관적으로 튀어나가려는 동작에 의식적으로 제동을 거는 것, 그 잘못된 회로에 전기가 흐르지 않게 차단하여 뇌가 스스로 그 연결을 끊어버리게 만드는 것, 이것이 뇌과학적 의미의 진정한 '절(切)'이다. 나쁜 동작을 멈추는 것이야말로 가장 빠른 교정의 시작이다.

△ 차(磋) - 느림의 미학, 무의식을 감시하는 전두엽의 개입

두 번째 글자 '차(磋)'는 '갈다'라는 뜻이다. 옥돌을 갈 때 거칠고 빠르게 문지르면 돌은 깨지고 만다. 아주 부드럽고 섬세하게 천천히 문질러야 빛이 난다. 이를 골프 훈련에 적용하면 '초슬로우 스윙'이 된다. 많은 골퍼가 스윙 교정에 실패하는 이유는 '속도' 때문이다. 우리가 스윙을 평소 속도로 빠르게 휘두르면 뇌의 소뇌와 기저핵이 주도권을 잡는다. 이곳은 '자동화된 습관'의 영역이다. 즉, 빠르게 치는 순간 뇌는 생각할 겨를 없이 무의식에 저장된 '옛날의 나쁜 폼'을 그대로 출력해 버린다. 스윙을 교정하고 싶다면 이 무의식의 개입을 막고 의식적인 통제 센터를 깨워야 한다. 방법은 스윙을 아주 천천히 하는 것이다. 평소 3초 만에 끝날 스윙을 30초, 혹은 1분 동안 아주 느리게 수행해보라.

이때는 습관의 뇌(기저핵)가 뒤로 물러나고 이성과 판단을 담당하는 전전두엽이 개입한다. "지금 백스윙 탑에서 손목 각도가 펴져 있는가?", "체중이 왼발로 확실히 이동되었는가?" 전전두엽이 실시간으로 동작 하나하나를 감시하고 오류를 수정하게 된다. 빠른 반복은 기존의 습관을 강화하지만 느린 수행은 습관을 해체하고 재구성한다. 겨울 연습장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100개를 패는 사람보다 거울 앞에서 식은땀을 흘리며 느릿느릿 빈 스윙을 하는 사람이 진짜 고수다. 느리게 할 수 없다면 빠르게도 할 수 없는 법이다.

△ 탁마(琢磨) - 눈을 감고 내부 감각을 조각하라

마지막 '탁마(琢磨)'는 쪼고 간다는 뜻으로 형태가 잡힌 옥석의 디테일을 완성하는 단계다. 필드에서는 시각 정보가 너무 강렬하다. 벙커, 패널티 구역, 핀의 위치, 날아가는 공의 궤적 등 눈으로 들어오는 정보가 뇌를 지배하기 때문에 정작 내 몸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는 느끼기 어렵다. 하지만 사방이 막힌 겨울 연습장에서는 시각을 차단하고 '고유수용성 감각'을 극대화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 조성된다. 고유수용성 감각이란 눈을 감고도 내 팔이 어디에 있는지, 내 몸의 기울기가 어떠한지를 느끼는 '내부의 눈'이다. 이번 겨울에는 눈을 감고 스윙해보자. 시각 정보를 차단하면 뇌는 나머지 감각을 예민하게 곤두세운다. 헤드의 무게가 스윙 구간마다 어디에 실리는지, 백스윙 탑에서 왼쪽 등근육이 얼마나 당겨지는지, 다운스윙 시 발바닥의 압력이 어떻게 이동하는지를 뇌의 감각 피질에 생생하게 새겨넣는 것이다.

골프의 전설 벤 호건이나 타이거 우즈는 자신의 스윙을 설명할 때 "그림"이 아니라 "느낌(Feel)"으로 설명했다. "손안에 압력이 느껴진다", "등이 팽팽해진다"는 식이다. 겨울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겉모습을 만드는 시간이 아니라, 내가 느끼는 감각의 해상도를 높여 스윙을 내 것으로 만드는 시간이다.

△ 겨울, 골퍼가 조각가가 되는 시간

다시 절차탁마(切磋琢磨)를 본다. 2025년의 겨울, 이 사자성어는 단순히 '열심히 한다'는 뜻이 아니다.

절(切): 습관적으로 튀어나오는 나쁜 회로를 과감히 끊어내고 (멈춤),

차(磋): 아주 느린 동작으로 뇌의 오류를 수정하며 (느림),

탁마(琢磨): 눈이 아닌 몸의 예민한 감각으로 스윙을 정교하게 다듬는 (느낌) 과정이다.

르네상스의 거장 미켈란젤로는 조각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나는 돌 속에 갇힌 천사를 보았고, 그가 풀려날 때까지 불필요한 돌을 깎아냈을 뿐이다."

이번 겨울, 맹목적으로 공을 때리며 횟수를 채우는 '노동'을 하지 말자. 대신 내 스윙에 덕지덕지 붙어 있는 불필요한 군더더기(나쁜 습관)를 깎아내고 도려내는 '조각'을 하자.

그렇게 겨울을 보낸 뒤 봄이 왔을 때 당신의 스윙은 단순히 익숙해진 것이 아니라 완전히 새롭게 태어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뇌과학이 제안하는 진짜 겨울 훈련, 절차탁마의 길이다.

[김기철 마니아타임즈 기자 / maniarepor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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