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2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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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1614] 북한 축구에선 왜 ‘아웃’을 ‘공밖’이라 말할까

2025-11-25 07:39

 2023 항조우 아시안게임 여자축구 한국과 북한 경기에서 북한 선수들이 환호하는 모습.
2023 항조우 아시안게임 여자축구 한국과 북한 경기에서 북한 선수들이 환호하는 모습.
외래어 ‘아웃(out)’은 영어 발음을 그대로 음역한 말이다. 이 단어는 스포츠 용어로 별도의 설명이 필요없을 정도로 많이 쓴다. 공이 선을 벗어났음을, 혹은 주자의 행진이 거기에서 멈췄음을 선언하는 말이다.

영어 ‘out’ 어원은 ‘밖으로, 외부로’라는 의미인 인도유럽조어 ‘ud/out-’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게르만어 ‘ut’, 고대 영어 ‘ut’를 거쳐 오늘날로 이어졌다. 원래 뜻이 거의 변하지 않았다. 스포츠용어로는 서양 중세시대 잉글랜드와 프랑스 지역에서 배트와 공을 사용하는 게임에서 처음 ‘아웃’이라는 말을 사용했다고 미국 폴 딕슨 야구사전은 설명한다.

이 단어가 스포츠 규칙의 중심으로 부상한 것은 19세기 후반, 영국과 미국에서 근대 스포츠의 규칙이 표준화되면서다. 테니스·야구·축구·크리켓에서 ‘경계 밖’을 규정할 필요가 생기자 가장 먼저 차용된 단어였다. 의미는 단순했다. 플레이 영역을 벗어나면 ‘밖(=out)’이고, 밖이면 곧 ‘무효’라는 논리가 자연스럽게 연결되었다. 야구의 아웃, 테니스의 아웃콜, 축구의 ‘아웃 오브 플레이’는 모두 같은 흐름의 확장이다.

한국어에 ‘아웃’이 정착한 과정은 일제강점기와 미군정기를 거친 ‘영미식 스포츠의 제도 이식’과 맞닿아 있다. 스포츠 규칙서와 심판호루라기와 함께 아웃이라는 단어도 들어왔다.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에 따르면 조선일보 1922년 12월10일자 ‘조선일보사급각단체후원하(朝鮮日報社及各團體後援下)에 용장맹사(勇將猛士)의전투(戰鬪)’ 기사는 ‘량군의 선수들은 서로 악수를 한후 즉시 경기를시작하게되야 몬져 미국직업야구단이 수비를 하게되얏스며 우리의 전조선군은 빼ㅅ틩을들고 나오게되얏다 쳐음으로 젼조선군의 샌터 마춘식군이 나스며「히트」를치자 수비에 능란한 미군측에셔는 즉시 하잇뽀ㄹ을 밧게되야 무참하게나 쳐음갈긴 뽀ㄹ이 져들의 수즁에 드러가자 마군은 아웃이되고 말앗다 그후에 박텬병군이 다시 홈으련을 게획하고 뻬쓰에 나왓스나 미군의 피쳐로 유명한 편낙크군의 능란한뽀ㄹ을 갈기얏스나 산싱으로그만죽게되얏다 이와갓치 운리의젼조선군들은 의긔를 분발하야 빼ㅅ틔ㅇ을들고싸오고자 하얏스나 한점도엇지못하고 노홈을당하게되얏다’고 전했다. 이 기사는 초창기 조선팀과 미군팀의 야구 경기 보도인데, 첫 타자로 조선군의 센터(중견수) 마춘식 선수가 첫 타석에서 ‘히트’를 날리자, 수비에 능한 미군 팀이 재빨리 공을 잡아 ‘무참이 아웃’으로 처리했다는 내용이다.

북한은 ‘외래어 최소화’라는 언어 정책에 따라 ‘아웃’을 ‘공밖’이라고 부른다. 말 그대로 공이 밖으로 나갔다는 의미다. 이는 스포츠를 전문어가 아닌 생활어·서술어로 번역하려는 특징이 반영된 결과다. ‘공밖’은 한국어로 보면 다소 투박하지만, 북한에서는 의미 투명성을 극대화한 용어이다.

북한의 스포츠 용어는 기술적 전문어보다는 동작·상황을 직설적으로 드러내는 방식을 선호한다. 예를들면 ‘코너킥’을 ‘모서리뽈, 구석차기’, ‘인터셉트’를 ‘끊기’, ‘미드필더’를 ‘중간방어수’로 표현하는 식이다. 이러한 경향과 같은 선상에서, 아웃(out)·라인아웃(line-out) 같은 영미식 용어는 모두 상황 설명어로 변환해 부른다. (본 코너 1603회 ‘북한에선 왜 ‘미드필더’를 ‘중간방어수’라고 말할까‘, 1606회 ‘북한 축구에서 왜 ‘코너킥’을 ‘구석차기’ 또는 ‘모서리뽈’이라 말할까‘, 1613회 ’북한 축구에선 왜 ‘인터셉트’를 ‘끊기’라고 말할까‘ 참조)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기자 /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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