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09(수)

골프

“우승 놓친 실수 이후로…2등이 너무나 싫더라구요”

US 女주니어-아마추어 최초 석권 성은정 ‘위풍당당 귀국’

2016-08-14 00:19

▲2016US여자주니어선수권(왼쪽)-US여자아마추어선수권에서우승한성은정.사진=USGA홈페이지
▲2016US여자주니어선수권(왼쪽)-US여자아마추어선수권에서우승한성은정.사진=USGA홈페이지
[마니아리포트 이은경 기자] “우승이 아직도 믿어지지 않아요.”

성은정(17, 영파여고)은 앳된 얼굴로 싱글벙글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무슨 대단한 일이 났냐’는 듯 명랑하고 천진한 얼굴이었다.

성은정은 한국 여자 골프계에 '초대형 유망주'로 떠올랐다. 그는 지난 8일(한국시간) 끝난 US 여자 아마추어골프선수권에서 우승했다. 지난달 US 여자 주니어골프선수권에서 우승한 지 한 달 만이었다.
한해에 이 두 개 대회를 석권한 건 성은정이 사상 처음이다. 남자 선수 중에 딱 한 명이 아마추어와 주니어선수권 2개 대회 석권 기록을 갖고 있긴 하다. 바로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다.

연령 제한(18세 미만)이 있는 주니어선수권과 연령 제한이 없는 아마추어 선수권을, 그것도 미국에서 석권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키 174cm의 당당한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힘과 장타, 그리고 10대 소녀라고 믿기지 않을 만한 침착함, 이를 악물고 단점을 고쳐 내고야 마는 승부욕이 성은정을 ‘대형 신인’으로 만들었다. 지난 13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성은정을 만났다.

▲13일귀국하자마자후배들의축하를받고있는성은정.사진=이은경기자
▲13일귀국하자마자후배들의축하를받고있는성은정.사진=이은경기자
대단한 우승 기록을 세웠다.
“아직 우승이 믿어지지 않는다. 오늘 입국장에서 막 빠져나오는데, 학교 후배들과 코치님, 가족들이 모두 나와서 칭찬해 주시니까 이제서야 조금 실감이 난다.”

일주일 정도 미국에서 푹 쉬다가 온 건지.
“모처럼 친구들도 만나고 즐겁게 놀다가 왔다.”

그 쉬는 기간에도 어바인에서 훈련을 했다고 하던데.
(이 질문은 어머니가 대답)”푹 쉬다가 오라고 했다. 그 기간 중에 틈틈이 몸 푸는 정도로 훈련한 건 당연히 해야 할 부분을 한 것 뿐이다. 우승하고 나서 슬럼프가 오는 경우도 있으니 마음을 다잡으라고 말해줬다.”

US 아마추어선수권 매치플레이 결승 도중에 상대 버지니아 엘레나 카르타(20, 이탈리아)가 13번 홀 도중 현기증이 나서 휴식까지 요청했다고 하던데. 그 정도로 날씨가 더웠나.
“덥긴 했지만 쓰러질 정도는 아니었다.”

카르타가 약해서 쓰러진 걸까.
"(웃으면서)그 선수가 그럴 체격은 아닌데. 아마도 카르타는 나에 대해서 꼼꼼히 조사하고 분석해서 나왔던 것 같다. 내가 나이도 어리고, 미국에서 활동하는 선수도 아닌데 잘 하니까 심리적으로 뭔가 분을 못 이겨서 그랬던 것 같기도 하다. 카르타는 듀크대학 다니는데, 올해 NCAA 여자골프 챔피언이다. 카르타도 이번에 우승을 한다면 NCAA와 아마추어선수권을 사상 처음으로 동시 우승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스스로가 좀 부담을 느꼈던 것 같기도 했다. 결승 끝나고 나서는 나한테 칭찬을 많이 해주더라. ‘나중에 LPGA투어에서 꼭 만나자’는 말도 해줬다.”

한국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는 학생인데, 미국 대회에 어떻게 도전하게 된 건가.
“어머니가 미국 대회에 많이 나가보라고 권유하셨다. US 아마추어선수권 같은 경우는 중학교 2학년 때 처음 나갔다가 컷 탈락했다. 그 이듬해에도 고전했다. 하지만 2012년에 리디아 고(뉴질랜드, 당시 만 15세)가 그 대회에서 우승하는 걸 보면서 나도 우승 꿈을 키워갔다.”

어린 나이에 미국에서 열리는 대회에 참가하면 힘든 점도 있을 텐데.
“미국 잔디가 적응하기 좀 힘든 부분이 있다. 한국은 양잔디, 금잔디 두 종류 밖에 없는데 미국은 잔디 종류가 많다. 반면 미국은 OB가 없어서 와일드하게 플레이를 해도 부담이 없다. 실수를 해도 그냥 끝이 아니라, 찬스가 어떻게든 생기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나 같은 스타일은 잘 맞는 것 같다.”

말이 나왔으니 얘긴데, 엄청난 장타자로 유명하다. 맘 먹고 때리면 300야드까지 나온다던데.

“하하, 보통은 잘 나오면 280야드 정도 친다. 시합 때 말고, 그냥 맘 먹고 휘두르면 300야드 나온 적이 몇 번 있었던 것 같긴 하다.”

어떤 선수를 좋아하나.
“PGA투어 중계를 자주 보는 편이다. 재미있다. 리키 파울러, 조던 스피스를 좋아한다. 여자 선수 중 롤모델은 안니카 소렌스탐이나 줄리 잉스터 같은 선수들이다. 골프도 잘 하고, 오랫동안 자리를 지키면서 존경 받았던 선수들을 닮고 싶다. 이번 US 아마추어 대회에서 잉스터가 해설자로 나왔다. 실제로는 처음 만났는데, 굉장히 감격했다.”

▲성은정자료사진.
▲성은정자료사진.
사실, 성은정 선수를 보면 이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다. 6월 KLPGA투어 BC카드 한경 레이디스컵 말이다. 마지막 라운드 17번 홀까지 3타 앞선 단독 선두였다가 18번 홀에서 트리플보기를 하면서 우승을 놓쳤다. 실수 탓에 오히려 더 유명해 졌는데.
“그때 이후로 인터뷰에서나, 주변 사람들이나 나만 보면 그 이야기를 하시더라. 너무 반복해서 듣다 보니 거의 우울증에 걸릴 지경이었다.”

이후 각종 인터뷰에서는 의연하게 ‘더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했다. 그런데 사실은 실수한 직후 스코어카드 적으면서 엄청 울었다던데.
“당연히 울었다. 그런 상황을 겪고 어떻게 안 우나.(웃음) 하지만 다행히 그때의 실수와 힘든 경험이 이후 대회에 나쁜 영향을 끼치진 않았다. 저번 달에 US 여자 주니어선수권에서 2연패에 성공하면서 뭔가 떳떳해 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 이후로 자신감이 생겼다. 그래서 US 아마추어도 더 잘 풀렸던 것 같다.”

US 여자 주니어선수권 우승으로 뭔가 응어리가 풀리고, 이후 대회에서 부담도 없어졌나. 지난주 US 여자 아마추어선수권에서는 어떤 마음으로 임했던 건지 궁금하다.
“초반에는 정말 부담 없이 했다. 대회 도중에 ‘이번에 우승하면 사상 처음으로 주니어-아마추어 석권’이란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데도 신기하게 그게 부담이 되진 않았다. 다만 결승에서는 좀 이를 악물고 했다. 왜냐하면…. BC카드 한경 레이디스컵 이후로 정말 2등을 하는 게 너무너무나 싫었다.”
(성은정이 인터뷰 도중 “쇼미더머니(힙합 서바이벌 프로그램)를 즐겨 봤다”고 하길래 그 중 누굴 가장 좋아하냐고 물었다. 답은 “비와이”였다. ‘1등이라서?’라고 농담처럼 물으니 웃으면서 “1등이라 더 좋다”고 했다.)

이번 우승으로 다음달 열리는 LPGA투어 메이저대회 에비앙 챔피언십 참가 자격을 얻었다. 내년 US여자오픈, ANA인스퍼레이션, 브리티시여자오픈 출전 자격도 얻었다. 생각보다 훨씬 빨리 메이저대회에 나가게 된 것 아닌가.
“사실 나도 4개 대회나 출전권을 받게 될 줄은 몰랐다. 메이저대회에 나갈 수 있다는 게 너무 좋다.”

이왕 일찍 나가게 된 김에 우승으로 또 신기록 한 번 더 세우면 좋을 텐데.
“내년 시즌 가장 큰 목표가 메이저 대회에서 좋은 성적 내는 것이다.”

올해 남은 시즌 중에 KLPGA투어 대회에도 더 참가할 계획인가.

“2개 대회 정도 추천 선수로 나갈 계획이다.”

그 대회들이 이전 대회의 실수를 설욕할 기회 아닌가.

“물론이다. 기다리고 있다.”

영종도=이은경 기자 kyong@maniareport.com



<저작권자 © 마니아타임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쇼!이슈

마니아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