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9.11(금)

골프

[취재수첩]한국남자골프, 부활을 위한 '골든타임'

풍성한 스토리와 뉴페이스 등장... 해외무대 활약 속 '부활 골든타임'

2016-05-31 11:39

▲'넵스헤리티니2016'에서챔피언을차지한최진호선수.사진_마니아리포트DB
▲'넵스헤리티니2016'에서챔피언을차지한최진호선수.사진_마니아리포트DB
[마니아리포트 박태성 기자]한국프로골프(KPGA)투어에 희망이 싹트고 있다. 파워와 개성넘치는 신예와 '베테랑'의 활약 속에 다양한 스토리가 얹어지면서 팬들의 반응도 달라지고 있다. 지난 주 막을 내린 '넵스헤리티지 2016'은 그런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대회였다. '현역 최고령' 신용진이 3라운드까지 공동 2위권으로 선전하며 '베테랑의 힘'을 과시했고 20대 초중반의 개성넘치는 신예들도 가능성을 보여줬다.

'얼짱' 김철승의 등장, 개그맨 못지 않은 '끼'를 겸비한 김인호의 활약까지 그 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신예들도 주인공으로 손색이 없었다. 스토리도 풍성했다. 대회 수개월전부터 '이렇게 까지 해야해?' 하고 할 만큼 차별화에 목숨을 건 것처럼 보였던 '넵스헤리티지 2016'가 '호흡기에 의존해 숨만 쉬고 있다'는 핀잔을 들어야했던 KPGA투어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스토리와 뉴페이스의 등장, KPGA의 '활력소'
넵스헤리티지는 '남다른' 스토리를 만들어냈다. 기본 총상금이 4억원에 불과했지만 대회가 끝난 뒤 최종 총상금은 7억원을 훌쩍 넘어섰다. 우승상금도 덩달아 뛰었다. 대회 우승자인 최진호는 당초 8000만원이었던 우승상금이 1억4046만7800원으로 크게 늘어 함박웃음을 지었다. 최진호는 "우승상금이 거의 두배가 됐다"면서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 대회는 처음부터 총상금 4억원이 아닌 '4억원+@'를 내세웠다. 스폰서가 내놓은 기본 상금에 대회를 통한 각종 수익을 얹어 최종상금을 결정하겠다는 의미였다. 그리고 그결과 3억원 이상 총상금이 늘어났다. 기존 총상금이 4억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늘어난 '+@'가 얼마나 큰 금액인지 알 수 있다. 넵스 관계자는 "크라우드 펀딩 및 갤러리 티켓 판매 그리고 갤러리 플라자내 각종 이벤트를 통한 수익금 등이 '+@'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말이 쉽지 남자골프 대회를 통해 3억원 이상의 수익금을 벌어들이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부단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구름갤러리는 기대할 수 없었던 현실을 감안하면 3억원 이상 증액된 총상금이 놀랍다. 3억원 이상의 '+@'를 만들어내기 위해 주최측이 얼마나 갖은 노력을 기울였는지 알 수 있다. 말 그대로 피와 땀의 결실인 셈이다. 고생은 했지만 보람이 있었다.

▲'넵스헤리티지2016'에앞서진행된포토콜모습.2015년미스코리아선김정진씨와주요출전선수가함께한포토콜은특색있는콘셉트로관심을끌기에충분했다.사진_마니아리포트DB
▲'넵스헤리티지2016'에앞서진행된포토콜모습.2015년미스코리아선김정진씨와주요출전선수가함께한포토콜은특색있는콘셉트로관심을끌기에충분했다.사진_마니아리포트DB
대회 전 '의례' 해오던 포토콜도 남달랐다. 취재하는 입장에서는 귀찮기까지 했다. 한두컷 사진으로 끝날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선수들에게 다양한 컬러의 패션정장을 입히고 미스코리아까지 등장해 사진을 찍었다. 동작 하나하나 콘티를 준비했고 각종 소품까지 꼼꼼히 챙겨온 주최 측의 노력이 대단했다.

관심을 끌기 위한 노력 뒤에는 보람이 있었다. 기자를 포함해 많은 이들이 '의미없는 일'로 평가절하 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런 의미없어 보였던 '일' 하나하나가 '의미'를 만들었다. 스토리는 그냥 만들어지는 게 아니었다. 넵스는 결국 '의미'를 만들었고 선수에게 푸짐한 상금을 안겨줬다. 그것 하나만으로도 넵스는 박수받을 만했다. 같은 기간에 열린 KLPGA투어 대회의 총상금은 넵스대회보다 1억원 이상 적었다. 적어도 '넵스헤리티지 2016'이 열린 기간만큼은 남자골프가 여자골프보다 더 풍성했고 상금도 컸다.

▲최근KPGA투어에등장한'뉴페이스',이철승(위)과김인호(아래왼쪽),정대억(아래오른쪽)은실력은물론개성넘치는모습으로골프팬들의눈도장을받았다.
▲최근KPGA투어에등장한'뉴페이스',이철승(위)과김인호(아래왼쪽),정대억(아래오른쪽)은실력은물론개성넘치는모습으로골프팬들의눈도장을받았다.
뉴페이스의 등장도 KPGA투어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했다. 물론 스타급 선수들이 대거 해외무대에 출전한 빈자리를 다른 선수들이 채운것이라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스포츠무대에서 혜성과 같이 나타난 신예는 드물다. 기존 선수들의 빈자리를 기회로 얼굴을 알리고 실력으로 자리를 꿰차는 게 순리다. 종목을 막론하고 우리가 아는 스포츠 스타들이 대부분 그런 길을 걸어왔다. 그게 스토리다.

이번 대회는 이런 면에서도 박수받을 만 했다. 대회 초반 돌풍을 일으키며 상위권에 오른 김철승은 연예인 못지 않은 곱상한 외모로 포털 뉴스면을 장식했고 '골프계 개그맨'으로 통하는 김인호는 3라운드까지 상위권을 지켜내며 프로골프 선수로서의 '재능'까지 뽐냈다. 대회 최종일 선두 다툼을 벌인 정대억도 이번 대회가 발굴한 예비 스타라 할 수 있다. 올 시즌이 본격적인 첫 데뷔 시즌인 서글서글한 외모의 '경상도 사나이' 정대억은 대회 최종일 공동 3위에 그쳤지만 최종일까지 최진호와 우승다툼을 벌이며 골프팬들의 눈도장을 받았다.

이런 선수들 모두가 공통점이 있다. 그 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이들이라는 점이다. 물론 '1등'만 기억하는 스포츠 무대에서 '1등'은 고사하고 상위권 성적도 없었던 말 그대로 '신인'들인만큼 주목받을 기회도 없었다. 그리고 이제 기회를 잡았다.

스타선수들의 해외유출 걱정? 해외무대 선전이 국내무대 관심 '밑거름'
최근 국내프로골프 무대는 스타 기근에 시달리고 있다. 유명 선수들이 해외무대로 떠나면서 팬들의 관심도 줄었다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들린다.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KLPGA투어도 안심할 수 없다.

그러나 시각을 달리 볼 필요가 있다. 박세리와 최경주가 국내무대에서만 뛰었다면 어땠을까. 그들이 국내파로 머물렀다면 한국골프의 발전을 견인할 수 있었을까. 박세리와 최경주의 미국무대 활약은 골프에 대한 국민적인 관심을 이끌어냈고 국내 골프무대의 성장으로 이어졌다.

이런 면에서 남자골프는 다시 기회를 맞았다고 볼 수 있다. 이수민과 왕정훈같은 신예 선수들이 유럽무대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분위기를 띄웠고 김경태가 일본무대에서 시즌 3승을 거두며 힘을 보탰다. 상대적으로 미LPGA투어를 호령하던 한국 선수들이 주춤하면서 부각된면도 있지만 선수들의 해외무대 활약이 남자골프에 대한 관심을 키우는 데 기여한 건 사실이다.

이상희의 활약도 의미가 크다. 올 시즌 KPGA투어 SK텔레콤오픈 챔피언 이상희도 김경태에 이어 공동 2위에 오르며 김경태와 함께 브리티시오픈 출전권까지 손에 넣었다. 이상희가 국내무대에서 챔피언에 오른 뒤 곧바로 해외무대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았고 미PGA투어 메이저대회 중 하나인 브리티시오픈(디오픈)까지 나서게 된 건 KPGA투어에도 의미있는 일이라 할 수 있다.

미PGA투어가 아닌 유럽무대, 일본무대라고 평가절하 해서도 않된다. 어떤 무대든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곳은 없다. 그리고 그렇게 한 계단, 한 계단 올라설때 비로소 최정상에 오를 수 있다. 또 여자무대와 남자무대를 직접 비교도 곤란하다. 미PGA투어와 미LPGA투어는 인기도는 물론 선수 층에서도 현격한 차이가 나는 게 사실이다.

한국 남자골프는 위기에 직면해있다. 한 시즌 대회가 10여개에 불과하다. KPGA가 제 역할을 못하는 게 문제다. 대회 숫자를 늘리겠다던 신임회장의 공약은 여전히 지켜지지 않고있다. 책임지는 사람은 없고 여전히 가능성만 이야기 하는 게 아쉽다. 잘 되면 협회 '덕', 못되면 선수 '탓'인 느낌이다. 그러나 지금은 누구를 탓할 때가 아니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는 '골든타임'은 길지않다.

'남다른' 스토리와 개성만점 '뉴페이스'의 등장. 그리고 선수들의 해외무대 활약이 만든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국내 남자골프는 다음 주 열리는 데상트코리아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이후 2달여의 긴 공백기를 맞는다. 선수들은 대회가 없어 어쩔 수 없이 쉬어야한다.

이제 작은 불씨를 되살렸을 뿐이다.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불씨를 살려내 큰 불로 키우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스폰서와 선수들이 불씨를 되살렸다. 이제 불씨를 키울 자리를 마련하는 건 협회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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