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운드 전날 짐을 꾸리면서 요즘도 여전히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다. 넣지 않으면 그동안 획득했던 모든 스킨을 상대방에게 헌납해야 하는 3m짜리 퍼팅을 마주한 것도 아닌데,반복해서 퍼팅 라인을 읽듯이 보스턴백에 옷을 넣었다가 빼기를 반복한다.
어떤 때는 팬츠 두장을 놓고 알파고와 대적한 이세돌처럼 장고에 장고를 거듭하기도 한다.
팬츠 하나는 핏과 컬러,스타일은 괜찮은데 일상복처럼 뒷 편 포켓이 너무 작은 게 문제다. 퍼터 헤드 커버와 야디지북 등을 뒷주머니에 꼭 넣어야 하는 루틴을 가지고 있는 에디터에겐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다른 팬츠는 뒷주머니의 사이즈가 넉넉하지만 신축성이 부족한 게 흠이다. 이 팬츠를 입으면 퍼팅 라인을 살피려고 앉을 때 허벅지 부분을 잡아 올리는 예비 동작을 꼭 해야 한다. 라운드 후반에 땀이라도 차면, 그렇지 않아도 몸에 딱 붙는 핏을 가지고 있는 이 팬츠는 불편하기 그지없다.
짐을 꾸리면서 이런 선택의 기로에 설 때 신경질적으로 혼잣말을 할 때가 있다.‘이거 디자이너가 골프 안티 아냐?’
시중에 ‘골프웨어’라고 이름붙여진 다수의 브랜드가 있다. 스포츠 메이저 브랜드나 아웃도어 전문, 또 패션 전문 업체에서 나온 브랜드까지 다양하게 포진되어 있다. 골프라는 프리미엄이 붙어서인지 이 아이템에 대한 인기는 고공행진 중이다. ‘골프웨어 군’에 새로 진입하려는 브랜드도 부지기수다.
하지만 우리에게 골프웨어라는 개념은 잘 정립되어 있지 않다. 골프 라운드를 위해(연습장에서도 마찬가지지만) 입는 옷이 갖춰야 할 기본적이고도, 플레이어를 위한 각종 디테일에 대한 판단에서 그렇다.

부분적으로 맞는 말이다. 하지만 골프 아이템 중에서 중요성이 덜 부각된, 그래서 정보를 잘 알지 못하는 것이 어찌 골프웨어뿐이랴.
그 동안 우리 골퍼의 초점은 온통 클럽과 교과서적인 스윙(그 중에서도 셰이프)에만 모아졌었다. 클럽과 교과서적인 스윙이 비거리와 정확도를 보장해주고, 보다 근사한 라운드 결과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기대했었다.
그런데, 우리가 간과하고,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중의 하나는 몸이었다. 스윙을 할 때 몸은 최초의 장비인데, 몸이 스윙을 하기 위해 최적의 조건을 갖췄는지의 여부에 대해서는 관심이 전혀 없었다. 몸에 대한 관심, 반대로 클럽과 스윙의 셰이프에 전적으로 몰입하던 상황에서 탈피하게 된 것은 아쉽게도 최근의 일이다.
골프 볼이 18홀 내내 모든 샷에 사용되면서 중요성이 새삼 강조되고 있듯이,골프 장비의 선택이나 활용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내려지고 있다. 평범한 골퍼라면 클럽이든,볼이든,샤프트든 어떤 쪽이든 상관 없을테지만,좀 더‘시리어스’한 골퍼라면 좀 더 다른 선택이 필요하다.

골프웨어의 중요성을 강조할 방법이 없을까를 고민했고,한가지 방법을 찾았다. 골프웨어의 기획부터 최종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의 과정을 한번 들여다보자고 판단했다. 그 과정을 들여다보면 골프웨어에서 꼭 찾아야 할 각종 기능을 발견할 수 있을 것같았다.

이번 연재 기사를 위해 전세계에서 기능성 소재를 가장 많이 공급하는 이탈리아 말라노 소재의 까르비코를 취재했다. 타이틀리스트어패럴은 까르비코의 최고의 기능성 원단을 사용한다. 그 원단을 봉제하는 전주에 자리잡은 국내 최대 규모의 TH 상사를 둘러보기도 했다. 또 아쿠쉬네트코리아 본사에서 투어 프로를 대상으로 하는 투어 시딩 과정을 살펴보기도 했다. 여기다 김병준,이동민,정연주 프로로부터 골프웨어가 왜 중요한 지에 대한 얘기도 들었다.
티셔츠 한장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통해, 골프웨어를 왜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지,웨어를 선택할 때 어떤 부분을 고려해야 하는지, 다양한 힌트를 원하는만큼 얻기를 바란다. cool240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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