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상호(60.타이틀리스트)는 한국골프의 ‘살아 있는 전설’이다. 그를 놔두고 한국골프를 논할 순 없다. 국내 최다승(43승) 보유자고, 최고령 우승(50세 4개월), 최고령 컷 통과(60세 4개월), 통산 상금왕 9회, 1981년부터 19년간 상금 랭킹 톱10 입상, 덕춘상(최저 타수상) 11회 수상 등 그야말로 ‘기록의 사나이’다. 가요계로 치자면 ‘가왕’ 조용필이다.
‘레전드를 만나다’ 시리즈를 기획하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인물이 그래서 최상호였다. 더구나 1955년생인 그는 올해 딱 만 60세다. 이 시점에서 그의 골프인생을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삶에 대해서도 묻고 싶었다.

최상호는 여전히 ‘현역’이고 싶어 한다.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 영구시드권자지만 최근에는 가급적 그랜드 시니어 대회에만 출전하려 한다. “어린 선수들의 자리를 뺏는 것 같아서”라는 게 이유다. 올해 처음 그랜드 시니어 대회에 출전한 최상호는 5개 대회를 모두 ‘싹쓸이’하며 여전히 존재감을 과시했다. 그는 그러나 “거기선 내가 제일 젊다. 그래서 그런 거다”며 특별한 의미 부여를 싫어했다.
최상호는 후배들이 가장 존경하는 선수로도 꼽힌다. 필드는 물론 일상에서도 전혀 흐트러짐 없는 모습을 보여서다. 최고령 컷 통과 기록을 세운 것도 올해 매경오픈에서다. 그만큼 자기관리에 철저하다. 그는 “요즘은 체력 관리를 위해 특별히 하는 운동은 없다”고 했다. “골프에 미쳐서 그냥 한 길만 걸어왔잖아요. 지금도 매일 일상이 똑같아요. 아침에 일어나 골프장으로 출근하고 일주일에 서너 차례 라운드 돌고요. 그게 체력 관리의 전부에요.”
최상호는 남들보다 팔이 길다. 키는 170cm인데 양팔의 길이는 176cm다. “처음엔 저도 몰랐죠. 그런데 자꾸 우승을 하고, 인터뷰 등도 하다 보니까 어느 날은 누군가가 제 팔이 조금 긴 것 같다면서 재보자고 합디다. 그래서 알았죠.”
그는 “팔이 처음부터 길었던 건지, 운동으로 인해 길어진 것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젊은 시절에는 쇠파이프를 휘두르며 연습도 하고, 튜브도 당기고, 턱걸이도 하고 그러니까 아무래도 늘어난 것 같다”고 했다.
43승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우승으로는 2005년 매경오픈을 꼽았다. “첫 우승 때보다 더 떨리고 긴장됐죠”라고 했다. 이처럼 ‘성공한 골퍼’ 최상호에게도 아쉬움은 있다. 해외 투어에 진출하지 못한 거다. 그는 “거리 짧은 게 핸디캡인데 결국 그걸 극복 못했다. 과거엔 아쉬움이 있었지만 나이가 드니 그것도 다 잊었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그도 이젠 손주 두 명을 둔 할아버지다. 손주 얘기가 나오자 그의 목소리에는 활기가 넘쳐다. “손주들이 플라스틱 골프채와 공을 가지고 노는 걸 보면 그렇게 귀엽고 예뻐요. 그런데 두 아들들에게 그랬듯 손주들에게도 취미로 골프는 가르치겠지만 선수로 키우는 건 모르겠어요. 아무래도 소질이 있어야 하니까요.” 그의 큰 아들은 직장인의 삶을 살고 있고, 둘째는 회계사다. 둘 다 실력은 90~100타 사이인데 아무래도 자유로운 직업을 가진 둘째 아들 실력이 조금 더 낫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아이들에게도 골프 실력보다는 룰이나 에티켓을 강조한다”고 했다.
최상호는 침체된 한국골프에 대한 안타까움도 털어놨다. “누구보다 안타깝죠. 저야 골프로 성공을 했지만 요즘 젊은 선수들은 아예 뛸 대회가 별로 없잖아요. 반대로 여자골프는 지금 얼마나 잘 되고 있습니까. 남자골프가 잘 돼야 저도 덩달아 흥이 나고, 자부심도 가질 텐데…. 미국이나 유럽, LPGA도 모두 계속 성장하고 있잖아요. 그런 걸 보면 한국 남자골프도 분명 좋아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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